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상선수로 지명된 뒤 팀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임기영(왼쪽)-한승택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프리에이전트(FA) 보상제도의 틀은 보상금과 보상선수다. 이중 보상금은 아주 명확하다. 규정에 나와 있다. 그러나 보상선수는 그렇지 않다. 50억 짜리 선수가 될 수도 있는 반면, 얼마 안 가 휴지조각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주는 팀은 “아깝다”라고 하고, 받는 팀은 “A급 찾기도 힘들다”고 말하는 게 보상선수다. 20인 외 지명이기 때문에 어쨌든 1군 선수는 받는다. 다만 나이 많은 선수를 제외하면 핵심은 거의 다 묶인다. 즉시 전력감을 받느냐, 유망주로 훗날을 도모하느냐도 받는 팀의 딜레마다. 몇 년 전 나이 어린 선수를 지목하고 미래를 봤던 KIA의 성과는 그래서 관심이다. 사이드암 임기영(27)과 포수 한승택(26)이다.

KIA는 2013년 12월 한화로 FA 이적한 이용규의 보상선수로 한승택을 지명했다. 당시 한화의 선수층이 약한 것을 고민했던 KIA는 군 입대를 앞둔 한승택을 과감하게 지명했다. 1년 뒤에도 다르지 않았다. 2014년 12월 역시 FA 자격을 얻어 한화로 이적한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임기영을 지명했다. 임기영 또한 군 입대를 앞둔 선수였다. 당장이 아닌 미래를 본 셈이다.

두 선수는 부침이 있었으나 이제 어엿한 팀 전력의 핵심이 됐다. 위기를 넘겨 더 값지다. 제대 후 2017년 8승을 올리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던 임기영은 2018년 평균자책점 6.26, 지난해에는 5.73으로 부진했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밀려날 위기였다. 한승택은 제대 후 꾸준히 경험을 쌓았으나 2017년 트레이드로 온 김민식에게 한동안 주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2018년 그는 61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백업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두 선수 모두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 속에 자리를 잡았다. 성적으로 그 자리를 굳힌다. 절치부심해 캠프 경쟁에서 승리한 임기영은 지난 2년의 부진을 떨쳐내고 있다. 13일까지 시즌 7경기에서 38⅓이닝을 던지며 3승3패 평균자책점 2.82를 기록했다.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12로 정상급이다. 애런 브룩스, 양현종, 드류 가뇽이라는 팀 스리펀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성적이다. 

공격이 아쉬웠던 한승택은 26경기에서 타율 0.288, 4홈런, 9타점을 기록하며 이 방면에서도 가능성을 내비쳤다. 윌리엄스 감독은 “한승택이 항상 투수들과 소통하며 팀 마운드를 잘 리드하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공수 모두에서 든든한 활약이다. 김상훈의 은퇴 이후 오랜 기간 팀을 이끄는 주전 포수가 없었던 KIA는 한승택으로부터 그 혼란과 작별 가능성을 본다. 

그런 두 선수는 13일 인천 SK전에서도 호흡을 맞춰 상대 타선을 완전히 잠재웠다. 임기영은 움직임이 심한 공을 좌우 구석에 꽂아 넣으며 로케이션의 진가를 선보였다. SK 타자들이 변화구에 꼼짝 없이 당했다. 한승택은 그런 임기영을 거의 완벽하게 리드하고 힘을 보탰다. 병살타 세 개를 유도한 것에는 한승택의 지분도 적지 않았다.

사실 보상선수는 성공의 사례가 많지 않고, 성공해도 스타로 롱런한 사례는 사실상 전무했다. 나이가 적지 않은 즉시전력을 지명하면 아무래도 전성기가 짧다. 유망주를 지명하면 터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그런지 1~2년 반짝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20인 보상선수가 그렇게 결정적이지 않다”는 말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두 선수는 아직 젊고, 이제 막 전성기를 열어젖히고 있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았는데 제법 경험을 쌓았고, 시련에서 성숙하며 기량까지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 흐름이 1~2년 정도만 더 이어지면 전성기가 열린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KIA의 5~6년 전 선택은 성공의 기운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것이 대박으로 이어지느냐만 남아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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