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껴지십니까, 무관중과 만원 관중의 차이. ⓒ SPOTV NEWS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올해 일어난 모든 일이 그렇듯, 2020년 KBO리그도 코로나19와 떨어질 수 없는 1년을 보냈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가 KBO리그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돌아봤다. 

▷ 1월 국내 코로나19 발생, 천천히 스며드는 공포감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24일 두 번째 환자가 발견됐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피어오르기 시작할 무렵, KBO리그는 비활동기간을 마무리하고 스프링캠프를 준비하고 있었다. 키움 히어로즈는 올해 대만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코로나19가 최초로 발견된 중국과 가까운 곳이라 긴장감 속에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캠프 취재 풍경도 달라졌다. 취재진은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선수들을 만났다.  

▷ 2월, 시범경기 취소와 출국 대란

본격적으로 야구 뉴스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구단 관계자는 아니지만 야구장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이 코로나19 의심증세를 보여 선수단 훈련이 전면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만발 한국행 비행기가 결항되면서 키움은 귀국길이 막힐 뻔한 난처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가장 결정적인 위기는 따로 있었다. 2월 27일, KBO는 시범경기 전면 취소를 결정했다. 28일에는 KIA가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를 연장해 한국의 상황을 지켜보는 동시에 시즌 준비를 이어갔다. 

▲ 관중 없는 잠실구장. ⓒ 한희재 기자
▷ 3월, 캠프 연장과 단축 사이

시범경기가 취소로 KIA에 이어 롯데가 호주 캠프를 12일 연장했다. 일본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린 팀들은 반대로 조기 귀국을 해야했다. 일본 정부가 3월 5일 한국 체류자의 입국을 제한하면서 하늘길이 막혀서다. 삼성은 오키나와 직항이 아닌 미야자키 경유로 어렵게 돌아왔는데, 귀국 후에도 대구경북 지역 대규모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날이 계속됐다. 

KBO는 긴급 실행위원회(단장회의)를 열어 개막 연기를 전격 결정했다. 선수단 혹은 구단 관계자, 협력업체 직원의 발열 증세만 나타나도 모두가 가슴을 철렁한 시간들이었다. 일부 구단 외국인 선수들은 선수단과 떨어져 개별 귀국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시즌 성적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됐다. 

▷ "개막이 언제죠" 잔인한 4월…5월 개막 확정

KBO리그는 4월에도 문을 열지 못했다. 개막일이라도 확정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 통에 'D-Day'를 잡는 것부터 어려웠다. 선수들은 청백전으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려 애쓸 뿐이었다. 동시에 큰 진전이 있었다. 21일부터 다른 팀과 연습경기가 시작됐고, 5월초 개막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잡혔다. 연습경기 시작과 함께 5월 5일 개막이 확정됐다.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나오면 시즌이 언제 중단될지 모른다는 공포는 여전히 KBO리그 곁에 있었다.

▷ 5월, 뜻밖의 코로나19 효과 'K-베이스볼'

5월 4일 밤, 미국 ESPN이 KBO리그 해외 판권을 구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ESPN은 정규시즌 매일 1경기와 포스트시즌까지 KBO리그의 시작과 끝을 함께 했다. KBO리그와 인연이 있는 선수, 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방송인들까지 '객원 해설'로 마이크를 찼다. ESPN은 KBO리그 개막 특집 기사까지 준비하며 'K-베이스볼' 띄우기에 나섰다. 미국 야구 팬들은 NC 다이노스를 '노스 캐롤라이나 다이노스'라 불렀다.  

