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한국 야구에 왼손 투수가 자꾸 없다고 이야기할 게 아니라. 이의리(19, KIA) 김진욱(19, 롯데) 같은 좋은 선수를 빨리 키우는 게 바람직하다."
김경문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은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훈련을 시작하며 한국 야구의 미래를 향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주인공은 19살 좌완 이의리와 김진욱. 두 선수는 도쿄행 티켓을 받은 '유이'한 신인이다. 김 감독은 류현진(34, 토론토) 김광현(33, 세인트루이스) 양현종(33, 텍사스)의 뒤를 이을 차세대 좌완 에이스를 찾아 나섰고, 두 영건이 눈도장을 찍었다.
이의리는 지난달 중순 처음 발표한 최종 엔트리 24인 안에 이름을 올렸다. 김 감독은 당시 "이의리는 이번 대회에서 어느 정도 할지 모르겠지만, 차세대 에이스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잘해줄 것이라 생각하고 뽑았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의리는 올 시즌 14경기에 등판해 4승3패, 71⅔이닝, 평균자책점 3.89를 기록했다. 도쿄행이 자극제가 됐는지 대표팀 선발 후 페이스가 더 좋았다. 최근 4경기에서 2승1패, 21⅔이닝, 평균자책점 2.49로 맹활약했다.
김진욱은 보직을 바꾼 게 신의 한 수였다. 스프링캠프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선발 로테이션을 꿰찼는데, 4경기에서 3패, 17⅓이닝, 평균자책점 10.90으로 부진한 뒤 2군에 내려가 재정비를 했다. 지난달부터는 불펜으로 보직을 바꿔 적응기를 보냈다. 김 감독은 대표팀에 뽑을 왼손이 마땅하지 않은 가운데 김진욱을 눈여겨봤지만, 처음 최종 엔트리를 발표할 때는 선발할 근거가 부족해 이름을 적지 않았다.
불펜으로 변신한 김진욱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13경기에서 2승, 2패, 1홀드, 11⅔이닝,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갈수록 안정감을 찾더니 7월 등판한 3경기에서는 2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지난 15일 NC 원정숙소 술자리 스캔들 멤버인 2루수 박민우가 태극마크를 반납한 자리에 김진욱을 발탁했다.
김 감독은 김진욱을 선발한 배경으로 "일단 우리 대표팀에 좌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기존 좌완은 이의리와 차우찬(LG) 둘이었는데, 최근 차우찬의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지난 5일 마지막으로 선발 등판한 한화전에서는 1⅓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진욱이 큰 힘이 될 것으로 봤다.
김 감독은 "김진욱이 전반기에는 선발로서 성적이 안 좋았지만, 중간에서는 던지는 내용이 좋았다"고 힘을 실어줬다.
이의리와 김진욱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KBO리그 여러 구단 감독들이 "고등학생 수준이 아니다"고 칭찬할 정도로 눈에 띄었던 투수들이다. 김 감독의 눈도 다를 리 없다. 이의리와 김진욱의 손을 잡으면서 "왼손 투수가 없다고 하지 말고 빨리 키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외친 이유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이끌 에이스를 키우는 일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 흔히 '세금'이라고 부르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김 감독은 국제무대에 처음 서는 19살 좌완들을 뚝심으로 키워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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