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고 학부모들이 2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결승전을 외야 담장 뒤편에서 지켜보고 있다. ⓒ목동,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명승부를 펼쳤다면, 학부모들은 담장 밖에서 졸인 가슴을 안고 열띤 응원전을 벌인 하루였다.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이 열린 22일 목동구장. 이날 경기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무관중으로 치러졌지만, 야구장 밖에선 응원의 함성이 조금씩 들리곤 했다.

주인공은 김해고와 강릉고 학부모들. 고등학교 1~3학년 아들들의 전국대회 첫 우승이 걸린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볼 수 없던 이들은 목동구장 외야 담장 뒷편에서 얼굴을 빼꼼히 내민 채 열띤 응원을 보냈다. 외야 뒤쪽으로 자그마한 계단이 마련된 목동구장 특성상 가능한 장외 관람이었다.

김해고 야구부 학부모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인균 씨는 “우리 김해고 야구부는 전국대회 16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런데 올해 8강은 물론 4강, 결승까지 올라섰다. 학부모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렇게라도 아이들의 경기를 지켜보게 됐다. 생업을 비울 수 없는 몇몇 학부모들의 경우는 경기 당일 왕복 10시간이 걸리는 이곳을 매번 왔다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 대전고와 마산고의 황금사자기 8강전이 열린 목동구장 뒷편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학부모들. ⓒ한희재 기자
이러한 풍경은 비단 결승전에서만 연출되지 않았다. 사실상 모든 경기에서 많은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외야 담장 뒤편으로 모여 미니 응원전을 펼쳤다. 김해고의 경우 학부모들이 손수 만든 응원 플래카드를 관중석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만난 한 프로 스카우트는 “부모 마음은 다 같지 않겠는가. 특히 3학년 아들을 둔 부모의 경우 입시생 학부형처럼 이번 대회를 기다려왔을 텐데 경기장으로 들어올 수 없으니 저렇게라도 자식의 경기를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황금사자기 결승전은 사상 첫 전국대회 우승을 노리는 김해고와 강릉고의 맞대결로 펼쳐졌다. 평소 같으면 서울은 물론 각 지역에서 올라온 동문들의 응원이 목동구장을 가득 채웠겠지만, 무관중 경기 진행으로 이러한 풍경은 볼 수 없게 됐다. 대신 김해고와 강릉고는 지역에서 가장 큰 종합운동장에서 장외 응원전을 펼쳤다.

김해고 4번타자 정종혁의 아버지인 정 씨는 “김해고 동문들은 물론 김해시 차원에서 응원전을 마련했다. 그 열기가 선수들에게까지 전해져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믿는다”고 활짝 웃은 뒤 선수들과 남은 감격을 누렸다.

포스트 코로나19가 낳은 진풍경 속에서 황금사자기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 김해고 학부모들이 손수 준비한 응원 플래카드를 든 선수들. ⓒ목동,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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