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출신 사제 지간 맞대결, 투헬vs나겔스만(왼쪽부터)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스타플레이어들이 팀을 이끄는 파리생제르맹(PSG)일까, 아니면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을 중심으로 한 RB라이프치히일까? 두 팀 가운데 한 팀만 결승에 오른다.

PSG와 라이프치히는 19일(한국 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서 열리는 2019-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격돌한다. 독일 출신의 사제 지간인 토마스 투헬(PSG) 감독과 나겔스만의 감독의 맞대결로도 관심이 모인다.

두 팀은 비슷한 듯, 다른 팀이다. PSG와 라이프치히 모두 리그에서 '공공의 적' 취급을 받는다. PSG는 카타르 자본의 지원을 받아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프랑스 최고의 팀이 됐다. 네이마르(2억 2200만 유로), 킬리안 음바페(1억 8000만 유로) 두 선수의 이적료는 웬만한 팀을 하나 꾸릴 수 있을 정도의 거액이다. 경기를 혼자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선수를 뜻하는 '크랙'을 PSG는 2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라이프치히 역시 구단의 투자 때문에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스포츠 음료를 파는 레드불 그룹이 '50+1 규정(구단 지분의 51퍼센트를 공적 지분이 소유해야 한다)'을 우회해, 자금을 투자한다는 의심 아래 팀을 빠르게 성장시켰다. 2009-10시즌 5부 리그에 있던 라이프치히는 2014-15시즌 1부 리그 분데스리가까지 고속 승격했다. 지금도 공격적인 투자를 펼치면서 분데스리가 상위권에서 경쟁을 펼친다.

하지만 몸값이 압도적이진 않다. 축구 이적 전문 매체 '트랜스퍼마르크트'의 자료에 따르면 라이프치히 선수단 몸값 총액은 5억 783만 유로 규모(약 7156억 원)다. 이는 분데스리가에서 바이에른뮌헨, 도르트문트에 이은 3위다. 역대 최고 이적료 지출은 2016-17시즌을 앞두고 잘츠부르크에서 영입하면서 나비 케이타에게 썼다. 당시 이적료는 2975만 유로(약 463억 원).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몸값이다.

대신 라이프치히는 능력 있는 지도자들과 함께했다. 랄프 랑닉, 랄프 휘젠하틀, 그리고 지금의 나겔스만까지 전술가형 지도자들을 사령탑에 앉혔다. 선수단의 면면이 만만치 않지만, 이미 스타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린 선수들보단 유망주 영입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필드플레이어 가운데 30대는 슈테판 일산커딱 1명뿐이다. 유망주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지도자와 함께 성적을 올리는 형태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8강에 오른 여정도 비슷했다. PSG는 8강에서 아탈란타를 만나 2-1로 힘겹게 역전승을 거뒀다. 핵심엔 역시 네이마르가 있었다. 경기 동안 16번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키면서 사실상 원맨쇼를 펼쳤다. 골 결정력에서 문제를 보이긴 했지만, 결국 네이마르는 1도움을 올리고 결승 골의 시발점이 된 스루패스를 하면서 맹활약했다. 여기에 교체 투입된 킬리안 음바페 역시 경기 흐름을 바꾼 중요한 카드였다.

하지만 팀으로서 대처는 아쉬웠다. 0-1로 끌려가면서 경기가 풀리지 않을수록 네이마르가 중원까지 내려오면서 직접 공을 운반해야 했다. 다른 선수들의 장점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이번 준결승에선 앙헬 디 마리아가 복귀해, 네이마르와 음바페의 부담을 나눠질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반면 라이프치히는 용감하게 싸웠다. 노련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맞아 전방 압박을 시도하고, 후방에서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해 쓰면서 공격 숫자를 극대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나겔스만 감독의 스타일이 잘 묻어있는 전술을 젊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구현하며 2-1로 4강행에 성공했다.

▲ 포울센의 뒤에서 공간을 확보한 올모(위 빨간 원), 아담스(아래 빨간 원)의 공간은 포울센과 쉬크가 만들었다.

귀중한 2번의 득점 장면은 라이프치히가 좋아하는 공격 형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라이프치히의 축구에선 '공간 침투'가 핵심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좁은 수비진 사이에서 공간을 만들려면 공격적으로 침투하면서 '미끼'가 되어주고 이 뒤를 이용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 후반 6분 선제골 장면에서 다니 올모는 유수프 포울센이 스테판 사비치를 끌고 움직인 공간에서 헤딩 득점을 터뜨렸다. 후반 43분 타일러 아담스의 득점 역시 마찬가지다. 앙헬리뇨가 측면에서 크로스를 시도할 때 최전방에서 파트릭 쉬크와 포울센이 움직이면서 아틀레티코 수비진을 끌고 움직인 뒤 공간에서 슈팅 찬스를 잡았다.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운으로 오르는 팀은 없다. 두 팀 모두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좋은 팀을 만들었다. 두 감독 모두 전술적 능력도, 선수들의 역량 역시 뛰어나다.

하지만 굳이 강조점은 조금 다른 면에 찍힌다. PSG는 위기의 순간 '마법'을 부려줄 스타플레이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선수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 반면 라이프치히엔 한순간 경기를 바꿔줄 압도적인 선수는 없다. 하지만 팀의 움직임으로 중요한 순간 골을 합작하고 있다. 두 팀의 맞대결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도 좋을 이유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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