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휴식 후 등판을 선호하는 데스파이네는 벌써 7경기에나 선발로 나섰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선수가 그걸 원하니 일단은…”

이강철 kt 감독은 9일 수원 KIA전을 앞두고 팀 외국인 에이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3)의 등판 일정에 대해 선수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데스파이네가 선호하는 ‘4일 휴식 후 등판’을 일단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여름이 돼 체력적인 부담이 있다면 이를 보류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당분간은 4일 휴식 후 등판이 이어질 전망이다.

월요일 휴식일이 있는 KBO리그와 달리 메이저리그(MLB)는 시즌 내내 162경기가 빡빡하게 돌아간다. 8연전, 9연전을 치르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일정에서 MLB의 선발투수들은 기본적인 4일 휴식 후 등판에 익숙하다. 팀 에이스급 선수들의 경우는 자신의 등판 일정을 관철시키는 경우도 많다. 데스파이네도 마찬가지다. 

데스파이네의 루틴은 독특하다. 휴식일 사이에 공을 거의 안 던지는 스타일이다.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나 맥스 슈어저(워싱턴)와 같이 등판 후 이틀째부터 전력으로 공을 던지는 선수들도 있는데 데스파이네는 반대 지점에 위치한 것이다. 데스파이네는 “경기에서 공을 던지면서 적응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경기당 투구 수 100개를 채우는 것을 선호한다. 이것도 자신의 루틴이다. 루틴을 지켜주는 것은 중요하다.

처음에는 kt 코칭스태프도 반신반의였다. 굳이 무리하게 ‘4일 휴식 후 등판’을 고수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런데 성적으로 나타나니 할 말이 없다. 아직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데스파이네는 4일 휴식 후 4번의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다. 5일 휴식(18.00), 6일 이상 휴식(5.40)보다 성적이 더 좋았다. 투구 수를 봐도 1~45구보다, 46구 이후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가 훨씬 낮다. 

사실 데스파이네가 4일 휴식 후 등판을 성공적으로 이어 간다면 kt는 나쁠 게 없다. 배제성 김민 소형준은 아직 어린 선수들이다. 배제성 김민은 2018년에 비해 2019년 소화이닝이 크게 늘었고, 소형준은 고졸 신인이다. 데스파이네가 당겨 등판하면 세 선수에게는 추가 휴식일이 생긴다. 144경기 전체를 놓고 보면 어린 선수들의 어깨를 꽤 보호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윌리엄 쿠에바스의 등판일과 맞물리는 경우만 조절하면 된다. 

물론 체력이 떨어져 난타를 당하면 kt도 가만히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선수와 면담을 통해 ‘KBO식 휴식’을 권유할 가능성이 크다. 역시 4일 휴식을 선호했던 댄 스트레일리(롯데)는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데스파이네가 비교적 좋은 성적으로 순항한다면 자연히 선발 등판 경기 수와 소화 이닝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 

144경기 체제에서 보통 에이스들은 부상이 없다는 전제 하에 30~32경기 정도를 소화한다.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선발 등판을 한 선수는 2016년 헨리 소사(당시 LG)로 33경기였다. 그런데 데스파이네는 소사의 33경기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 2016년 소사는 4일 휴식 후 등판이 10번이었는데 데스파이네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선발 등판은 1983년 장명부(삼미)로 44경기였다. 당시 장명부는 44경기에서 427⅓이닝을 던지는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이도 특이한 경우였고, 35경기 이상 선발로 나선 사례도 세 번뿐이다. 마지막 기록은 1985년 장명부와 1985년 강만식(해태)의 35경기. 데스파이네가 35년 만에 이들의 기록에 도달한다면, 그 자체로 데스파이네가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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