▲ '이터널스'.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마블 시네마닉 유니버스(MCU)는 '어벤져스:엔드게임'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터널스'(ETERNAL, 감독 클로이 자오)'는 그 후 2년 만에 닥친 마블 페이즈4의 진짜 시작이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맛보기였다.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이터널스'를 두고 "MCU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지평을 열어 앞으로 펼쳐질 MCU의 미래에 방향을 제시할 작품"이라 했다. 과연 '이터널스'는 태고의 시간으로 돌아가 MCU의 세계관을 새로 쓰며 거대한 이야기를 예고한다. 우주와 지구를 배경으로 한 새 역사가 펼쳐진다. 드디어 스크린에 옮겨졌을 뿐이지만, 의문이다. 코믹스의 전통 없이 마블의 세계를 영화로 접해 온 한국의 관객이 갑작스럽게 닥친 낯선 신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원전 5000년, 거대한 우주적 존재 셀레스티얼 '아리솀'은 불멸의 히어로 이터널스를 지구로 보낸다. 프라임 이터널 '에이잭'(셀마 헤이엑)을 필두로 한 10인의 이터널스는 인류를 위협하는 데비안츠와 싸우며 세계 각지의 문명과 함께한다. 그리고 현재, 그들은 각기 흩어져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사라진 줄 알았던 데비안츠들이 다시 나타나고, 이터널스가 다시 집결한다. 그리고 그들이 알지 못했던 진실이 드러난다.

'어벤져스' 시리즈에 길들여진 마블 히어로물의 팬에게 '이터널스'는 낯선 영화일 것 같다. 여러 모로 느낌이 다르다. 액션 블록버스터의 범주에야 들겠지만, 이 영화의 관심은 액션의 쾌감이나 감정적 울림보다 새롭게 창조할 '이터널스'란 세계 자체에 쏠려 있다. 쫀쫀한 관계성으로 엮였던 이전 작품과 달리, '엔드게임' 이후란 걸 제외하면 이전 MCU 영화, 다른 히어로들과 연결고리가 없다. 대신 그 기원으로 돌아가 세계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겠다는 거대한 야심이 보인다.

'이터널스'는 MCU의 자장 안에서 인류의 문명사를 새로 쓴다. 첫 장면부터 생소한 용어와 설정을 쏟아내는데, 이전 MCU 영화를 섭렵했어도 새로 받아들여야 할 이야기뿐이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 속의 이터널스는 인간을 찾아온 신과도 같은 존재. '노매드 랜드'로 세계적 스타 감독이 된 클로이 자오는 새로운 세계와 10명이나 된는 이들의 각기 다른 개성, 사연과 드라마, 주제를 녹여 고작(!) 2시간36분의 러닝타임에 담아낸다. 그 가운데서도 자신의 인장이 짙게 찍힌 순간들을 빠뜨리지 않는다.

인간계와 먼 주인공 탓일까, 시공을 초월한 우주적 스케일 탓일까. 아니면 알아야 할 게 많은 탓일까. 이렇게 탄생한 '이터널스'는 신나게 이입하기보다 거리를 두고 지켜보게 되는 영화다. 웅장한 비주얼과 완성도 높은 CG, 잘 짜여진 액션을 감상하는 맛이 있는 반면, '흥'은 안 오른다. 관객의 성향 따라 엇갈린 반응을 부를 것 같다.

▲ '이터널스'의 마동석.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그럼에도 한국배우 최초로 마블 히어로가 된 '길가메시' 역 마동석의 맨주먹 따귀 액션에는 눈이 번쩍 뜨인다. 핵주먹으로는 성이 안 차 데비안츠에게 따귀를 날리는가 하면, 전매특허 '마블리'로 변신, 반전 귀요미 면모까지 과시한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안젤리나 졸리가 맡은 '테나'와 깊은 교감을 나누며 드라마의 한 축도 담당하는 등 첫 할리우드 진출에도 존재감이 상당하다. 여기에 더해, 알려진 대로 방탄소년단도 음악과 대사로 등장해 한국 관객이라면 반가운 마음이 남다를 것 같다..

'이터널스'는 '다양성'이 돋보이는 히어로물이기도 하다. 성별, 인종, 연령도 다채로운 이터널스 멤버들을 구성하면서 장애인과 성소수자까지 끌어안았다.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이자 발명가인 파스토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는 동성 남편과 사이에 입양 아들까지 둔 흑인 남성이며, 청각장애가 있으면서 우주에서 가장 빠른 존재인 마카리는 실제 청각장애인인 여배우 로런 리들로프가 연기했다.

11월 3일 개봉. 12세 관람가.

쿠키영상은 2개다. 끝나자마자 한 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뒤 한 개. 보자마자 이해한다면 진정한 마블 마니아가 분명하다.

▲ '이터널스'.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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