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스완지(영국), 글 한준 기자, 영상 배정호 기자] 스포티비뉴스는 영국 현지에서 대한민국 국가 대표 팀의 주장이자,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최다 출전 신기록을 세운 기성용(29)을 만났습니다. 그의 축구철학과 인생관, 그리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각오를 가감 없이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① 축구철학: “의미 없는 패스로 공을 잃어버리기 싫다”
② 월드컵: “대표팀에 기성용 파트너 찾기는 없다”
③ 삶: “유럽 생활 10년, 축구와 가족에 더 집중했다”
④ 도전: “마지막 전성기 3년, 성장할 수 있는 팀 가고 싶다”
⑤ 팬과의 대화: “이청용은 멘탈 강한 친구, 잘 해낼 것”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 이후, 국가 대표 팀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 차갑다. 2017년 동아시안컵 우승으로 한숨 돌렸지만, 1월 터키에서 진행된 전지훈련 기간 신태용호의 방향성과 실험에 대해 여전히 의심 어린 시선이 거둬지지 않았다. 

지난 2017년은 대표 팀이 역사상 가장 혹독한 비판을 받았던 시기다. 기성용은 그런 대표팀의 주장을 맡아왔고, 맡고 있다. 주장 기성용은 도마 위에 오른 대표팀을 보호하기도 했지만, 자성을 촉구하며 질타하기도 했다.

기성용에게 이번 월드컵은 벌써 세 번째 대회다. 만 21세의 나이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해 원정 16강을 이루며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영광을 안은 뒤 참가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의 쓴 맛을 봤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기성용은 주장 완장에 걸맞은 경험과 노련미를 갖췄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매주 월드컵 수준의 경쟁적인 경기를 치르고 있는 기성용은 늘 한국 축구를 개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봤고, 냉정하게 자평하며 이끌어 왔다. 어려서부터 태극마크와 함께 해온 기성용에게 국가 대표의 의미와 주장의 책임감, 그리고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의 과제를 물었다. 기성용은 차분하게 지난 대회를 복기했고, 냉정하게 대표팀의 현 주소를 짚었다. 

▲ 기성용 ⓒ배정호 기자

-지난해 대표팀은 경기장 안팎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경우 경험 있는선수의 중요성, 주장의 리더십에 대한 부분에서 지적을 받았고요. 이번 대회를 주장으로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역할과 책임이 클 것 같습니다.
주장은 일단, 경기장 안에서 리더죠. 리더는 선수들에게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심리적인 면이)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의 플레이에 영향을 많이 주거든요. 기존에 대표팀에서 축이 되는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옆에 있는 선수들도 자신감을 갖고 따라 올 수 있어요. 그 선수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옆에 있는 선수들도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죠. 그 축이 무너지지 않도록, 최대한 경기를 잘 준비하는 게 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에요. 그라운드 밖에서는 다들 이제 프로 선수들이고, 자기 나름대로 컨디션 조절을 다 하고 있으니 제가 따로 할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그라운드 안에서 팀을 하나로 묶을 수 이는 역할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수비를 위해선 전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팀이 하나의 생각으로 뭉쳐야 한다고 했어요.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어떤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월드컵 같은 무대는 조직적인 부분이 더 잘 가다듬어져야 해요. 공격수 같은 경우에도, 사실 공격을 할 수 있는 기회 보다는 수비해야 하는 부분이 경기 중에 더 많이 차지하죠. 그렇기 때문에 공격수들이 얼만큼 희생해주냐에 따라 많이 좌우될 것 같아요. 공격수들의 수비 가담이 중요한 이유는 수비 라인을 펼칠 때 누구 한 명이라도 뛰지 않고 도와주지 않으면 어렵기 때문이에요. 월드컵에서 만날 팀들은 모두 저희보다 뛰어난 선수들이 뛰고 있고, 개인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있어요. 1대1로 상대하면 될 수 가 없거든요. 그러면 한 명 더 가야죠. 1대2, 1대3으로 붙어 줘야 하는데, 공격에서부터 구멍이 나기 시작하면 뚫릴 확률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어요.

