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버풀을 무너뜨렸던 메시(가운데 아래)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조던 헨더슨(리버풀)은 유니폼을 바꾸면서 마음가짐이 흐트러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헨더슨은 리버풀의 주장이다. 헌신적인 활동량, 적극성, 기술과 시야 등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 선수지만, 훌륭한 프로 의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는 세계적인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와 경기를 치르고도 유니폼을 교환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존중의 뜻이기도 하지만, 상대를 두려워하는 '경외심'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리버풀은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섰다. 가장 큰 고비는 2019년 5월에 잇달아 열렸던 FC바르셀로나와 4강 홈 앤드 어웨이 경기였다. 리버풀은 1차전 캄프누 원정에서 0-3으로 완패했다. 당시 메시가 혼자 2골을 기록하면서 리버풀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리고 이 경기는 헨더슨이 피치에서 메시를 만난 첫 경기였다. 

영국 일간지 '미러'는 27일(한국 시간) 헨더슨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헨더슨은 탈락 위기에 몰렸던 4강 1차전을 잊지 않았다. 헨더슨은 "'우와, 저기 메시가 있잖아'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메시가 텔레비전으로 볼 때와 다르게 경기를 풀어간다는 건 확실하다. 정말 빨랐다. 그의 프리킥을 지금 생각해보면, 메시가 득점한 걸 여전히 믿을 수 없다. 사실 프리킥이 닿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리송이 얼마나 뛰어난지 여러 차례 말했다. 하지만 메시는 골을 알리송이 막을 수 없는 곳으로 슈팅했다. 휘어짐, 속도, 정확성까지 완벽했다"며 메시의 경기력이 대단했다고 돌아봤다.

멋진 경기를 치른 뒤, 그리고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와 유니폼을 바꾸는 것은 하나의 기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헨더슨은 "유니폼을 요구해야겠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다. 절대 그러지 않았다. 내가 선덜랜드에 있을 때 로이 킨은 다른 이의 유니폼을 달라고 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것이 다른 선수들을 경외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4강 2차전에서 다시 만날 상대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마음가짐에 허점을 만들 수도 있었다.

헨더슨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리버풀은 안방 안필드로 돌아와 치른 4강 2차전에서 4-0으로 승리하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리버풀은 시종일관 바르사를 몰아치면서 압박했고, 메시 역시 1차전과 달리 잠잠했다.

유니폼을 바꾸지 않는 헨더슨이지만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옛 동료의 유니폼을 챙겨 귀가했다. 헨더슨은 "루이스 수아레스의 유니폼을 들고 왔다. 좋은 사람이고 리버풀에서 함께 뛰었을 때처럼 제스처를 취하며, 유니폼을 줬다. 수아레스가 내 유니폼을 가지고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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