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부수 던진 이승우 ⓒ신트 트라위던 사회관계망서비스 갈무리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 회장의 자서전 제목처럼 이승우(22, 신트 트라위던)가 이를 악물었다.

이승우는 지난달 29일(한국시간) 2020-21 벨기에 주필러리그 4라운드 외펀전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팀은 1-1로 비겼지만, 0-1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이승우의 활발한 움직임이 스즈키 유마의 페널티킥 골을 이끌었다.

외펀전은 상대의 퇴장으로 수적 우세에서도 신트 트라위던 스스로 경기를 어렵게 했다. 측면 미드필더였던 이승우가 중앙으로 이동해 수비에도 가담하고 공격 진영까지 치고 올라가면서 풀렸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온 힘을 쏟았던 경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우승 후보' 헨트와 개막전에서는 후반 14분 교체로 들어갔고 2라운드 안더레흐트전은 동료의 퇴장으로 수비 중심의 경기 운영을 하면서 뛸 수 없었다. 3라운드 오스덴데전도 선발 출전했지만, 동료 수비수의 퇴장으로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됐다. 운이 많이 따르지 않은 경기였다.

그래서 외펀전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섰다. A매치 휴식기에 들어가기 전 호주 출신 케빈 머스켓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야 다음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특유의 공간 돌파를 시도하며 수비수를 현혹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날 경기 뒤 이승우는 신트 트라위던 출전 선수 14명 중 가장 많은 11km가 조금 넘는 이동 거리를 기록했다. 단순히 뛴 거리만 많았던 것이 아니라 상대와 볼 경합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는 등 내용도 좋았다. 이승우 측 관계자는 "스스로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객관적인 기록이 증명해주는 것에는 기분이 좋은 것 같다. 그만큼 열심히 하려고 애쓴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성인 무대 데뷔 후 부침이 컸던 이승우다. 'FC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일부 비판적인 축구 팬들로부터 '희화화'되는 일도 있었다. 엘라스 베로나(이탈리아)에서 실력을 보여주려 노력했지만, 궁합이 맞지 않았다.

2019년 여름 신트 트라위던을 선택했지만, 혼란의 연속이었다. 2017년 일본인 구단주가 팀을 이끌면서 이승우에게 러브콜을 보내 영입했지만, 정작 마르크 브라이스 감독이나 그의 뒤를 이었던 니키 하이옌 감독대행은 이승우를 활용하지 않았다. 실력이 떨어지는 일본인 선수들이 중용되는 것을 벤치에서 지켜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현역 시절 안트워프, 안더레흐트에서 뛰었던 설기현 경남FC 감독은 "이승우의 기량은 큰 문제가 없다. 청소년 시절 경기를 보면 정말 잘했다. 기량은 뛰어난데 벨기에 리그에 얼마나 적응하냐가 문제다. 거칠고, 단순한, 힘으로 하는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2018-19 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이승우에게는 올 시즌을 확실하게 준비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프랑스, 독일 등 다수 팀이 여전히 이승우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이적 대신 신트 트라위던에서 버티기로 승부수를 던졌고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 머스켓 감독의 선택을 받아 2골을 넣으며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5명이나 되는 일본 선수들의 힘을 유연하게 눌러야 한다. 일본 자본의 막강함을 현장에서 제대로 느끼고 있는 이승우다. 객관적 기량이 떨어져도 출전 기회가 먼저 주어진다. 실력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이승우는 국내에서 훈련하다 6월 초 벨기에로 출국했다. 빨리 합류해 머스켓 감독의 전술에 섞이는 것이 중요했다. 일단 초반 흐름은 좋다.

현지 적응에 늘 소리 없이 지원했던 어머니의 비자가 발급되지 않았지만, 차분하게 다음을 기다리고 있다. 이승우 측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몸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현지에서도 훈련만 집중했다. 좋은 시즌이 될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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