-쭉 이야기한 대로 현대 축구는 전방 수비력, 후방 공격력이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최근 여론은 수비 실수 상황에서 센터백의 문제에 더 많이 몰리는 분위기인데요, 수비 라인의 경우 우선 안정적인 수비력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축구 선수로서, 우리나라 선수로서, 우리나라 축구가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월드컵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의 문제였던 것은 선수들도 마찬가지고, 아시아 무대에서만 만족한다는 것 같아요. 아시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우리나라는 만족하고, 우리가 축구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대한민국이 발전하려면 유럽에 있는 팀들과 경기할 때 대등한 경기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아까 얘기한대로 공을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해요. 확률적으로 우리가 공격을 많이 할 수 있고, 그러면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 시작은 수비에서 하는 거죠. 지금 현대 축구에서 좋은 선수들을 보면, 수비수들 중에 좋은 선수를 보면 공을 막차는 선수가 아무도 없어요. 물론 수비수는 당연히 수비력이 첫 번째죠. 거기에 공을 찰 수 있는 능력까지 있다면 가치를 인정 받겠죠. 우리도 그런 선수가 나와야 하는데. ‘한국이 언제부터 축구를 그렇게 했냐’라고 말한다면, 그건 발전이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스스로가 ‘우리는 발전 안 할거야’라고 하는 것 같은 거죠.



지금 (손)흥민이가 토트넘에서 너무 잘해주고 있지만, 그런 선수들이 계속 나와야 해요. 수비수가 수비를 잘하는 게 먼저지만, 수비수도 이제는 빌드업을 할 줄 알고, 수비수도 공을 찰 줄 아는 선수가 나와야 한국 축구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어요. 사람들은 당연히 성적이 안 좋으면, 수비수가 수비부터 잘하지, 이렇게 얘기해요. 그것도 맞는 말인데, 그렇게 축구를 하면 거기에 머무른다는 거죠. 수비수가 수비만 잘하면, 팀이 그 이상 전술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요. 수비도 잘하고 공도 잘 차야 감독에겐 플러스 요인이 생기는 거죠. 

(장)현수를 보면, 그런 노력을 계속 하는 친구에요. 물론 그런 노력을 하다가 보면 실수도 당연히 나오죠. 대표팀의 경기에서는 사람들이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리스크(risk, 위험요소)가 있는 거죠. 그렇지만 그 친구가 하려고 하는 축구, 자기 자신이 노력하는 부분은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현수가 실수를 하는 부분에서는, 자신이 100% 집중하고 고쳐야 하지만 제 생각엔 그런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한국 축구도 더 많이 발전할거고 세계 축구, 현대 축구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팬들이 수비수는 수비부터 잘하라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전 그렇게 생각해요.

▲ 대표팀 주장 기성용(오른쪽) ⓒ한희재 기자


■ 한국 축구 발전 위해 수비수도 빌드업 도전해야 한다
■ "장현수는 빌드업을 위해 계속 노력하는 선수"
■ "기성용 파트너 찾기? 공격만 하는 선수, 수비만 하는 선수는 없다"

-수비 라인과 더불어 미드필드 라인에서도 ‘기성용 파트너 찾기’라는 이야기가 항상 나오고 있습니다. 수비를 잘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요. 빌드업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생각이 다를 것 같은데요?
‘기성용 파트너’라는 말이, 사실 상당히 부담스럽죠. 제가 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공격과 수비를 완벽하게 하는 선수는 딱 한 명 봤거든요. 제라드 선수.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면 공격과 수비가 잘 균형이 갖춰져 있죠. 하지만 공격과 수비를 둘 다 완벽하게 하는 선수는, 제라드 선수 한 명 봤어요. 

예를 들면 저와 함께 있었던 마켈렐레 코치님이 정말 세계적인 선수였잖아요. 그런데 그분의 공격력이 세계적인 수준이었냐고 하면 아니었거든요. 피를로 선수는 세계적인 선수죠. 근데 피를로가 과연 세계적인 수비력 갖췄나 했을 땐 아니거든요. 그걸 100% 가지고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 둘 중 어느 부분이 좀 더 나은 거죠.