▲ 5월 5일 KBO리그 개막전을 취재하기 위해 인천을 찾아온 알자지라 취재진. ⓒ 곽혜미 기자
▷ 6월, 개막은 했지만 무관중 걱정 

개막은 했지만 우려는 계속됐다. 무관중 경기로 수입이 막힌 구단이 내년을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 기다림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 6월이었다. KBO는 6월 28일 방역 당국의 프로스포츠 제한적 관중 입장 허용 방침에 따라 미리 준비한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실행에 옮겼다. 한편으로는 화려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자랑하는 '무소속' FA들이 KBO리그 문을 두드린다는 소식도 전해진 6월이었다. 이 소문은 결국 사실이 됐다. 키움이 2016년 시카고 컵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에디슨 러셀을 영입했다.  

▷ 관중 입장 개시, 그러나 다시 무관중

두 달을 기다려온 관중 입장,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19 확산세에 7월초 관중 입장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거의 한 달을 기다린 끝에 7월 26일부터 전체 관중석의 10%라는 소규모 인원이 '직관'을 할 수 있게 됐다. 목소리를 내는 응원도, 관중석에서 즐기는 '치맥'도 없었지만 팬들은 야구장을 찾아왔다. 

8월에는 30%로 입장 인원이 늘어났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16일부터 서울 잠실구장과 고척스카이돔, 수원 kt위즈파크가 무관중 경기로 돌아섰다. 부산 사직구장,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창원 NC파크 등이 연이어 무관중 진행을 결정했다. 적막한 공기가 다시 그라운드를 채웠다. 

▲ 관중이 찾아온 KBO리그, 조금씩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 한희재 기자
▷ 처음이자 마지막 '선수 확진'

8월 마지막 날, 한화 투수 신정락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야구계가 깜짝 놀랐다. KBO는 퓨처스리그를 전격 중단했고, 신정락과 접촉했던 이들까지 모두 격리됐다. 한화 퓨처스팀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1군 선수단도 치명상을 입었다. 부상 선수가 나와도 대체할 선수를 올릴 수 없었다. KBO는 경기 전후로 상대 팀 선수들과 친목 행위를 금지하는 강화한 코로나 대응 방침을 내놨다. 그래도 KBO는 흔들리지 않고 미래를 향했다. 8월에 열리던 신인 드래프트가 9월로 미뤄졌을 뿐 정상 진행됐다. 

▷ 코로나19 극복…NC 악재 이기고 통합우승

10월, 코로나19 공포 속에서도 KBO리그는 막바지를 향하기 시작했다. 무관중 제약도 10월들어 다시 풀려 20% 수준에서 관중이 입장했다. 한 시즌 총 관중 수는 32만 8317명, 역대 최소 신기록이었다. 

11월 1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11월 25일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11월을 꽉 채운 포스트시즌 일정도 확정됐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 앞에 뒀던 kt는 멜 로하스 주니어의 발열 증세로 진땀을 흘리기도 했지만 결국 음성 판정이 나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캠프에서 돌아온 뒤 협력업체 직원, 코칭스태프의 발열 증세로 국내 훈련에 차질을 빚었던 NC는 결국 정규시즌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을 이뤄내며 코로나19 시즌의 챔피언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 NC의 창단 첫 우승으로 KBO리그는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정규시즌 720경기, 포스트시즌까지 모두 치르는 기적을 이뤄냈다. ⓒ 곽혜미 기자
▷ 내년은 어떻게 다를까

KBO리그 10개 구단은 해외 캠프를 전면 포기했다. 미국, 일본 등 스프링캠프가 주로 열리던 곳의 코로나19 유행이 한국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대만은 입국부터 어렵다. 또 캠프가 끝난 뒤 국내에서의 2주 자가격리도 걱정거리. 결국 KBO리그 팀들은 각자 국내 캠프지를 찾아 나섰다. 2021년 개막은 4월 3일로 확정됐다. 코로나19 백신이 들어오고, 또 치료제 개발까지 기대되는 내년 시즌은 어쩌면 더 많은 관중과 호흡하는 KBO리그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든다. 동시에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2020년의 프로야구가 누구도 예상 못 한 변수를 만난 것처럼, 2021년에는 또다른 변수들이 찾아올지 모른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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