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고가 2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준결승에서 대전고를 9-2로 꺾고 결승행 티켓을 끊었다. ⓒ한희재 기자
-강릉고, 4강에서 대전고 9-3으로 꺾어
-창단 후 사상 첫 전국대회 우승 도전
-에이스 김진욱 아끼며 전력 손실 최소화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야구 변방’ 강릉고의 돌풍이 최후의 무대까지 이어지게 됐다.

강릉고는 2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준결승에서 대전고를 9-3으로 누르고 결승행 티켓을 끊었다. 선발투수로 나온 엄지민의 5.1이닝 무실점 호투와 전민준의 4타수 3안타 2타점 맹타를 앞세워 이 대회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1975년 야구부 창단 후 아직 전국대회 우승이 없는 강릉고는 이로써 역사적인 대업까지 단 한 걸음만을 남겨놓게 됐다. 반면 황금사자기 첫 결승 진출을 노렸던 대전고는 강릉고의 돌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4강에서 이번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대승으로 ‘좌완 에이스’ 김진욱에게 휴식을 부여한 강릉고는 이어질 광주진흥고-김해고 경기의 승자와 22일 오후 6시30분 목동구장에서 대망의 결승전을 벌인다.

3회말까지 팽팽하던 승부는 4회초부터 강릉고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졌다. 대량 득점이 나오면서였다. 강릉고는 선두타자로 나온 김세민이 몸 맞는 볼로 출루한 뒤 후속타자 최정문의 타석 때 2루를 훔쳤다. 그리고 최정문이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무사 1·2루가 됐다.

위기를 맞은 대전고는 선발투수 최병재를 내리고 전민영을 급히 올렸다. 그러나 김선우의 희생번트가 내야안타가 되면서 강릉고가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대전고 3루수 신동민이 있는 힘껏 공을 1루로 던졌지만, 김선우의 발이 더 빨랐다.

여기에서 흔들린 대전고 전민영은 전민준의 타석 때 폭투를 범했다. 3루주자 김세민이 홈을 밟았고, 1루주자와 2루주자도 나란히 다음 베이스로 진루했다. 이어 전민준이 우중간 2루타를 때려내고 주자들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3-0으로 달아난 강릉고는 계속된 찬스에서 노성민의 희생번트로 전민준을 3루로 진루시켰고, 이어 최지욱이 기습번트를 대면서 1점을 추가했다.

강릉고의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5회 다시 4점을 뽑았다. 1사 3루에서 최정문이 기습번트로 3루주자 이동준을 홈으로 불러들였고, 2사 1·2루에선 노성민이 바뀐 투수 조은을 상대로 때려낸 평범한 땅볼을 유격수 박규민이 빠트리는 사이 2루주자 최정문이 홈을 밟아 6-0으로 도망갔다. 이어 상대 폭투와 몸 맞는 볼로 2점을 추가했다.

여기에서 승기를 잡은 강릉고는 7회 선두타자 전민주의 2루타와 노성민의 1타점 2루타로 쐐기점을 냈다.

▲ 황금사자기 준결승에서 5.1이닝 무실점 역투한 강릉고 엄지민. ⓒ목동, 고봉준 기자
이처럼 동료 타자들이 맹공을 퍼붓는 사이 강릉고 마운드는 엄지민이 굳게 지켰다. 2학년 우완투수 엄지민은 경기 내내 이렇다 할 위기를 맞지 않으면서 호투를 이어갔다. 3회 2사 후 신동민에게 첫 안타를 내줬지만, 후속타자 양종혁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불을 껐다. 4회에는 2사 1루에서 조건희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고, 5회에도 무사 1루에서 홍서연을 2루수 방면 병살타로 유도하며 무실점 피칭을 이어갔다.

6회 선두타자 신동민을 삼진으로 잡아낸 엄지민은 이후 마운드를 이전재에게 넘겨줬다. 이날 성적은 5.1이닝 2안타 1볼넷 4삼진 무실점. 직구 평균구속은 시속 130㎞대 중반으로 빠르지 않았지만,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완벽한 코너워크로 대전고 타자들을 요리했다. 대전고는 9회 3점을 만회했지만, 더 이상의 추격은 하지 못했다.

엄지민은 이날 투구수 58개만을 기록해 22일 결승전에서도 등판할 수 있게 됐다. 황금사자기는 60개 이하의 투구수를 던진 투수에게 하루의 의무 휴식일을 갖도록 한다.

한편 강릉고는 엄지민이 호투하면서 이날 좌완 에이스 김진욱을 등판시키지 않았다. 직전 등판이었던 18일 경기상업고와 8강전에서 4이닝을 던진 김진욱은 사흘간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결승전을 나오게 됐다.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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