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새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프렉센.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린드블럼급을 못 구한다? 그럼 키워야죠." 

두산 베어스는 한국시리즈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외국인 원투펀치를 모두 교체해야 했다.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33)은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선언하며 밀워키 브루어스와 3년 912만5000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퍼포먼스 보너스(옵션)까지 포함하면 최고 180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는 계약이다. 

세스 후랭코프(32)는 메디컬 테스트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틀어졌다. 후랭코프는 정석대로 계약을 먼저 진행하고 메디컬 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버텼다. 두산으로선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55일을 비운 투수의 몸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계약서를 내밀 수 없었다.

새 외국인 투수에게 줄 수 있는 최고 몸값은 100만 달러. 누구를 데려와도 1800만 달러짜리 투수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두산 외국인 스카우트는 영입 콘셉트를 완전히 바꿨다. 그동안은 검증된 완성형 투수를 뽑았다면, 이번에는 젊은 파워피처들을 선택했다. 그렇게 만든 새 조합이 우완 듀오 크리스 프렉센(26)과 라울 알칸타라(28)다. 

◆ 린드블럼급 어렵다? 그럼 키우자

두산은 중, 하위권 구단들이 활발히 외국인 시장 상황을 살필 때 한국시리즈를 치르느라 같이 영입전에 뛰어들 수 없었다. 시장 상황을 먼저 살피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4, 5선발 갈증을 확인했다. 

근거는 린드블럼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을 향한 적극적인 관심이었다. 두 선수가 KBO리그에서는 에이스급이어도 메이저리그에서는 4, 5선발 정도 가치로 평가한다. 린드블럼과 김광현 모두 5개 구단 이상의 러브콜을 받았고, 린드블럼의 경우 다년 계약을 제시한 팀이 3팀에 이르렀다. 꽤 많은 구단이 내부 팜에서 수혈할 4, 5선발급 투수가 부족하다는 추측이 가능했다. 

두산은 "메이저리그 복수 구단이 린드블럼급 투수를 외부에서 수혈해야 한다면, 전반적인 투수 풀이 적은 상황"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눈높이를 낮췄다. 린드블럼처럼 정교한 제구력에 노련미까지 갖춘 완성형 투수가 풀리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미완성의 원석을 데려와 키우자는 계산이었다.

▲ 두산 베어스에서 뛴 2년 동안 리그 MVP, 골든글러브, 한국시리즈 우승 등 KBO리그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은 모두 한 조쉬 린드블럼. ⓒ 곽혜미 기자
◆ 프렉센, 왜+어떻게 데려왔나 

프렉센은 두산이 2018년부터 영입 리스트에 올려두고 지켜본 선수다. 제구를 크게 컨트롤(스트라이크존에 던질 수 있는 능력)과 커맨드(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능력)로 구분하는데, 프렉센은 커맨드는 부족해도 컨트롤은 되는 투수였다. 평균 구속이 150km를 넘으니 KBO리그에서는 커맨드의 아쉬움을 구속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산 외국인 스카우트 담당 엄홍 부장은 "프렉센이 나온 트리플A 경기는 직접 촬영 하면서 봤다. 스트라이크존에 던지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운데로 조금 몰려도 한국에서는 구속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봤다. 제구가 아주 와일드한 투수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영입 과정이 순조롭진 않았다. 지난해 11월까지는 프렉센이 뉴욕 메츠 40인 로스터에서 빠질 가능성이 없었다. 두산은 물론이고 프렉센에게 관심을 보였던 일본과 KBO리그 다른 구단들도 포기한 상황이었다. 프렉센의 두산행이 발표됐을 때 몇몇 메츠 팬들이 구단을 비난했을 정도로 인지도가 있는 유망주였다.    

