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성호.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제구만 잡으면…."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다녔던 왼손 강속구 투수가 드디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 시작했다. 삼성 라이온즈 노성호가 팀 허리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2012년 신생 구단 우선 지명으로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노성호는 당시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류현진과 투구 자세가 비슷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투구 자세와 빠른 볼로 시선을 끌었으나 노성호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점점 옅어져 갔다. 제구 난조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볼넷과 많은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지는 일이 많았다. '고칠 수 없었던' 그의 제구력은 삼성 유니폼을 입으며 나아졌다.

노성호는 2019년 시즌을 끝으로 NC 다이노스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 들어가지 못했다. 왼손 투수가 필요했던 삼성은 노성호에게 푸른 유니폼을 안겼다.

2차 드래프트는 터지지 않은 유망주, 자리를 잃은 베테랑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곤 한다. '터지지 않았던 유망주' 노성호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급하게 마무리캠프에 참가했던 노성호는 당시 "정신 차려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팀을 옮기게 됐다. NC 다이노스와 삼성 팬들께 누 끼치지 않도록 열심히 잘해보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노성호의 다짐은 현실이 되고 있다. 누를 끼치기는커녕, 부상자와 지친 선수가 속출하는 삼성 불펜진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삼성은 현재 데이비드 뷰캐넌, 최채흥, 원태인, 백정현을 중심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허윤동과 김대우는 대체 선발로 로테이션에 함께 하고 있는데, 선발투수 투구 이닝이 5이닝 수준에 머무를 때 노성호가 나선다. 노성호는 6회와 7회에 가장 자주 마운드에 오른다.

성적이 빼어나다. 노성호는 올 시즌 15경기에 나서 13이닝을 던지며 4홀드 평균자책점 1.38을 기록하고 있다. 볼넷이 10개로 적지는 않지만 삼진을 11개 잡았다. 140km/h 후반대의 빠른 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앞세워 땅볼 유도 능력을 키웠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노성호 통산 땅볼/뜬공 비율이 0.67이다. 그러나 올 시즌 1.46을 기록하며 땅볼 비율을 늘려 범타 유도에 힘썼다.

노성호가 완벽하게 제구를 잡은 것은 아니다. 빠른 속구를 바탕으로 도망가지 않는 투구를 할 뿐이다. 삼성 정현욱 투수 코치는 그를 향해 "가운데만 보고 강하게 던져라"를 캠프부터 현재까지 주문해오고 있다. 구위로 윽박지르는 강한 투구로 좋은 결과가 나오자 노성호는 점점 자신감 있는 투구를 펼치고 있다.

삼성에는 오승환을 중심으로 우규민, 최지광, 이승현, 장필준, 임현준 등으로 이뤄진 강한 불펜이 있다. 그러나 현재 결원이 많다. 최근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베테랑 권오준과 '왼손 스페셜리스트' 임현준은 29일 1군에서 말소됐다. 임현준의 경우 왼손타자를 상대로 지난해 피안타율 0.195, 31탈삼진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으나 올해는 왼손타자 상대 피안타율 0.303를 기록하며 강점을 살리지 못했다.

장필준은 지난달 16일 부상자 명단에 오른 뒤 퓨처스리그에서 등판하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승현은 지난 20일, 최지광은 지난 27일 휴식과 재정비 차원에서 말소됐다. 장필준과 이승현은 30일 1군 등록이 가능하다. 임현준과 권오준이 빠진 가운데 이승현과 장필준이 콜업 예정이다.

노성호는 한 차례 부상 회복과 휴식 시간을 보냈다. 지난 11일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손톱을 다쳐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지난 27일 1군에 복귀했다. 최지광과 바통 터치를 한 셈이다. 노성호는 복귀전인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귀환을 알렸다.

삼성 불펜진들이 휴식과 재정비를 이유로 자리를 비우고 있다. 특히, 6회부터 7회까지 맡아줄 투수가 부족하다. 신예에 가까운 홍정우와 김윤수에게 맡기기에는 짐이 꽤나 무겁다. 우규민과 오승환은 셋업맨과 마무리라는 정해진 임무가 있다. 이승현, 장필준이 복귀를 하더라도 구위 회복 확인이 우선이다. 전천후 마당쇠가 삼성에 필요하다. 노성호가 '키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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