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외국인타자 제이미 로맥이 21일 인천 롯데전에서 9회말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뒤 활짝 웃고 있다. ⓒ인천,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고봉준 기자] SK 와이번스의 4번타자는 자신뿐이라는 점을 증명하려는 포효였을까.

올 시즌 뜻밖의 내부 경쟁자를 맞이하게 된 SK 외국인타자 제이미 로맥(35)이 모처럼 중심타자다운 몫을 해냈다. 로맥은 2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7로 뒤진 9회말 1사 1루에서 상대 마무리 김원중으로부터 2점홈런을 터뜨리고 극적인 8-7 끝내기 승리를 이끌었다.

2017년 SK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무대를 밟은 로맥은 타고난 장타력을 앞세워 자신만의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데뷔와 함께 31홈런을 터뜨리더니 이듬해 43홈런, 지난해 29홈런으로 3년간 총 103개의 아치를 그려냈다.

이렇게 장수 외인의 길을 걷던 로맥은 그러나 올해 100%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꾸준히 경기는 뛰고 있지만, 타율과 장타력이 모두 감소했다. 특히 SK가 올 시즌 초반 최하위권으로 처지면서 4번타자 로맥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졌다.

▲ LA 다저스 시절의 타일러 화이트.
웃고 넘길 수 없는 사안은 또 있었다. 새 외국인타자 타일러 화이트의 가세다. SK는 올 시즌 내내 부진한 외국인투수 닉 킹엄을 방출하고, 대체 자원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내야수 화이트를 데려왔다. 최근 계약이 성사된 화이트는 이달 말 입국한 뒤 8월 중순부터 1군에서 뛸 예정이다.

로맥으로선 어딘가 모르게 찝찝한 영입이다. KBO리그 대다수 구단은 외국인투수 2명과 외국인타자 1명으로 진용을 구축한다. 한국 무대 4년차 로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SK가 새 외국인타자를 데려왔다는 사실은 현재 중심타선을 이루는 로맥만으로는 후반기 싸움이 어렵다는 판단을 대신한다. 로맥으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로맥도 무형의 위기감을 느끼는 눈치다. 공교롭게도 화이트 영입이 확정된 16일부터 타격감이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다.

로맥은 1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시작으로 키움 히어로즈와 홈 3연전 그리고 이날 롯데전까지 총 5경기에서 타율 0.278 2홈런 3타점 5득점을 기록했다. 출루도 늘고, 장타도 증가했다.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던 롯데전에서의 백미는 역시 9회 끝내기 홈런이었다. 7회 무사 2·3루에서 3루수 땅볼로 물러났던 로맥은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가운데 높게 몰린 김원중의 시속 132㎞ 포크볼을 통타해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경기 후 로맥은 “경기 전 항상 계획을 가지고 타석으로 들어서는데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계획한 대로 임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새 외국인타자 타일러 화이트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긴장하기보다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선수가 와서 기뻤다. 빨리 만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새 외국인타자가 기다려진다는 로맥. 이는 과연 KBO리그 선배의 여유일까, 보이지 않는 긴장감일까. 화이트가 가세할 8월 중순. 이 궁금증은 풀릴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고봉준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