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히어로즈가 18일 계약 해지를 결정한 투수 윤영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키움 히어로즈와 투수 윤영삼의 이별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키움은 18일 KBO에 투수 윤영삼의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계약 해지는 일반적인 방출 절차인 웨이버 공시보다 더 강한 제재로 KBO가 승인한 날부터 시즌 잔여 연봉을 받을 수 없다. 구단은 선수가 계약, KBO 규약 및 이에 부속하는 규정을 위반한 경우 또는 선수가 충분한 기술 능력을 고의로 발휘하지 않는 경우 KBO의 승인을 받아 계약 해지할 수 있다.

2011년 삼성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2013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키움 유니폼을 입게 된 윤영삼은 올해 팀이 불펜 필승조로 기대했던 자원이다. 지난해 데뷔 후 가장 많은 54경기에 등판해 3승3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했다. 

수치로 계산되는 기록은 많지 않았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호투를 하며 올해는 필승조를 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고 윤영삼 본인도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당시 인터뷰에서 프로 입단 10년차이자 지난해 10월 아이를 낳은 아빠로서 새로운 발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영삼은 스프링캠프에서 동료들과 불화가 발생해 3월 초 조기귀국 조치됐다. 쌓여 있던 오해와 감정을 동료들에게 음주 상태로 표출하는 과정이 문제를 일으켰다. 키움 선수들 대부분이 그동안 누적돼 온 윤영삼의 거친 언행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군 개막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그는 퓨처스에서 19경기 1승 2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0.88로 좋은 기록을 보였음에도 여전히 1군에서 부름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그의 피칭을 기억한 팬들의 의문이 커졌으나 구단은 선수단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여기에 최근 일이 또 터졌다. 키움은 이달 들어 '2020년 프로스포츠 성폭력 실태 조사 추진 계획' 공문을 받은 후 자체 조사를 진행하던 중 11일 윤영삼과 연관된 구단 내 성희롱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구단 자문 노무사와 변호사에게 법적인 판단을 의뢰했고, 12일 해당 사안이 양성평등 기본법 등에서 정한 금지 행위인 '성희롱 행위'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받았다. 

키움은 KBO 클린베이스볼 센터에 해당 사안을 즉시 신고했고, 자체적으로 추가 조사를 실시한 후 17일 KBO에 경위서를 제출했다. KBO는 경위서를 살펴본 뒤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구단은 이와 별도로 관련 사안에 대해 내부 논의를 한 결과 윤영삼과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보통 선수와 합의 후에 이루어지는 웨이버 공시가 아닌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키움이 윤영삼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걸 의미한다. 윤영삼은 당장 새 팀을 찾지 못하면 KBO가 계약 해지를 승인한 이후에는 연봉조차 받을 수 없다. 

최근 KBO와 구단들은 사생활 문제, 범법 행위에 대해 칼같이 단속하고 제재하고 있다. 더이상 선수들이 야구장 밖의 일로 팬들에게 큰 실망을 주는 일은 막겠다는 의지가 크다. 윤영삼 역시 올해 그에게 향했던 기대를 뒤로 하고 불명예스럽게 글러브를 내려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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