엄 부장은 지난달 초 드류 가뇽(30, KIA)이 메츠에서 방출됐을 때 프렉센을 향한 희망을 키웠다. 40인 로스터를 정리한다는 것은 곧 새로운 선수의 영입을 뜻했다. 실제로 메츠는 트레이드와 FA로 전력 보강을 하고 있었다. 두산은 가뇽과 비슷한 평가를 받는 프렉센도 충분히 풀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에이전트에게 다시 접근했다. 그리고 지난달 8일 100만 달러 계약을 성사시켰다.          

◆ 알칸타라, 프렉센 조력자로 안성맞춤

두산은 린드블럼과 재계약이 어려워진 시점부터 알칸타라 측에 관심을 표현했다. 원투펀치 모두 새 얼굴로 바꾸긴 위험부담이 컸다. 

알칸타라 역시 두산이 2018년부터 눈여겨본 선수였다. 결정구에 문제가 있지만, 평균 구속이 150km에 이르는 게 더 큰 장점이었다. 지난해 kt 위즈에서 1년 동안 경험을 쌓은 것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한 시즌에 170이닝 이상 던질 수 있는 능력도 검증됐다. 

무엇보다 프렉센의 조력자로 안성맞춤이었다. 엄 부장은 "프렉센이 리그에 적응하면서 성장할 시간을 벌어야 했다. 알칸타라가 '지난해 겪은 시행착오 같은 것들을 프렉센에게 이야기해주며 돕겠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 프렉센과 함께 선발진을 이끌 라울 알칸타라 ⓒ kt 위즈
◆ 프렉센-알칸타라, 1년 이상 함께할까

"키우겠다"는 말은 곧 장기적으로 선수를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육성을 뜻하진 않는다. 100만 달러짜리 육성 선수는 말이 안 된다. 엄 부장은 "프렉센은 충분히 즉시 전력감"이라며 당장은 린드블럼처럼 20승 투수가 될 수 없어도 나중에는 린드블럼처럼 18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선수로 성장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린드블럼은 밀워키와 계약한 뒤 롯데 자이언츠(2015년~2017년)와 두산(2018년~2019년)에서 5시즌을 보낸 경험이 선수 커리어에 큰 자산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메릴 켈리(32,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사례도 있다. 켈리는 한국 나이로 27살이었던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 SK 와이번스의 에이스로 활약하다 지난해 애리조나와 2년 550만 달러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로 돌아가 선발투수로 뛰고 있다. 

두산은 나이가 20대 중, 후반인 프렉센과 알칸타라가 앞선 원투펀치보다는 오래 가길 기대했다. 2015년부터 두산의 황금기를 함께한 린드블럼-후랭코프(2018년~2019년), 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2016년~2017년) 조합은 똑같이 2년을 넘기지 못했다. 

◆ 별책부록: 페르난데스의 1순위, 두산이었다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두산과 재계약을 손꼽아 기다렸다. 해를 넘기는 긴 기다림에도 에이전트에게 "웬만하면 두산과 계약을 해달라"고 요청했을 정도였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8일 총액 90만 달러(옵션 45만 달러)에 잔류를 결정했다. 리그 최다인 197안타를 몰아치면서 지명타자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타자를 생각보다 싸게 잡았다는 말이 나왔다. 

페르난데스는 두산의 선수 관리 시스템에 크게 만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도중 쿠바에 있는 가족의 비자 문제를 해결해주며 한국행을 도운 것도 두산을 최우선순위로 둔 이유였다. 

두산이 계약서를 제시하고 사인을 받기까지는 이틀이면 충분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옵션이 절반에 이르지만, 페르난데스는 지명타자로 뛰면서 수비로 보여준 게 부족하다는 구단의 설명에 수긍했다. 구단은 대신 지난해보다 옵션을 충족하기 더 쉽게 바꿔줬다. 지난해 타격 기록을 기준으로 두고 페르난데스에게 조금 더 유리한 쪽으로 조정했다.  

페르난데스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인 훈련하며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호주 1차 스프링캠프는 오는 30일 한국에서 출국하는 본진보다 사흘 먼저 들어갈 예정이다. 하루라도 먼저 시즌 준비를 시작하겠다는 각오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