쉽게 얘기하면, 포그바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지만 공격이 낫냐, 수비가 낫냐 따지면 공격이 낫잖아요. 근데 우리나라에서 그 두 가지를 다 갖추는 게, 하물며 세계에도 없는데… 우리나라에서 그 두 가지를 다 갖추는 건 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어느 정도 레벨에 올라가서는 그 두 가지를 어느 정도 갖춰야 인정을 받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을 하지만, 그 두 가지를 100% 갖는다는 것은 전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 그 두 가지 갖춘 선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세계적으로도 없어요. 그렇다고 수비만 잘하는 선수 공격만 잘하는 선수, 이걸 나눈다는 것도 제가 보기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에요. 한국에도 어느 정도 균형을 갖춘 선수가 있어요. 어떤 선수는 수비적으로 좀 더 좋은, 공격적으로 좀 더 좋은 선수가 있겠죠. 어떤 조합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중요해요. 월드컵에 나갔을 때 상대할 팀의 스타일이 다 다르니까, 각 팀에 필요한 전술적인 선택이 바뀌는 것이죠. 그건 감독님이 판단하실 것이고요. 

제 옆에 무조건 수비적인 선수가 서야 한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저도 불편해요. 같이 뛰는 선수들이 제 후배들이고 선배들이고, 아끼는 동생, 친구, 형들이 있는데, 그 선수들이 모든걸 저한테 맞춰서 경기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도 대표팀에서 내 자리가 확실히 있다고, 감독님이 제 이름을 먼저 적어놓고 시작한다고 생각한적이 한 번도 없어요. 미드필더의 한 명으로, 저도 감독님이 주는 역할에 따라 최선을 다할 뿐이죠. 다른 선수들이 나를 맞춰서, 내가 하는 것에 따라서 플레이 하는 것은 아니에요. 여론에서, 팬들이 (제가 중원의 중심이라고) 얘기하지만 저 역시 대표팀에서 필요한 부분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뿐이에요.

물론 제가 가진 장점이 빌드업이나 좌우 전환이나 이런 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보다 돋보이니까, 다른 점을 다른 선수들이 채워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저는 사실 대표팀에서 수비적으로, 제가 수비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내 옆에 굳이 수비만 해주는 선수가 뛸 필요가 없다고 봐요. 공격적인 선수가 들어오면 제가 그 선수 옆에서 수비적으로 커버해줄 수도 있죠. 그런 역할 분담은 감독님의 몫이지만, 제 이름을 먼저 써놓고 무조건 나에게 맞춰야 한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다른 선수들이 느끼기에도 그렇고, 그런 기사나 이야기가 나올 때면 저도 불편하고.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태용 감독이 기본으로 삼고 있는 4-4-2 대형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나란히 세우고, 서로 역할 분담을 유연하게 주고 받잖아요. 그런 면에서 기성용 선수가 이야기하는 부분과 부합하는 점이 있는 것 같은데, 현재 대표팀의 방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좋아진 것 같아요. 전보다는 많이 좋아졌고, 이제 앞으로 더 좋은 축구를 해야 하는데, 그게 월드컵 때까지 얼마나 만들어질지는 모르겠어요. 일단은 전보다는 전술적인 것도 많이 좋아진 것 같고, 선수들의 태도나 하려고 하는 의지가 많이 좋아졌어요. 이제는 월드컵에서 보여 주는 것 밖에 없죠. 월드컵에서 얼마나 선수들이 긴장을 하지 않고 자기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 그것만 남은 거 같아요.

-스페인 코치진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1월 터키 전훈에는 전력 분석 코치도 선임을 추진하고 기용했습니다. 
요즘 축구는 과학적으로 변하고 있어요. 전술적으로 분석하는 부분도 과학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축구는 워낙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정답은 없지만, 확률을 따진다면 역시 상대를 잘 분석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경험 많은 분들이 온다고 하면, 당연히 대표팀에도 도움이 많이 되겠죠. 지금 코치님들도 스페인 대표팀에서 월드컵이나 유로 무대의 경험을 워낙 많이 하신 분들이니까, 그런 경험있는 분들이 우리의 코칭스태프로 계신다는 건 선수들한텐 큰 도움이 되요. 물론 대신 뛰어줄 순 없지만, 그런 정보가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2010년 월드컵에서 함께 한 박지성, 이영표, 차두리에게 많은 것을 배운 기성용


-스페인 코치들과 훈련해보니 다르다고 느낀 부분이 있었다면?
훈련할 때, 확실히 스페인 분들이기 때문에 공의 소유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훈련 방법에서도 그런 분들이 가진 노하우가 다르다고 느꼈어요. 아직까지 한번 밖에 안 뵈었기 때문에, 3월에 가면 더 많은 얘기를 할 거 같아요. 스페인 축구니까, 그런 부분을 많이 강조하시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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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생활도 그렇고, 대표팀 주장의 역할도 그렇고, 박지성이 여러모로 비슷한 경험을 했고, 그 길을 먼저 걸었어요. 그런 점에서 혹시 따로 고민을 상담하거나 조언을 받는 부분이 있나요?
지성이 형 같은 경우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너무나 존경한 선배고, 사실 저와 비교했을 때는, 제가 감히… 지성이 형이한 경험과 제가 한 경험은 완전히 다르죠.

