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정용진 신세계 이마트 그룹 부회장(SSG 랜더스 구단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팬들과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다. 확실히 이전의 구단주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그것도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이다. ‘야구단에 진짜 관심을 갖는’ 구단주에 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그런데 정 부회장의 행보는 단순히 SSG 안에만 있지 않는다. 밖으로 나간다. 보통 야구단 관계자들은 타 구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굉장히 조심스러워 한다.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대개 그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폐쇄된 리그에서 굳이 서로를 긁어 좋을 게 없고, 언제든지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경험도 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최근 팬들과 소통에서 롯데는 물론 키움까지 걸고 넘어져 큰 관심을 모았다.
롯데와 대립각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잠실야구장 방문에 대해 “내 도발 때문”이라고 오히려 즐겼다. 키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히어로즈 인수에 관심이 있었을 당시 철저하게 무시당한 경험을 가감 없이 내비쳤다. 치부일 수도 있지만 시원하게 자신의 입으로 정리해버렸다. 그래서 최근 3연전 위닝시리즈에 대해 기분이 좋았다고 공개적으로 직격하기도 했다.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조금 나뉜다. 가식 없고, 야구단을 생각하는 구단주의 등장을 반기는 팬들이 많다. 구단주가 ‘선비’가 될 필요는 없고, 정 부회장의 행보가 프로야구계에 또 다른 볼거리를 안겨준다고 말한다. 반면 표현의 방식에서는 조금 더 정제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팬들도 있다. 표현을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재밌는 이야기는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주된 타깃이 되고 있는 롯데는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도 비공식 채널에서는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도 프로야구의 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신세계와의 라이벌 관계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몇몇 발언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는 그룹 차원에서도 면밀하게 살필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실제 개막전 당시 허문회 감독의 발언은 롯데 그룹의 의중이 섞였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행보는 롯데가 불쾌하든 그렇지 않든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통과 무관한 한 기업 관계자는 “롯데는 1등, 신세계는 2등 이미지에 가깝다. 그룹 규모에서는 우리 생각보다 큰 차이가 난다. 2등이 1등을 걸고 넘어지고 자신들이 더 잘하고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없이 있었던 사례다. 반대로 1등은 여기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지금 상황과 똑같다.
롯데나 키움을 넘어 다른 팀들도 언젠가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뭔가의 사연이 있는 두 구단처럼 날선 발언이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거침없는 정 부회장의 행보를 보면 어떤 접점이 생길 경우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지금까지는 그룹 차원의 라이벌리 형성이었지만, 야구 내적인 라이벌을 찾으라면 지역이나 역사 측면에서 롯데보다 더 적절한 대상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 그간 SSG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야구적 라이벌은 롯데가 아니었고, 롯데 또한 SSG를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정용진의 입은 이제, 어디로 향하게 될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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