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의 2차 1번 지명이 확실시되는 김진욱은 우승의 한을 풀고 드래프트장에 나가길 원한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목동, 김태우 기자] 긴장이 조금 풀린 상황에서 진행되던 경기가, 한 선수의 등판으로 순식간에 긴장감을 되찾았다. 올해 아마추어 투수 최대어 중 하나로 뽑히는 좌완 김진욱(강릉고 3학년)이 등장하자 많은 이들의 시선이 마운드에 집중됐다.

김진욱은 2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서울디자인고와 경기에서 9-0으로 앞선 9회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객관적인 전력 차이, 큰 점수차, 그리고 1이닝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굳이 등판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22일 결승전을 앞두고 몸을 가볍게 푸는 과정이 필요했다.

듣던 대로였다. 이날 KBO 스카우트들이 잰 김진욱의 최고 구속은 140㎞대 초반. 전력으로 공을 던진 것이 아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김진욱도 경기 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안정적인 제구력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1이닝을 순식간에 지웠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패스트볼의 위력은 고등학생이라고 믿기 쉽지 않았다. 

전학 경력이 있는 김진욱은 오는 24일 진행될 1차 지명 대상자는 아니다. 그러나 2차 지명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이 확실시된다. 2차 전체 1순위 지명권은 지난해 최하위인 롯데가 가지고 있다. KBO 구단 스카우트들은 “롯데의 지명이 확실시된다고 표현해도 된다”고 말한다. 롯데도 지명이 확정적임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롯데 팬들은 벌써부터 ‘롯진욱’이라고 부르며 지명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일말의 이변 가능성조차도 사라졌다는 평가다. 이날 김진욱의 투구를 지켜본 한 스카우트는 “2학년까지 잘했던 최대어가 미끄러지는 경우는 몸에 문제가 드러나 확신이 떨어지거나, 혹은 불미스러운 사고밖에 없다”고 과거의 사례를 설명하면서 “황금사자기 때도 그랬고, 대통령배에서도 김진욱의 투구는 정상적이었다. 부상이나 다른 문제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롯데의 지명을 단언했다.

김진욱 또한 20일 대통령배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뒤 “컨디션은 굉장히 좋고, 페이스도 조금씩 올라오는 것 같다. 최지민 엄지민이 너무 잘 던져줘서 결승까지 올라온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나 김진욱은 지금 당장 프로 유니폼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오직 결승전만 생각한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국대회에서만 세 차례나 준우승에 머문 강릉고다. 김진욱은 물론 선수들 모두 우승이 간절하다.

당장 5월에 열린 황금사자기에서도 김해고에 역전패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당시 김진욱은 마운드에서 역투했지만, 마지막 순간 투구 수 제한(105구)에 걸려 아쉽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팀은 그 후 역전을 허용했다. 김진욱은 두 번 실패는 없다는 각오로 똘똘 뭉쳤다. 믿음은 강하다. 자신의 컨디션도 좋고, 동기들과 후배들의 경기력을 봐도 자신감이 생긴다.

김진욱은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경남고도 콜드게임으로 이겼을 정도로 타자들도 잘해주고 있고, 투수들도 평균자책점이 0점대다”고 전력에 강한 신뢰를 드러내면서 “작년에 두 번 준우승하고, 올해도 너무 아쉽게 준우승을 했다. 하지만 대통령배는 다들 페이스가 굉장히 좋고, 투수들도 많이 올라왔다. 팀원들도 우승하고 싶어 한다. 꼭 우승하고 싶다.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2021년도 KBO 2차 신인드래프트는 오는 9월 21일 열린다. 즉, 이번 대통령배는 드래프트 이전 김진욱이 강릉고 유니폼을 입고 경험할 마지막 결승 무대가 될 수 있다. 여기서도 준우승을 하면 고교 3년 동안 우승 경력 없이 지명장에 나선다. ‘최고 좌완’ 평가를 받는 김진욱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다. 대통령배 결승 전장에 나서는 김진욱의 각오가 남다른 이유다.

스포티비뉴스=목동,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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