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정적인 대타 홈런으로 팀을 승리로 이끈 KIA 오선우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지난해 김기태 감독의 사퇴 이후 일찌감치 리빌딩 시즌을 선언한 KIA는 타격이 고민이었다. 마운드는 퓨처스리그 관계자들이 공인하는 젊은 투수들이 더러 있었다. 그런데 야수 쪽에서는 한 방을 쳐줄 만한 선수가 많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박흥식 감독대행이 주목한 선수 중 하나가 바로 대졸 신인인 오선우(24)였다. 2군에서 그의 힘을 봤던 박 감독대행은 기회를 주려 했다. 다만 27경기에서 타율 0.151의 기록으로 1군에서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 삼진이 너무 많았다.

그랬던 오선우가 다시 1군 붙박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지난 9일 올 시즌 1군에 처음으로 등록된 오선우는 11일 수원 kt전에서 홈런을 때리며 기분 좋은 시즌 출발을 알렸다. 이어 12일 인천에서는 팀 승리를 확정짓는 결정적인 한 방을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2-3으로 뒤진 6회였다. 1사 후 터커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자 KIA는 최형우 타석에서 오선우를 대타로 투입했다. 최형우의 존재감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미세한 허리 통증 탓에 이미 전 타석이 끝난 뒤 교체가 결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선우가 여기서 경기의 전환점이 될 만한 한 방을 날렸다. 1회 실점 이후 6회 1사까지 쾌속 질주를 벌이던 SK 선발 박종훈의 2구째 커브를 잡아 당겨 우월 2점 홈런을 날려 경기를 뒤집은 것이다. 박종훈의 커브를 노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일 만큼 완벽한 타이밍에서 배트가 자신있게 나왔다. 타구는 120m를 날아 경기장의 우측 펜스에 그대로 꽂혔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오선우는 추가점 상황에도 기여했다. 8회 선두타자로 나서 좌완 박희수를 상대로 중전안타를 때려 포문을 열었고, 나지완의 좌중월 홈런 때 홈을 밟았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안타가 되지는 않았으나 좌익수 방면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스윙에 자신감이 붙었다.

오선우는 경기 후 "타석에 들어가기 전 나지완 선배가 불러서 상대 투수 스타일을 분석해서 낮게 보라고 조언해주셨는데 그에 따라 집중하고 있을 때 운 좋게 실투가 들어와 홈런으로 연결된 것 같다"고 공을 나지완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항상 감독, 코치님께서 편하게 해주시고 실수를 해도 그러면서 배우는 것이라고 격려해주는 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웃었다. 

2경기에서의 좋은 활약으로 당분간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의미도 컸다. 물론 앞으로 어떤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또 하나의 힘 있는 선수가 자신을 어필했다는 점에서 KIA는 싫은 일이 아니다. 

이번 주 김선빈의 부상 공백을 메우고 있는 김규성이 그렇듯, 올 시즌 5할 이상의 승률에서 버티고 있는 KIA에 각자의 장점을 가진 신예 선수들이 등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오선우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선구안과 변화구 대처를 보완해야 할 것 같고, 수비에서는 기본은 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의지를 다졌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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