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인천 한화전에서 데뷔 첫 안타와 홈런을 나란히 신고한 SSG 이정범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 외야수 이정범(23)은 팬들에게 그렇게 널리 알려진 선수는 아니었다. 청소년대표팀 선발 등 아마추어에서는 비교적 화려한 경력을 쌓았으나 1군 경력이 한 차례도 없었던 까닭이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17년 SK의 2차 5라운드(전체 46순위) 지명을 받은 이정범은 퓨처스리그(2군)에서는 타격으로 유명한 선수였다. 비록 수비와 주루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지만, 적어도 ‘타격 툴’에서는 확실하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아무래도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1군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일쑤였다. 그렇게 1군 경력 없이 군에 가야 했다.

제대한 이후인 올해도 1군 캠프에는 가지 못했다. 2군의 속초 캠프에서 땀을 흘렸다. 그러나 이정범은 확실한 동기부여가 생겼다며 오히려 칼을 갈았다. 타격이라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1군에 가겠다는 각오가 확실했다. 길어진 2군 생활에도 힘을 냈다. 2군 59경기에서 타율 0.284, 4홈런, 29타점을 기록하는 등 계속해서 콜업을 기다렸다.

2군에서 타격감이 좋아지자 2군 코칭스태프에서 추천이 올라갔고, 1군도 이 리포트를 받아들여 9월 12일 1군에 등록했다. 12일 수원 kt전(더블헤더 1경기)에는 선발로도 나갔다. 그리고 14일 인천 한화전에서 데뷔 첫 안타와 홈런을 나란히 신고했다.

이날 SSG는 상대 선발 닉 킹험의 위력적인 구위에 막혀 고전했다. 추신수 정도만 볼넷을 고르고, 홈런을 때리며 분전한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1군서 킹험과 외국인 투수를 처음 경험하는 이정범의 방망이가 빛났다. 0-3으로 뒤진 2회 첫 타석부터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131㎞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익수 옆으로 총알같이 빠져 나가는 안타를 쳤다. 이는 이재원의 희생플라이로 이어졌다.

7회에는 홈런까지 기록했다. 1사 1루에서 킹험의 2구째 139㎞ 패스트볼이 높게 들어왔는데 이를 그대로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존을 폭넓게 이용하면서도 콘택트가 좋은 자신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비록 팀은 5-11로 졌지만 이정범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수비에서는 한 차례 미숙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등 보완점은 있었다. 아직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팀이 ‘공격’을 선택할 때는 충분한 옵션이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정범은 거포 자원이라기보다는 2루타 생산에 초점을 맞추는 중거리 히터고, 일찌감치 3할을 때릴 수 있는 잠재력으로 분류된다. 1군에서 용도에 맞게 잘 쓰면 재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단점은 최대한 감출 수 있다. 2군만 알았던 그 재능을, 이제는 1군과 팬들도 조금씩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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