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졸 루키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소형준(왼쪽)과 이민호 ⓒ한희재 기자 ⓒkt위즈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2020년 신인드래프트 상위 순번은 투수 초강세였다. 1차 지명과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20명의 선수 중 무려 15명이 투수였다. 15명 모두 고졸이기도 했다. 

선수들의 ‘당시’ 가치를 대략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계약금이었다. 1위는 유신고를 졸업한 소형준(kt)으로 3억6000만 원을 받았다. 청소년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는 등 또래에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평가 그대로였다. 그 다음이 휘문고를 졸업한 이민호(LG)로 3억 원이었다. 계약금 3억 원 이상은 둘뿐이었다. 

계약금에서 보듯이 1군 레벨에 가장 근접한 선수라는 평가였다. 출발도 상큼했다. 나란히 캠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즉시전력감’임을 증명했다. 그 기세는 개막 엔트리로 이어졌다. 소형준은 아예 선발 로테이션에 승선했다. 이민호 또한 류중일 감독이 “선발로 쓰겠다”고 공언하며 등판 일정 관리에 들어갔다.

고졸 루키라는 점을 생각할 때 초반 흐름은 ‘무난’이라는 단어 이상일지 모른다. 고정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소형준이 앞서 나간다. 11일까지 시즌 6경기에서 33⅔이닝을 던지며 벌써 4승(2패)을 거뒀다. 평균자책점(5.35)이 다소 높기는 하지만 매 경기 5이닝을 소화했다. 고졸 루키가 데뷔전부터 내리 6경기나 5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은 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 이후 처음이다.

올해 신인왕 판도에서도 가장 도드라진다는 평가였다. 무엇보다 꾸준히 선발로 뛰고 있다는 장점이 큰 어필을 했다. 그런데 역시 ‘무혈입성’은 없었다. 이민호가 1군에 올라온 뒤 매 경기 호투를 펼치며 강력한 경쟁마로 떠올랐다. 이민호는 5경기(선발 3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1.16의 뛰어난 성적으로 이제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이민호는 11일 잠실 SK전(더블헤더 1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이제는 신인왕 레이스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7이닝 동안 6피안타 7탈삼진 1실점 역투로 팀의 3-1 승리를 이끌고 시즌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 개인 최다인 112개의 공을 던지면서도 흐트러짐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위기에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모습은 차세대 에이스다웠다.

두 선수 모두 고졸 신인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높은 완성도와 좋은 구위를 지녔다. 소형준은 140㎞대 중·후반의 포심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 그리고 체인지업을 앞세운다. 무엇보다 자신이 던지고 싶은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하다. 근래 KBO리그를 주름잡고 있는 리그 에이스들의 데뷔 시즌과 비교해도 완성도 면에서 한 수 위라는 평가가 자자하다. 

이민호도 만만치 않다. 150㎞에 가까운 패스트볼, 그리고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앞세워 리그 타자들과 당당히 맞서고 있다. 불같은 구위는 오히려 소형준 이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갈수록 제구와 커맨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관전평도 더러 있다. 선수의 1군 경험과 관리를 놓고 류중일 LG 감독 또한 행복한 고민에 빠질 기세다.

두 선수 모두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우기는 쉽지 않다. 이강철 kt 감독은 올해 소형준의 투구이닝을 120이닝 안팎으로 생각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더 던질 수는 있겠지만 규정이닝까지 가는 건 전혀 고려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LG도 5·6선발을 변칙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이민호의 관리 방침이 뚜렷한 만큼 100이닝 안팎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LG는 가을을 보고 달려야 하는 팀이라 이민호를 끝까지 써야 하기도 하다.

결국 그 가운데에서 얼마나 강한 임팩트를 보여주느냐가 신인왕 레이스를 좌우할 전망이다. 꼭 신인왕 레이스가 아닌, 고교 시절부터 라이벌로 커온 두 선수의 전력을 생각할 때 자존심 대결이 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 아직 1군에 데뷔하지 못한 다른 동기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법하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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