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팀에서 궂은 일을 하고 있는 서진용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혹시나 싶어 마운드에 올랐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도망가는 상대의 발걸음을 붙잡기 위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마운드에 오른 두 필승조의 노력은 허사였다. 타선의 침묵 속에 결과적으로 의미 없는 등판만 쌓인다.

SK는 1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1-2로 지며 4연패에 빠졌다. 4연패 기간 중 모든 경기가 그렇듯, 이날도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선발 문승원이 7회까지 단 1실점으로 KIA 타선을 틀어막으며 분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타선이었다. KIA 선발 임기영에게 6이닝 무실점으로 끌려가며 힘을 쓰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한 번의 찬스만 살리면 동점 혹은 우세 속에 경기 종반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타선은 시종일관 침묵했다. 병살타만 세 개(2회 이흥련·4회 최정·7회 정진기)가 나왔다. 5회에는 정진기가 안타로 출루하고 도루로 2루까지 가며 병살 상황을 제거하는 듯했으나 뒤에 나선 세 타자가 모두 범타로 물러나며 득점하지 못했다. 8회 득점은 상대 실책에 편승한 것이었다. 이날 KIA의 자책점은 하나도 없었다.

SK는 0-1로 뒤진 8회 1사 2루에서 필승조인 김정빈을 올려 진화에 들어갔다. 어쨌든 어제 쉬었고, 월요일 휴식일을 생각하면 14일도 올릴 수는 있었다. 그러나 최형우에게 2루타를 맞고 실점했다. 1-2로 뒤진 9회에는 역시 필승조인 서진용이 등판했다. 여기서 막으면 9회 한 방으로 끝내기 상황을 만들 수 있었기에 SK는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서진용의 9회 1이닝 무실점도 응답 없는 타선에 무용지물이 됐다.

이날 경기는 최근 SK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서 넉넉한 경기가 없다. 이기고 있다 하더라도 3~4점이다. 자연히 필승조가 뒷문을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7회 이후 동점이나 1점 뒤진 상황도 속출했다. 동점이나 1점 열세에서 경기를 포기할 수 없으니 또 필승조가 등판한다. 그러나 막더라도 타선이 터지지 않아 그냥 그대로 경기가 끝난다. 4연패 기간 내내 이런 흐름이 반복됐다. 

SK는 4연패 기간 중 8점을 내는 데 그쳤다. 남들은 한 경기에 나오는 득점이다. 이는 꼭 4연패 기간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지난해부터 계속 그랬다. 타선이 3연전 중 한 경기라도 터지면 굳이 필승조가 등판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계속 빡빡한 승부가 이어지다보니 김태훈 서진용 하재훈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들이 매번 등판해야 했다. 차라리 시원하게 지면 나은데, 기본적인 마운드 전력이 있으니 그렇지도 않았다. 또 핵심 불펜이 소모됐다. 1점차에서 등판하는 것과 5점차에서 등판하는 것은 체력 소모 차이가 크다.

지난해 88승을 한 팀이라 필승조들의 이닝은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지만, 타선이 보조를 맞췄다면 서진용(68이닝)이나 김태훈(69⅔이닝)의 이닝은 65이닝 아래에서 마무리될 수 있었을 것이다. 88승 위닝팀의 필승조가 60~65이닝 정도를 소화했다면 현실적으로 이상적인 관리였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그 여파가 지난해 막판 구위 저하로 끝났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올해도 똑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많이 던진 서진용은 벌써 18경기 17이닝, 1군 경험이 없었던 김정빈은 17경기 17이닝을 소화했다. 박민호도 17경기에서 16⅔이닝을 던졌다. 세 선수는 3연투만 없었을 뿐 리그 불펜 투수 중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축에 속하며, 모두 144경기 기준 72이닝 이상 페이스다. 그런 과정에서 팀이 이겨 지난해처럼 높은 승률이라도 유지하고 있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아니다. 이들의 수고에서 건진 게 없다.

결국 타선이 빨리 살아나야 한다. 뒤늦게 살아난다고 해도, 그 점수를 지켜줄 필승조들이 지금의 구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당장 지난해 시즌 막판을 떠올리면 쉽다. 매일 잘 칠 수는 없겠지만 때로는 타격이 선발과 불펜을 도와주는 날이 나와야 시즌의 전반적인 운영에도 숨통이 트인다. 

아니면 이길 날을 확실히 이기고, 나머지 날은 벤치에서 필승조가 생각조차 안 나도록 크게 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비참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는 승률 0.324 팀에 해줄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은 이것 뿐이다. SK는 14일 리그 에이스 양현종(KIA)을 상대한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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