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와 2020년 한화 이글스. 왼쪽 사진은 삼미 선수들이 1985년 4월 30일 MBC전에서 승리하며 18연패에서 벗어난 뒤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는 장면 ⓒKBO,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한화 이글스의 연패 행진이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5월 23일 창원 NC전 패배 이후 12일 대전 두산전까지 18연패를 기록했다. 설마설마 했는데, 어느새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가 작성한 KBO리그 역사상 팀 최다연패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제 KBO리그 역사상 18연패를 기록한 팀은 두 팀이 됐다. 1985년의 삼미 슈퍼스타즈, 2020년 한화 이글스다. 호사가들은 ‘두 팀이 맞붙는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까’를 놓고 논쟁도 벌일 수 있지만, 3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시대와 리그의 환경이 다른 상황에서 어느 팀이 더 강하다, 약하다를 논하기는 어렵다. 다만 연패 기간의 기록을 놓고 간접 비교를 해볼 수는 있을 듯하다.

◆1985년 삼미 vs 2020년 한화 연패 기간 기록 비교

타율=0.200 vs 0.206

ERA=6.50 vs 8.01

득점=44 vs 43

실점=144 vs 151

홈런=6 vs 10

피홈런=21 vs 31

실책=28 vs 21

도루=3 vs 8

도루허용=36 vs 16

기록만 놓고 보면 대동소이하다. 18연패 기간만 따지면 팀타율은 1985년 삼미(0.200)보다 2020년 한화(0.206)가 약간 높다. 팀홈런도 삼미(6개)보다 한화(10개)가 4개 더 많다. 득점은 삼미 44득점, 한화 43득점으로 대등한 수준이다.

팀평균자책점은 한화가 8.01로 삼미의 6.50보다 더 약하다. 실점 역시 한화가 151점으로 삼미(144실점)보다 7점을 더 내줬다.

1985년은 리그 평균타율이 0.260, 리그 평균자책점이 3.48로 ‘투고타저’의 시대였다. 2020년은 12일까지 리그 평균타율이 0.271, 리그 평균자책점이 4.75로 ‘타고투저’의 시대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1985년에는 KBO리그 경기당 팀홈런이 0.68개였던 시대였다. 삼미는 연패 기간에 경기당 0.33홈런을 기록했다. 2020년은 20일까지 KBO리그 경기당 팀홈런이 0.98개다. 한화는 연패기간만 따지면 경기당 팀홈런 0.55개를 기록 중이다. 홈런 마진을 놓고 보면 삼미(6홈런, 21피홈런)는 -15, 한화(10홈런, 31피홈런)는 -21을 기록 중이다.

실책은 2020년의 한화가 연패 기간 21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그러나 1985년 삼미(28실책)보다는 적은 상황이다.

도루 부분에서는 삼미가 18연패 기간에 3개를 성공하면서 무려 36개나 내줬다. 적자가 33개나 된다. 한화는 연패 기간에 도루 8개를 하면서 16개를 내줬다. 적자가 200%에 달하지만, 35년 전 1200%의 적자를 본 삼미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 삼미 슈퍼스타즈 장명부. 삼미가 18연패를 하던 1985년에 장명부는 25패로 KBO 한 시즌 최다패 기록을 남겼다. ⓒKBO
◆선수 구성으로 본 1985년 삼미 vs 2020년 한화

1985년 삼미는 투타 모두 최하위의 성적을 냈다. 마운드를 보면 데뷔 2년생 최계훈이 평균자책점 3.57로 팀 내 1위였는데 리그 전체에서는 23위였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당시 리그 평균자책점이 3.48이었으니 이보다 더 높았다.

1983년 30승을 거두면서 KBO리그 한 시즌 최다승 부문 불멸의 대기록을 작성했던 괴물투수 장명부는 1985년 11승으로 팀 내에서 유일한 10승 투수이기는 했지만, 거꾸로 25패를 당하면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KBO리그 한 시즌 최다패 기록을 작성했다. 장명부는 4월 1일 대전 MBC전부터 7월 26일 잠실 MBC전까지 15연패에 빠지며 단일 시즌 최다연패 기록도 만들었다.

