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LB 진출 후 더 진화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메릴 켈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에서 4년간 뛰어 우리 팬들에도 익숙한 메릴 켈리(32·애리조나)는 지난해 미국으로 돌아가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을 치렀다. 첫해 32경기에서 183⅓이닝을 던지며 13승14패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 보란 듯이 연착륙에 성공했다.

지난해 연봉(200만 달러)을 생각하면 그 이상의 가치를 충분히 제공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성적이 더 업그레이드됐다. 물론 아직 5경기 등판이기는 하지만 기세가 좋다. 켈리는 20일(한국시간)까지 5경기에 나가 31⅓이닝을 소화하며 3승2패 평균자책점 2.59의 뛰어난 성적으로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피안타율은 0.218,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0.99에 불과하다.

이런 켈리는 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통계 칼럼니스트 이노 새리스가 21일 선정한 ‘당황스러운 투수 10인’에 뽑혔다. 예상하지 못했던 성적을 낸 투수라는 의미인데, 켈리의 경우는 긍정적인 방향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사람들을 당황시켰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새리스는 “전통적인 평가 잣대라면 이 31세의 선수가 오직 떨어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현재 그의 피안타율은 (종전 성적과 대비해) 너무 낮고, 이는 0.300 가까이 올라갈 것이다. 또한 그는 모든 주자들을 계속 서게 만들(잔루를 의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홈런을 허용하기 시작하면 평균자책점은 부풀어 오를 것”이라고 원론적인 시각을 꺼내들면서도 “하지만 켈리는 시장에서 저평가된 유형의 선수”라고 강조했다. 

야구는 평균으로 회귀하는 성향을 가진다. 그래서 앞으로 켈리의 기록도 지난해 수준으로 점차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건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새리스는 켈리는 성장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한 것이다. 새리스는 토론토의 에이스 류현진(33)과 켈리를 비교하며 호평을 남겼다. 

새리스는 “그는 5가지 유형의 구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구종을 모두 10% 이상씩 던진다. 그리고 그 모든 구종의 커맨드가 좋다. 마치 류현진의 오른손 버전인데, 그것이 잘 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도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다양한 구종을 정교하게 던진다. 리그 전체를 따져도 독보적인 장점이다. 켈리 역시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역시 많은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진다. 올해는 커맨드까지 나아졌다는 게 새리스의 분석이다.

새리스는 켈리가 이미 지난해 막판 가장 뛰어난 시기를 보냈다면서 현재의 활약이 ‘성장’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에 무게를 뒀다. 그는 켈리가 좌타자를 상대로는 포심패스트볼보다는 컷패스트볼을 더 많이 던지고 있으며 그것이 스트라이크 비율의 향상과 함께 맞아 떨어지고 있다고 봤다. 또한 그런 경향이 지난해 막판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도 분석했다. 실제 켈리는 지난해 마지막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18을 기록하며 분전했다.

새리스는 “켈리는 리그를 배우고 있고, 조금 더 향상된 구속과 약간의 구종 선택 다변화를 바탕으로 앞으로 그의 예상치보다 더 잘할 것”이라고 총평했다. MLB 경력이 없던 켈리는 한국에 와서 커터와 투심패스트볼 등 변형 패스트볼의 완성도를 높이며 계속 성장했다. 그 결과 MLB 무대를 밟을 수 있었고,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새리스는 그런 점을 들어 켈리의 활약을 기대한 것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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