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문상철. ⓒkt 위즈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설움을 달래려는 ‘한풀이 주루’와도 같았다. kt 위즈 문상철(29)의 끝내기 전력질주가 딱 그랬다.

kt는 19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3회초까지만 하더라도 0-8로 뒤졌지만, 경기 중반 격차를 야금야금 접히더니 6회 기어코 8-8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10회 2사 2루에서 오태곤의 내야안타 때 2루주자 문상철이 홈까지 쇄도해 끝내기 승리를 안았다.

박빙 상황에서 터진 오태곤의 내야안타도 중요했지만, 결정적인 수훈은 역시 문상철의 몫이었다. 문상철은 3루까지 빠르게 도달한 뒤 롯데 2루수 김동한이 공을 3루수 한동희에게 던지고, 한동희가 이를 다시 포수 김준태에게 전달하는 사이 홈까지 내달려 결승 득점을 올렸다. 3루코치가 스톱 사인을 내렸지만, 가속도가 붙은 문상철은 승부를 걸었고 이날의 주인공이 됐다.

국군체육부대(상무)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kt로 돌아온 문상철은 올 시즌 주전 1루수 도약을 목표로 뒀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개막을 앞두고 왼쪽 내복사근을 다쳐 1군 합류가 늦어졌다. 지난해 말 대만 2군 마무리캠프와 올해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계속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 문상철로선 뼈아픈 악재였다.

암초는 또 있었다. 바로 중심타자 강백호의 1루수 전향이었다. 클린업 트리오를 이루는 강백호가 1루를 맡게 되면서 문상철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결국 문상철은 올 시즌 개막을 퓨처스리그에서 맞이했다.

물론 기회도 있었다. 강백호가 왼쪽 손목 인대 부상을 입으면서였다. 문상철은 지난달 22일 1군으로 콜업된 뒤 10경기에서 타율 0.294 1홈런 7타점으로 활약하며 입지를 넓혔다. 그러나 이후 타격 침체와 강백호의 1군 복귀가 겹치면서 문상철은 다시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경기 막판 간간이 대주자와 대수비로 나오는 경우가 출전의 대부분이었다.

이날 롯데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상철은 10회 선두타자 박경수가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대주자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어 심우준의 희생번트로 2루로 진루했고, 오태곤의 내야안타 때 전력질주해 홈을 파고들었다.

심판진의 첫 판정은 세이프. 롯데는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번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간의 한을 마음껏 풀기라도 하듯, 주저하지 않고 내달린 문상철이 만들어낸 9-8 끝내기 승리였다.

경기 후 문상철은 자신의 과감했던 주루 플레이 속 숨은 뒷이야기를 밝혔다.

문상철은 “(박)경수 형이 출루하면 대주자로 들어갈 준비를 하라고 전달을 받았다. 그래서 10회 시작 전부터 몸을 풀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이어 “지금은 체중이 예전보다 조금 불었지만, 주루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주루코치님이 3루를 돌 때 막으셨지만, 이미 가속도가 붙은 상태라 승부를 걸어봤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는데 운이 따라줘서 살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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