저는 대표팀에 있을 때, 참 그때는 몰랐어요. 저도 시간이 지나고, 유럽에 나오고 영국에 와서 보니까. 지성이 형이 정말 대단한 선수였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고. 대표팀에 있을 때는, 그냥 훈련을 할 때 사실 열심히 안 하는 것 같고, 몸을 좀 사리는 거 같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경기장 안에 들어가서는 아, 정말 제가 지금까지 본 선수 중에 가장 열심히 뛰고 헌신한 선수의 모습을 보여줬죠. 그때는 시차나 (영국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의 고충을 잘 몰랐기 때문에, 훈련할 때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성이형도 부상을 안고 있는 부분도 많이 있었는데… 

정말 경기장에 가선 든든했던 것 같아요. 지성이 형이 있는 라인은 거의 뚫린 적이 없을 정도고. 뚫리지 않는다는 믿음이 갈 정도였고. 그런 선배와 제가 연락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죠. 지성이 형뿐 아니라 영표 형, 두리 형이나 제가 의지하고 제가 어려운 부분 같이 나눌 수 있는 형들이 있어요. 그런 형들과 같이 대표팀에서 뛸 수 있었던 게 행운이었던 것 같고,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반대로 본인이 대표팀에서 그런 주장이자 선배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행동이나 자세, 성격에서 달린 것이 있나요?
모르겠어요. 후배들이, 저는 맨유 같은 큰 클럽에서 뛰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주장을 맡고 난 뒤에는 당연히 책임감이 더 커졌죠. 그 전에도 대표선수로서 책임감이 컸는데, 이제는 주장이라는 역할까지 하게 되어서 신경을 더 많이 쓰게 됐어요. 

대표선수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온전히 자기가 결정을 다 할 수가 없어요. 내가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주위에 후배들도 있고, 한국 축구에 미칠 영향, 분위기에 미칠 파급이 있기 때문에 말 한 마디, 내가 내리는 결정에 상당히 영향을 받고 있어요. 그런 책임감이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더 좀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한번 생각할 것을 두 번, 세 번 생각하게 되고. 힘든 자리죠. 

지성이 형이나 과거 선배들이 했던 것처럼 저도 하고자 노력은 하는데 부족한 게 많죠. 그 형들이 잘해왔기 때문에 저도 이번 월드컵에서 잘하고 싶고, 후배들한테도 그런 부분을 많이 얘기해주고 싶어요.

▲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교훈을 되새기는 기성용


-기성용 선수의 경우 어린 나이에 프로에서 기회 받았고, 어린 나이부터 국가 대표 경기를 뛰며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많았어요. 요즘엔 그때보다 어린 선수들이 기회를 잡기 어려운 환경이 됐습니다.
그건 좀 아쉽죠. 어린 선수들이 빨리 프로에 와서 경기를 뛰어야 경험을 쌓을 수 있어요. 프로에 오는 순간, 나이가 적고 많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경기장에서 경기를 뛰어야 해요. 나이가 어려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수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도적인 문제를 저는 잘 모르지만, 제 입장에선 아쉬운 게 있어요. 어린 선수들이 자꾸 나와줘야 그 선수들이 한국 축구를 이끌어줄 수도 있고, 해외진출도 더 빨라질 수 있는데, 어린 선수들이 경기를 많이 못 뛰는 게 아쉬워요. 

어린 선수들의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제도적으로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나올 수 없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던 기회를 못 받고 있다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프로에서도 저와 청용이는 어려서부터 경기를 뛰었잖아요. 어려서부터 뛰다 보면, 어린 친구들이 성장이 빠르거든요. 금방금방 습득하고 발전할 수 있는 나이인데, 23살, 24살이 지나다 보면, 우리나라는 군대 문제도 있기 때문에 경험을 쌓고 성장할 수 있는 부분에서 부족할 수 밖에 없어요.

