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민경 기자] "사랑한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글러브로 얼굴을 가린 채 펑펑 울었던 두산 베어스 캡틴 오재원(34)이 동료들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두산 선수 단체톡에 "사랑한다"고 썼고, 동생들은 "저도요"라고 답장을 남겼다.
두산 베어스는 26일 고척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CAR KBO 한국시리즈' 키움 히어로즈와 4차전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11-9로 이기며 4승무패로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 이후 3년 만에 통합 우승이자 구단 역대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2019년은 오재원에게 유난히 힘든 한 해였다. 극심한 타격 난조에 빠지면서 벤치로 밀려났다. 주전 2루수의 자존심에 금이 갔을 법했지만, 주장의 임무는 다했다. 정규시즌은 물론 한국시리즈까지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게 중심을 잡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많이 고맙다. 올해 FA인데 팀을 위해 희생했다. 자기 것을 포기하면서 팀을 위해 해달라고 말하기가 미안했다. 처음에는 방망이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주장 몫을 다했다. 1년 동안 못 한 것을 (한국시리즈에서) 다 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오재원은 "솔직히 올해 유니폼을 벗을까 몇 번을 고민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고백하며 "살면서 잊지 못할 하루다.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2015년 우승이 입단 후 첫 우승이라 가장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올해일 것 같다. 많이 힘들었다. 버티고 버텼다"고 이야기했다.
'눈물 베어스'라 불러도 될 정도로 오재원 외에도 눈물을 훔친 선수들이 많았다. 눈물의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지난 2년 동안 준우승에 머문 것이 나 때문인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키스톤콤비 김재호는 "2년 동안 제대로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다. 나로 인해 너무 오랜 시간 함께 웃는 시간이 미뤄진 것 같았다. 캡틴에게 고생했다고 하고 싶고, 마지막에 멋진 모습을 보여줘서 역시 주장은 주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책임감을 보여줘서 우리가 끝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박건우는 애써 참던 눈물을 오재원 때문에 흘렸다고 밝혔다. 박건우는 "(오)재원이 형이 뜨겁게 안아주면서 나한테 해준 말이 너무 와닿아서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났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밝힐 수 없지만, 오늘(26일)은 눈물을 흘리기 싫었는데 형의 말에 눈물이 났다"고 밝히며 "이번 가을은 나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자신감을 얻은 시리즈였다"고 말했다.
눈물을 흘리진 않고 머금기만 했다는 정수빈은 "5번 연속 올라오면서 2번 실패했다. 선수들이 준우승했던 기억을 담아두고 올해는 간절하게 했던 것 같다. 간절해서 우승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고, 포수 박세혁은 "마지막 아웃카운트 잡을 때 한 시즌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생각이 드는 동시에 울컥했다. 잘 안 우는데 울음이 나더라"고 되돌아봤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든 30명의 우승을 향한 간절한 마음과 팀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 3년 만에 6번째 별을 품었다. 여러 해 동안 주축 선수들이 FA로 이탈한 와중에도 극적인 정규시즌 1위와 압도적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오재원과 선수들이 흘린 눈물은 기적을 쓰기 위해 버틴 시간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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