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유신고가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고교야구 황금사자기 11일 개막
-프로 10개 구단 스카우트 설문조사
-우승후보 1순위는 강릉고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1회전이 곧 결승전입니다.”

KBO리그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의 목소리는 약속이나 한 듯 한결같았다. 고교야구의 재개를 누구보다 기다렸던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교롭게도 강력한 우승후보들의 맞대결이 1회전에서 펼쳐지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야구의 힘찬 재개를 알리는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이 11일 목동구장과 신월구장에서 개막한다. 코로나19로 개막이 석 달 가까이 미뤄졌던 고교야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2020년 레이스를 시작한다.

스포티비뉴스는 황금사자기 개막을 맞아 KBO리그 10개 구단 스카우트 실무자들에게 이번 대회 우승의 향방을 물었다. 각자가 생각하는 우승후보 톱5(총 50표=10개 구단×5표)와 함께 그 이유를 들어봤다.

※설문조사 참가 스카우트 명단 : NC 익명 요구, 두산 이복근 팀장, LG 백성진 팀장, 키움 이상원 팀장, KIA 권윤민 스카우트, 롯데 권영준 스카우트, 삼성 김민수 스카우트, kt 노춘섭 부장, SK 조영민 그룹장, 한화 임주택 차장

◆우승후보 1순위는 강릉고…전국대회 첫 우승 도전

우승후보를 묻는 첫 번째 질문에선 만장일치의 대답이 나왔다. 강릉고였다. 1975년 창단 후 아직 전국대회 제패 경험이 없는 강릉고는 올해를 우승 적기로 내다보고 있다. 김진욱이라는 걸출한 좌완투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조직력이 가장 안정화돼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두산 베어스 이복근 스카우트팀장은 “일단 강릉고에는 최고 시속 150㎞를 던지는 김진욱이라는 좋은 선수가 있다. 또, 2학년 투수진들도 다른 학교들과 비교해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화 이글스 임주택 스카우트팀 차장 역시 “압도적인 구속을 지닌 강릉고 김진욱은 바깥쪽 체인지업도 잘 던진다. 또, 경기 운영 능력마저 뛰어나다. 현재 고교야구 투수들 가운데 실력이 가장 좋다고 보면 된다”고 평했다.

나머지 스카우트들 역시 “김진욱을 보유한 강릉고가 대권과 가장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조직력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16년 부임한 최재호 감독이 토양을 잘 다진 덕분이다. 덕수고와 신일고 재임 시절 전국대회 우승만 8차례를 차지한 최 감독은 고교야구 변방으로 분류됐던 강릉고를 4년 사이 정상권으로 올려놓았다.

롯데 자이언츠 권영준 스카우트는 “강릉고는 최재호 감독이 부임한 뒤 다른 팀이 됐다. 좋은 선수들을 꾸준히 영입해 투타 조화를 잘 이뤘다”면서 “강릉고는 지난해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아깝게 우승을 놓쳤다. 그래서 사상 첫 정상 등극을 향한 열망이 가장 크다. 김진욱이 졸업을 앞둔 올해, 강릉고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릉고의 우승 도전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이는 대항마들이 대권을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선 광주일고와 야탑고, 성남고 모두 9표씩을 받으며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6회 우승’ 광주일고, 강릉고와 1회전 빅뱅

세 학교 가운데서도 강릉고의 강력한 경쟁자로 분류되는 팀은 광주일고다. 광주일고는 역대 황금사자기에서 6차례 우승을 달성한 명문 중의 명문이다. 통산 우승 횟수는 8회의 신일고 다음으로 많다. 공교롭게도 강릉고와 광주일고는 12일 오전 9시30분 목동구장에서 1회전 맞대결을 벌인다.

삼성 라이온즈 김민수 스카우트는 “강릉고와 광주일고의 1회전은 사실상 결승이라고 보면 된다. 올해 고교야구 최고의 경기가 펼쳐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카우트들이 이날 경기를 주목하는 이유는 하나다. 고교야구 특급 좌완들의 맞대결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강릉고 김진욱과 자웅을 겨룰 이는 바로 광주일고 이의리다. 이미 지난해 황금사자기에서 선배들과 함께 4강을 견인했던 이의리는 올해 졸업 선물로 우승을 품겠다는 각오다.

익명을 요구한 NC 다이노스 스카우트는 “이의리는 김진욱 그리고 대구고 이승현과 함께 고교야구 좌완 트로이카로 꼽힌다. 시속 140㎞대 빠른 공을 지닌 좌완이면서도 타자의 좌우 폭을 넓게 사용하는 제구력을 갖춘 투수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처럼 김진욱과 이의리의 빅뱅은 이번 대회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카우트들은 강릉고와 광주일고의 1회전 맞대결 승자를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고교야구 개막이 석 달 가까이 밀리면서 둘의 최근 등판을 보지 못했고, 또 변수가 많은 전국대회 1회전 경기라는 점이 불확실성을 더했다.

롯데 권영준 스카우트는 “김진욱과 이의리가 언제 마운드를 내려오느냐가 중요하다. 강릉고 마운드가 나쁘지는 않지만, 광주일고에는 우완 홍효근과 좌완 김지민이라는 뛰어난 투수들과 더불어 조형우라는 안정적인 포수가 있어 불펜 싸움에선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산 이복근 스카우트팀장 역시 “전국대회는 투수 교체와 같은 감독의 운영 능력이 중요하다. 강릉고 최재호 감독과 광주일고 성영재 감독의 수싸움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한 전망이다”고 말했다.

▲ 지난해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유신고 소형준(오른쪽, 현 kt)이 대회 MVP를 수상하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야탑고·성남고·충암고도 다크호스로

강릉고, 광주일고와 함께 우승후보로 평가되는 학교는 야탑고와 성남고, 충암고다. 야탑고와 성남고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란히 9표씩을 받았고, 충암고도 8표를 얻었다.

NC 스카우트팀 관계자는 “야탑고와 성남고는 모두 투타의 밸런스가 안정적이다. 마운드가 높고, 중심타선의 파괴력도 뛰어나다. 단기간 많은 경기를 치러야하는 전국대회에서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스카우트들의 우승 전망에선 충암고의 이름도 빠지지 않았다. 올해 고교야구 상위권 유망주로 꼽히는 우완투수 강효종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우승후보들보다 대진운이 좋아 최소 4강까지는 쉽게 올라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민규라는 뛰어난 유격수를 보유한 부산고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SK 조영민 스카우트 그룹장은 “전국대회는 투구수 제한이 있어 좋은 투수들이 얼마나 많으냐가 중요하다. 마운드가 높은 부산고는 여기에서 강점이 있다. 또 내아진도 안정적이다”고 평했다.

쟁쟁한 우승후보들과 유망주들이 수놓을 황금사자기 주요경기는 SPOTV와 SPOTV NOW에서 생중계할 예정이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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