■ 러시아 월드컵 목표는 스웨덴과 1차전에서의 '1승'
■ "지난 대회의 경험을 새로운 선수들에게 나눠주겠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 신화를 썼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좌절을 맛봤어요. 세 번째 참가인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조편성(F조, 독일, 스웨덴, 멕시코) 때문에 사실 성적에 대한 기대가 크지는 않은 편이죠. 개인적으로 이 월드컵에서 어떤 것을 이루고 싶은지, 어떤 목표의식을 갖고 있나요?
월드컵이란 무대는 참 어려운 거 같아요. 사실 2010년도에는 별 생각 없이 갔어요. 부담감도 별로 없었고. 아무 생각 없이 갔는데 16강에 올랐죠. 2014년 월드컵은 정말 준비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했는데,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았던 거 같아요. 

이번 월드컵은 사실 조가 어렵죠. 다 우리 보다 좋은 팀이고 강한 팀인데. 일단 저는 첫 경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 경기에서 모든 게 갈릴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무조건 승리를 해야 그 다음 경기들을, 우리가 좋은 경기로 치를 수 있어요. 첫 경기에서 잘못되면 두 번째, 세 번째 경기에서 선수들도 그렇고, 부담이 커지게 되고, 좋은 경기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첫 경기를 잘했다면, 그 뒤 경기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죠. 첫 경기에 따라 분위기도 그렇고, 선수들 자신감도 그렇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 같아요. 전 사실 1승이 목표이고, 1승을 하게 되면 그 뒤의 부분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첫 번째 목표가 1승인데, 그게 안 된다고 하면 그 다음 경기는 더 많은 부담을 갖고 뛰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제 목표는 1승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지난 대회와 대진 흐름은 비슷한 면도 있는 것 같아요. 힘이 좋은 러시아와 스웨덴,기술이 좋은 알제리와 멕시코, 같은 조의 최강팀 벨기에와 독일. 어떻게 보면 2014년 브라질 대회는 경기마다 한 골 차이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것 같기도 한데요. 돌아보면 어떤가요?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려요. 저도 그렇고. 그 당시에 러시아 같은 경우에는 저희들이 잡을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경기를 잡지 못하니까 뒤에 있는 경기들을 저희들이 어렵게 치렀죠. 

알제리하고 경기했을 때는, 저희들이 정말 뒤통수를 맞은 듯한 그런 기분이었죠. 전반전부터 저희들의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던 것 같아요. 실점하는 장면들을 보면, 먹어선 안될 장면으로 다 골을 먹었고. 상대가 정말 잘해서 실점했다면 모르겠지만, 알제리 같은 경우 전반에 허용한 골이 어떻게 보면 다 저희들의 실수로 골을 먹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제가 말한 긴장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월드컵 무대에서 분위기로 인해 긴장되고, 자기가 가진 것을 100% 발휘 못하고. 그런 점이 월드컵에서는 영향을 많이 주거든요. 그래서 경험 있는 선수들이 필요한 거고. 그런 문제를 최대한 줄여야 해요. 물론 그때 한 골 차를 생각하면 아쉽지만, 그 시작은 선수들이 경기 준비나 그라운드에서의 분위기에 얼마만큼 적응하고 보여주느냐, 그 문제가 제일 크다고 생각해요. 이번 월드컵에서는 선수들이 그런 점을 잘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점에서 분명 지난 대회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도움이 돼야죠. 도움이 되면 좋은 경기를 할거고. 똑같은 실수를 하게 되면 한번에 또 무너지는 일이 일어날 거고.

-최근 스완지에서 리버풀, 아스널을 연파하면서 약팀이 강팀을 잡는 법에 대해 정신적으로나 전술적으로 많은 걸 느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 경험들이 월드컵을 대비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떤가요?
한국이라는 팀이 월드컵에 나가서 공격적으로 나갈 수 있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그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을 해요. 저희가 어떤 식으로 플레이 할지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축구는 확률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여기서 워낙 강팀과 상대를 해봤기 때문에, 그 강팀들과 상대를 했을 때, 어떻게 승리할 수 있는, 원하는 결과를 어들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냐를 준비해야죠. 감독님도 잘 아시고 계실 거라고 생각을 해요. 월드컵에 나가지 않았던 선수들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월드컵을 경험했던 선수들이 그 경험을 많이 나눠주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 될 것 같아요.

인터뷰=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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