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태와 김도영, 문동주(왼쪽부터)가 14일 대구시민구장에서 진행된 U-23 및 U-18 합동훈련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원태와 문동주는 “야구를 가장 잘하는 김도영이 가운데로 와야 한다”며 익살을 부렸다. ⓒ대구,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대구, 고봉준 기자] “지금 저희 신분이 조금 애매합니다.”

U-23 및 U-18 야구대표팀의 합동훈련이 한창이던 14일 대구시민구장. 전날 처음 소집된 U-18 후배들과 이날 주어진 휴식을 반납하고 출근한 U-23 선배들이 열심히 몸을 풀던 시간. 1루와 3루 덕아웃 어디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이들이 있었다. U-18로 발탁됐다가 U-23으로 진급한 광주동성고 유격수 김도영(18)과 선린인터넷고 좌완투수 조원태(18) 그리고 광주진흥고 우완투수 문동주(18)였다.

사연이 있었다. 이들은 원래 이달 10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30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발탁된 상태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취소되면서 태극마크를 반납하게 됐다.

학창시절 마지막 추억을 쌓을 기회를 놓치게 된 상황. 다행히 국가대표와 연은 계속됐다. 이달 23일부터 멕시코에서 개최되는 제3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U-23 야구월드컵)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KBO리그 1군 콜업으로 출전이 어려워진 몇몇 프로선수들을 대신해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예상치 못한 월반으로 고3 동기들과 잠시 떨어지게 된 김도영과 조원태, 문동주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1차지명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각각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의 부름을 받고 프로 입단을 준비 중이다.

▲ 문동주와 김도영, 최재호 감독(왼쪽부터)이 14일 대구시민구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구, 고봉준 기자
다시 이야기를 되돌려 대구시민구장. U-23 야구대표팀이 10일 소집된 가운데 U-18 야구대표팀도 13일부터 대구로 모였다. 비록 대회는 취소됐지만 태극마크가 달린 유니폼을 받고, 또 또래들과 추억을 쌓게 한다는 취지로 특별 소집됐다. U-23 야구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르는 스파링 파트너 임무도 함께 부여받았다. 그리고 14일 U-18 야구대표팀이 전부 모인 가운데, U-23 야구대표팀은 일부만 나와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김도영과 조원태, 문동주는 U-18 훈련 내내 U-23 선수들이 있는 1루 덕아웃으로 가지 못하고 방황했다. 현재 신분은 U-23이지만, 친구들의 훈련을 돕기 위해 3루 덕아웃을 서성였다.

일일 도우미 자청이었다. 김도영은 3루, 조원태는 홈, 문동주는 1루 부근에서 펑고 훈련을 도왔다. 선수들의 송구를 받아 펑고를 치는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하고, 또 뒤로 빠지는 공을 막는 볼보이 임무를 맡았다. 문동주는 본인의 포지션이 아닌 백업 1루수로도 나섰다.

훈련 뒤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우리 신분이 조금 애매하다. U-23이긴 하지만, U-18 소속인 느낌이기도 하다. U-20 정도 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U-18과 동행은 계속됐다. 조원태는 유일한 고등학교 2학년 국가대표 심준석(17·덕수고)과 함께 연신 몸을 풀었고, 김도영도 3루 덕아웃 주변에서 친구들과 훈련을 함께했다.

▲ 심준석(왼쪽)과 조원태가 14일 대구시민구장에서 함께 몸을 풀고 있다. ⓒ대구, 고봉준 기자
이를 지켜보던 U-18 야구대표팀 사령탑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최재호 강릉고 감독은 “저렇게 훌륭한 선수들을 데리고 대회를 나가야 하는데 일정이 취소돼서 너무나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선수들이 이렇게라도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며 웃었다.

이어 “물론 걱정은 있다. 내일 예정된 U-23 야구대표팀과 평가전이다. 우리 주축들이 모두 상대팀으로 가서 전력이 약해졌다. 형들을 상대로 꼭 이겨야 하는데 걱정이다”고 이야기했다.

사령탑의 걱정을 들은 이들이 “친구들 생각해서 살살 하겠습니다”고 넉살을 부리자 최 감독은 “큰일이 날 소리들을 한다”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이날 훈련 말미, 셋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자 조원태와 문동주가 약속이나 한 듯 “(김)도영이가 가운데로 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유를 묻자 “도영이가 야구를 가장 잘하기 때문이다”고 웃었다. 물론 김도영 역시 이를 싫어하지 않는 눈치였다. 프로 데뷔 전 마지막 추억을 쌓고 있는 이들에게선 이처럼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조원태와 김도영, 문동주 그리고 이번 소집훈련 도중 월반한 윤태현(18·인천고)이 합세하는 U-23 야구대표팀은 15일 오후 1시 같은 곳에서 U-18 야구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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