장명부의 평균자책점 5.30은 그해 규정이닝에 포함된 28명 중 꼴찌였고, 정성만이 5.00으로 바로 위 27위에 랭크돼 있었다. 1983시즌 후 해태에서 영입된 신태중이 2구원승 4세이브(6세이브포인트)로 팀 내 구원 1위에 올랐지만 다른 팀과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팀 타선 역시 상대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나마 이선웅이 0.300(리그 11위)으로 유일한 3할타자의 자존심을 지켰다. 김우근이 0.288(리그 12위)로 뒤를 이었다. 여기에 1983년 입단 이후 1985년까지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정구선이 한방 있는 타자로 존재했다. 그해 타율은 0.261에 그쳤지만 14홈런으로 팀 내 최다홈런을 기록했다. 권두조는 팀 내 타율 4위였는데 시즌 타율이 0.237이었다.

나머지 선수는 투타에서 순위권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1985년 삼미는 공수주 모든 전력에서 열악했던 팀이었다.

2018년 한화 역시 총체적 난국이다.

마운드를 보면 규정이닝에 포함된 투수가 단 2명이다. 외국인투수 워윅 서폴드가 평균자책점 4.11로 팀 내 1위인데, 규정이닝에 포함된 리그 31명 중 19위에 자리잡고 있다. 김민우는 5.25로 28위다. 한화는 현재 7승을 기록 중인데 서폴드가 2승(4패)으로 팀 내 다승 1위다. 또 다른 외국인투수 채드벨은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8.80을 기록 중이다. 장민재(1승3패, ERA 7.59) 장시환(1승4패, ERA 7.48)이 1승씩을 챙겼고, 안영명 김범수 김이환이 1승씩을 기록 중이다. 정우람은 5월 22일 시즌 4세이브를 거둔 뒤 세이브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타선에서는 정진호가 0.275로 팀 내 타율 1위인데 규정타석에 포함된 리그 전체 타자 중 38위다. 정은원이 0.257로 팀 2위(전체 44위), 이성열이 0.226으로 팀 3위(전체 53위), 제라드 호잉이 0.218로 팀 4위(전체 57위)다. 팀홈런 자체가 20개로 최하위인데 호잉이 4홈런으로 팀 내에서 1위지만 리그 전체에서는 25위다.

▲ 한화 간판 스타 김태균이 앞장 서서 선수들에게 박수를 치며 격려를 하고 있지만 한화는 18연패에 빠졌다. ⓒ곽혜미 기자
◆35년전 삼미보다 아픔이 더 크게 다가오는 2020년의 한화 

1985년 삼미의 연패 기록은 역사 속에 그대로 박제돼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기록으로 여겨졌다. 프로야구 초창기 약체의 대명사 삼미였기에 가능했던, 전설의 기록으로 남아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것이 2020년에 눈앞의 현실이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객관적인 전력은 1985년 삼미와 2020년의 한화를 비교할 수는 없다. 35년 전 삼미는 구색을 겨우 갖춘 팀이었다. 초창기에는 지역에 따라, 그룹 사세에 따라 전력 분균형이 극심했다. 삼미는 18연패를 끊은 4월 30일 풍한그룹의 청보식폼에 매각돼 그해 전기리그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우리나라 10대그룹이다. 전력상 현존하는 10개 구단 중 약체이기는 하지만 이글스 역시 재정적으로나 선수단 구성만 놓고 보면 삼미에 비할 바는 아니다. 다만 삼미가 경쟁한 그 시대의 다른 팀들과, 한화가 경쟁하는 현 시대의 다른 팀들 전력 역시 급이 달라졌다. 그래서 한화가 연패에서 탈출하기 더 힘든지 모른다.

35년 전 삼미 역시 연패의 아픔이 컸겠지만, 어쩌면 현재의 한화가 그 아픔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독수리 군단이 언제 연패를 끊고 비상할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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