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한 계기로 SK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지훈은 이제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사실 스카우트 팀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그런데 한 경기, 아니 한 번의 스윙을 보고 의견이 하나로 모였다”

지난해 구원왕 하재훈의 ‘대박 픽’을 이끈 조영민 SK 스카우트 그룹장은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30순위)에서 동국대 졸업 예정자인 최지훈(23)을 호명했다. 그 최지훈은 이제 SK 외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13일까지 18경기에서 타율 0.350, 3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58로 팀 타선에 활력소가 됐다. 뛰어난 수비력도 과시했다. 염경엽 SK 감독은 “키워야 할 선수”라고 정의하며 당분간은 꾸준히 중용할 뜻을 드러냈다.

그런데 지명 한 달 전까지도 최지훈은 SK에 ‘애매한 선수’였다. 조 그룹장은 “콘택트는 있었지만 힘이 부족하다고 봤다. 어깨가 좋은 것은 맞지만, 송구 정확성에서 의문부호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공·수·주 모두에서 좋은 기량을 갖춘 것은 맞는데,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완벽한 선수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여기에 고졸이 아닌, 대졸이었다. 잘못하면 애매한 선수가 될 위험이 컸다.

그런 조 그룹장이 완전히 마음을 돌리게 된 계기는 우연하게 성사된 ‘연장전’이었다. 조 그룹장은 “보은에서 동국대와 한일장신대의 경기를 관전했는데, 최지훈이 연장에서 홈런을 때렸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그대로 담장을 넘겼다”면서 “그때 ‘이 친구가 힘도 있구나’라고 생각을 바꿨다. 사실 2라운드의 김성민이나, 3라운드의 최지훈은 순번상 지명하지 못할 것이라 봤다. 하지만 우리 차례까지 왔다. 운이 좋았던 셈”이라고 웃어넘겼다.

만약 경기가 연장으로 흐르지 않았다면, 그래서 SK 스카우트 앞에서 그 홈런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면 SK는 3라운드에서도 최지훈을 그냥 지나쳤을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그 홈런 이후 오히려 다른 팀에서 뽑을까봐 조마조마한 선수가 됐다. 최지훈도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며 맞장구를 친다.

이 이야기를 들은 최지훈은 “작년 7월에 열린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였다. 그때 리드오프로 나갔는데 홈런 타석 전까지 6타수 1안타였다. 대회가 시작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나도 그날을 기억하는데, 그 경기를 보고 나를 왜 뽑으셨는지 모르겠다”고 어리둥절했다. 뒤늦게 알려진 이야기지만, 그 라이너성 홈런이 자신의 프로 유니폼을 바꾼 셈이었다.

최지훈은 고교 졸업 후 지명을 받지 못했다. 스스로 “내가 부족했다”고 인정한다. 대학에 가서 절실히 야구를 했지만, 흔히 스카우트들이 부르는 ‘대4병’(지명을 앞두고 심리적으로 쫓겨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 대회 초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최지훈 또한 “4학년이라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마지막 타석에 임하는 각오는 유독 달랐다고 떠올린다. 최지훈은 “타격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는데, 마지막 타석에서는 내가 꼭 치고 싶었다. 그런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홈런으로 연결이 되더라”고 말했다. 간절함과 그간의 노력이 만난 홈런 한 방이 최지훈에게 SK 유니폼을 입혔고, SK는 차세대 외야수 하나를 확보했다. 지금 SK의 상황을 생각하면 행운이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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