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설' 파올로 말디니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25개의 트로피를 들고도 자신을 '패배자'라고 부를 수 있는 선수가 있을까. AC밀란과 이탈리아의 전설 파올로 말디니의 말을 들어보면 일리가 있다.

말디니는 이탈리아 축구사에 이름을 남긴 선수다. 1985년 7월 AC밀란 1군에 합류했고 2009년 7월까지 24년을 한 팀에서만 뛰었다. 왼쪽 수비가 주 포지션이지만 중앙 수비수로도 능숙하게 활약했다. 세계 최고의 명문 클럽에서 꾸준히 뛰며 얻은 기록은 901경기 출전에 33골과 33도움이다.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도 A매치 126경기에 출전했다. 

손에 넣었던 수많은 우승 컵들은 빛났던 말디니의 선수 생활을 입증한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타이틀만 5번 차지했다. 심지어 2번은 챔피언스리그로 개편되기 전인 '유로피언컵' 시절에 따냈다. 여기에 세리에A 7회, 코파 이탈리아 1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1회 등 모두 26개의 트로피를 들었다.

하지만 말디니는 "나는 역사상 가장 패배가 많은 선수"라고 한탄했다. 스페인 스포츠 신문 '마르카'가 말디니가 최근 옛 동료 크리스티안 비에리와 진행한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한 발언들을 보도했다.

말디니는 자신을 역사상 가장 큰 '패배자'라고 설명한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말디니는 "아주 많이 우승도 차지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패배의 역사도 쌓았다. 말디니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3번 졌고,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에서 1번 졌다. 인터컨티넨털컵 결승에서 3번 패했고, 월드컵 결승과 유로 결승에서도 1번씩 졌다. 월드컵 4강에서도 패한적이 있다. 계속할 수도 있다"며 수많은 패배 기록을 이야기했다.

그 말대로다. 말디니는 3번이나 빅이어를 눈 앞에 두고 좌절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1992-93시즌 마르세유(0-1)에, 1994-95시즌 아약스(0-1)에 석패하며 무너졌고, 2004-05시즌엔 리버풀을 결승에서 만나 전반에만 3-0으로 앞서다가 추격을 허용했고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이른바 '이스탄불의 기적' 혹은 '이스탄불 참사'로 기억되는 사건의 주인공이다. 말디니는 자신이 패한 3번의 결승에서 모두 풀타임 활약했다. 1993년, 1994년, 2003년에는 클럽 월드컵의 전신인 '인터컨티넨탈컵'에 나섰다가 각각 상파울루(2-3 패), 벨레스 사르스필드(0-2 패), 보카주니어스(1-1, 승부차기 2-4 패)에 패하면서 자존심을 구긴 기억도 있다.

이탈리아 대표팀 역시 실패로 점철됐다. 1994년 미국 월드컵 결승까지 올랐지만 득점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브라질에 무릎 꿇었다. 유로2000에도 결승행에 성공했지만 프랑스에 연장에서 1-2로 패하면서 쓴맛을 봤다. 말디니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선 4강전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에 연장 접전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말디니는 이 3경기에도 모두 풀타임 활약했다.

말디니의 축구 인생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 하지만 그의 성공 신화 뒤엔, 많은 이들이 기억하지 않는 실패의 역사가 또한 존재한다. 말디니는 24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뒤, 아직도 테크니컬 디렉터로 AC밀란을 위해 일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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