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알링턴(미 텍사스주), 조미예 특파원]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 있게 내 공을 던졌다.”

1일(한국시간) 텍사스주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강타선 보스턴을 상대로 무실점 피칭을 한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은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 있게 본인의  공을 던져 좋은 결과가 나왔음을 알렸습니다. 등판 하루 뒤인 2일 경기에 앞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줌 인터뷰에 모습을 드러낸 양현종은 첫 게임보다 두 번째 경기가 좋았고, 앞으로 경기를 치르면서 더 나아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완벽투를 펼친 양현종은 더그아웃에서 큰 웃음을 보였습니다. 통역 최지원 씨가 말을 꺼내자 터진 웃음이었습니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변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웃음을 보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취재진과 거리가 유지되고 있어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양현종은 누구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가 왔고, 준비된 자가 결과로 보상받고 있습니다. 

꿈의 무대였던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라 내로라하는 강타선을 꽁꽁 얼어붙게 하는 강력한 피칭을 했습니다. 

양현종은 1일 보스턴전에서 4⅓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을 기록하며 텍사스의 불펜 소모를 최소화했습니다. 지난달 27일 LA 에인절스와 경기에도 구원 등판해 4⅓이닝 2실점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호투입니다. ERA도 4.15에서  2.08로 크게 낮췄습니다.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양현종의 피칭. 단 두 번의 경기로 판도가 뒤바뀌고 있습니다. 어제오늘 텍사스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 선발 기용 가능성에 대해 머지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아리하라 고헤이는 최악의 피칭을 보여줬습니다. 1회 선두 타자와 두 번째 타자에게 연달아 볼넷을 허용하더니, 세 번째 타석에 오른 J.D. 마르티네즈에게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고, 2⅔이닝 6실점을 하며 공을 양현종에게 넘겼습니다.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구위가 예전 같지 않았다. 스플리터 구속도 그렇고 슬라이더의 예리함도 떨어졌는데,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리하라 고헤이가 2⅔이닝 동안 6실점을 기록하며 부진하자 텍사스 우드워드 감독은 불펜에서 양현종을 호출했습니다.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포수 요나 하임에게 격려를 받습니다. 편하게 임하라는 의미입니다.  
선발 투수 아리하라가 무너진 상황, 그리고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보스턴이기에 긴장감을 덜어주려는 격려였습니다. 그런데 양현종은 긴장보단 되려 즐기는 느낌입니다. 
편안하게 자신 있게 자신의 공을 던진 양현종은 아니나 다를까 가볍게 공 하나 던지고, 3회를 끝냈습니다. 3회 2사 1루에서 공을 이어받은 양현종은 마주한 헌터 렌프로를 우익수 직선타로 잡고 이닝을 종료했습니다. 순삭이었습니다.  
공 하나로 이닝을 종료하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양현종에게 포수 요나 하임이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위기를 잘 넘겼고, 앞으로 남은 이닝이 더 많으니 서로 이야기를 나눈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마운드에 오른 4회초. 타석에선 ‘코르데로-아로요-버두고’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첫 타자 코르데로는 1루수 땅볼로 유도해 직접 1루 커버를 하면서 아웃카운트를 잡았습니다.  
3회가 몸풀기였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양현종의 실력을 발휘할 시간입니다.  
아로요는 양현종의 세 번째 공에 배트를 맞혔지만, 2루수 땅볼 아웃. 양현종이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살짝 점프해봤지만, 잡을 위치는 아니었습니다. 
2루수 닉 솔락이 깔끔하게 잡아 1루로 송구, 아웃 카운트를 잡았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깔끔한 송구였습니다. (참고로 기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계속 취재하고 있었습니다). 
코르데로에 이어 아로요까지 가볍게 두 타자를 처리했습니다.  
양현종은 타자를 상대하기 앞서 꼭 메모지를 확인했습니다. 상대 타자 분석 기록지입니다. 상당히 자주 들여다봤습니다. 아무리 사전에 분석하고 공부를 해도 실전 경험이 많지 않아 계속 보게 됩니다.  
보고 또 봅니다. 자주 보면 어떻습니까. 그렇게 해서 버두고를 삼진으로 잡았으니 된 거죠.  
4회도 순삭이었습니다. 공 10개로 세 명의 타자를 모두 아웃 시키고, 동료들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이날 양현종이 유일하게 안타를 허용했던 J.D. 마르티네즈. 하지만 다음 타석에 오른 보가츠를 3루수 땅볼로 유도하면서 J.D. 마르티네즈가 2루로 진루하는 걸 막았습니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오늘 보스턴 강타선을 상대로 어떻게 던졌는지 보지 않았는가?”라며 양현종의 투구를 치켜세웠습니다. 그러면서 “(보스턴은) 한 번 실투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는 타선이다. 그런 타선을 상대로 제대로 맞은 타구가 하나도 없었다. J.D. 마르티네즈가 친 jam shot (정타가 아닌 빗맞은, 먹힌 타구)이었다”라고 말하며 “매우 인상적이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전혀 긴장감 없이 상대 타선을 요리하고 있는 양현종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드워드 감독 역시 이 부분을 치켜세웠습니다. “양현종이 올라오기 전까지 보스턴은 짧은 시간에 홈런을 몰아치며 기세가 좋았는데, 양현종이 그들을 셧다운했다.”
우드워드 감독은 지난 두 경기에서 보여준 양현종의 피칭이 아주 인상적이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잘 던졌다면서 말이죠. 그리고 선발 투입 관련해서 “오래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고려 대상이다”라고 말하며, “이번에도 공격력 좋은 미네소타를 상대한다. 곧바로 투입하는 것이 나중에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우드워드 감독은 이렇게 답변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양현종의 선발 여부는 오늘 내일 중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다.”

단 두 경기만에 분위기를 역전 시킨 건 꿈을 향해 달린 양현종의 노력의 결실입니다. 

스포티비뉴스=알링턴(미 텍사스주), 조미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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