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베로 한화 감독은 선수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주문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14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 인터뷰에 땀을 흘리며 입장했다. 그는 “너무 열심히 훈련을 해서 조금 늦었다”고 껄껄 웃었다. 

한화 리빌딩의 중책을 맡고 있는 수베로 감독은 여전히 열정적으로 움직인다. 최대한 많은 시간을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보내려고 한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강하게 밀어붙이며 선수들을 독려한다. 물론 아직 프로로서 완성되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많아 다루는 법은 매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하나는 타협할 수 없다. 수베로 감독은 항상 승부욕, 근성과 같은 멘탈적인 강인함을 주문한다.

한화는 올 시즌 오랜 기간 최하위에 처져 있다. 6월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패한 이후, 9월 14일까지 단 한 번도 ‘10위’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훨씬 많았고, 앞으로도 그럴지 모른다. 선수들은 당연히 지친다. 체력 저하보다 더 무서운 게 심리적인 위축이다. 알게 모르게 패배의식에 빠진다. 수베로 감독은 이런 악순환을 경계한다.

수베로 감독은 14일 경기를 앞두고 “만약 느슨하게 하는 선수가 있다면 그것은 팀의 융화를 해치는 일이다. 그런 선수는 1군에 둘 수 없다”고 단언했다. 꼭 언론용 엄포가 아니라 평상시에도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선수단에 보내는 당부이자 한편으로는 강한 경고다.

하지만 다행히 한화 선수들은 수베로 감독의 의중을 이해하고 있다. 12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과 더블헤더에서는 외국인 투수 라이언 카펜터부터 의욕을 불태웠다. 2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로 불펜 운영이 꼬일 상황이었는데 카펜터가 불펜 등판을 자청했다. 오히려 “2이닝이 좋다”고 큰소리를 쳤다. 경기 중간 검사 결과가 나온 장민재의 등판이 가능해져 2이닝 등판은 없었지만 수베로 감독은 내심 흐뭇한 표정이었다.

수비 도중 흉골 미세 골절로 한 달 넘게 전열에서 이탈했다 최근 돌아온 노시환도 팀 분위기 자체는 결코 처지지 않았다고 장담한다. 노시환은 14일 SSG전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2군으로) 내려가기 전에는 다운된 분위기였는데, 올라와서 놀란 게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면서 “지금은 뭔가 지더라도 다음 경기에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이 된다”고 설명했다.

경기력도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지만, 분명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14일 인천 SSG전이 그랬다. 외국인 투수 닉 킹험이 마운드에서 분전하는 사이 젊은 야수들의 응집력을 불을 뿜었다. 연속 안타에 대포 세 방까지 보태며 11득점했다. 

수베로 감독이 끊임없이 주문하는 주루에서도 이날은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기회만 생기면 뛸 틈을 찾는 한화 선수들에 SSG 배터리와 내야가 크게 흔들렸다. 수베로 감독 또한 스리번트까지 강행하고, 11-5로 앞선 9회 원포인트 투수를 투입하는 등 빡빡한 경기 운영으로 선수들을 몰아붙였다.

물론 지금까지 나아진 부분보다 앞으로 나아져야 할 부분이 더 많은 한화다. 일부 팬들은 한화가 2022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위해 이른바 ‘탱킹’(다음 시즌 상위 지명권을 얻기 위해 경기에서 고의로 지는 행위)을 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물론 모든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달리는 KBO리그 현실과는 잘 맞지 않고, 약간의 냉소가 섞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심준석이라는 특급 선수가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10위에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한화는 애써 가꿔가고 있는 촛불을 ‘탱킹’이나 ‘패배의식’에 꺼뜨릴 생각은 없어 보인다. 실력이 모자라 지는 경기는 있어도, 투지나 열정에서 져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선수단 내에 점차 자리 잡고 있다. 불꽃도 촛불이 모여 만들어지는 법이다. 한화가 시즌 승률을 4할 이상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 불꽃은 자연스레 내년으로 이어질 것이다. 리빌딩은 그렇게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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