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성적으로 팀 타선을 이끌어가고 있는 LG 로베르토 라모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그는 아직 어린 선수다. 그가 게임에서의 약점을 보완하고 자신이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을 계속 보여줄 수 있다면, 미국으로 돌아가 메이저리그에서 경기를 할 것이라는 전망은 전혀 불합리하지 않다”

미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는 지난 6월 초 로베르토 라모스(26·LG)의 활약을 다룬 특집 기사를 내면서 라모스의 MLB 복귀 이야기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팬그래프’는 라모스가 유망주 시절 파워에서는 항상 최상위권 평가를 받았다고 주목했다. 수비와 콘택트에서 한계가 있었지만, 그런 약점을 KBO리그에서 보완한다면 분명 큰 무대로 갈 기회가 올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실제 에릭 테임즈(현 워싱턴)가 그런 절차를 밟아 MLB로 금의환향했다. 테임즈와 라모스는 KBO리그 입단 시점 MLB 경력에서 적잖은 차이가 있지만, 라모스는 테임즈보다 더 어린 나이에 왔다. 그런데 라모스는 그 기사가 나온 뒤로도 자신의 진가를 꾸준하게 발휘하고 있다. 30경기를 넘게 치른 지금까지도 상대 팀은 라모스의 뚜렷한 약점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라모스는 11일까지 32경기에 나가 타율 0.375, 13홈런, 3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219를 기록 중이다.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지표에서 리그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홈런은 2위권(로하스·나성범)과 3개 차로 1위를 질주 중이고 타율도 리그 4위다. 타점 3위, 장타율 2위, 출루율 4위, OPS도 2위로 호성적이다. 6개 부분에서 모두 리그 ‘TOP 5’다. 어쩌면 그를 영입한 LG의 기대조차도 뛰어넘는 기록이다.

KBO리그에 입단할 당시에도 힘은 장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많은 홈런을 때릴 선수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첫 관문은 정확도와 선구안이었는데 합격점이다. 32경기, 129타석에서 타율 0.375는 결코 요행으로 만들 수 있는 성적이 아니다. 출루율도 타율보다 꽤 높은 0.442를 기록 중이다. 삼진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으나 볼넷도 꽤 골라내는 편이다.

해결사 몫도 톡톡히 하고 있다. 라모스의 득점권 타율은 0.423으로 높은 편이다. 11일 SK와 더블헤더에서는 그런 라모스의 존재감이 도드라졌다. 1경기에서는 1-1로 맞선 7회 결승 투런을 쳤고, 2경기에서는 1-3으로 뒤진 6회 2타점 적시타를 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놨다. 득점권에서의 OPS는 1.399로 시즌 수치보다 높고, 여기에 승리확률기여도(WPA) 또한 리그 정상을 다툰다. 중요한 순간에 더 많이 쳤다는 것으로 영양가가 높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칭찬할 수 있는 것은 꾸준한 타격이다. 라모스와 같은 거포들은 맞을 때와 안 맞을 때의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내야안타 가능성이 거의 없기에 타율 관리를 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그러나 라모스는 지금까지 기복이 심하지 않다. 부진하다가도 어쨌든 안타가 나오고, 그 안타는 특히 중요한 상황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코스나 구종별 편차도 그렇게 크지 않다. 아직도 상대 팀이 라모스의 방망이에 고전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실제 라모스는 올해 32경기 중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가 5경기뿐이고, 2경기 연속 무안타는 단 한 번도 없다. 어느 경기에서 안타를 때리지 못하면, 그 다음 경기에서는 반드시 안타를 치곤 했다. 5월 23경기 타율, 6월 9경기 타율은 0.375로 똑같다. 지금 타율을 시즌 끝까지 이어 가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슬럼프가 길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기에는 충분하다. LG가 이제 진짜 4번 타자를 얻은 기분이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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