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레이드를 통해 KIA 유니폼을 입은 류지혁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원래 눈물이 없는데…”

7일 두산과 KIA의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류지혁(26)은 9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취재진의 질문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정들었던 전 소속팀을 떠나는 순간을 회상한 류지혁의 표정에는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듯했다. 류지혁은 “내가 눈물이 없기도 하고, 울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형들 얼굴을 보니까 눈물이 나왔다”고 떠올렸다.

만나면 헤어지고, 또 헤어지면 다시 만나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당장의 감정을 억누르기는 쉽지 않다. 류지혁은 2012년 지명 후 9년, 홍건희는 2011년 지명 후 10년의 시간을 한 팀에서 보냈다. 그 시간을 단칼에 무 자르듯 정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을 떠나보낸 사람들의 심정도 마찬가지다. 류지혁과 오랜 기간 동고동락한 박건우는 그를 껴안고 함께 울었다. 류지혁은 “(박)건우형이 같이 울어줬다. 껴안고 5분은 울었던 것 같다”고 머쓱해 했다. 역시 홍건희와 절친한 사이였던 양현종은 9일 수원 kt전이 끝난 뒤 두산에 특별한 부탁을 하기도 했다. 그는 “건희가 두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두산 선수들도 건희를 잘 챙겨주셨으면 좋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감독들도 다르지 않았다. 평소 선수들에게 감정 표현이 많지 않은 김태형 두산 감독은 류지혁에게 “수고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두산 선수들도 류지혁에게 “거기 가서는 꼭 주전이 되어라”고 당부했다. 박건우는 “가서 보란 듯이 잘했으면 좋겠다. 선배가 아닌 형으로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조직이나 사람들이 너를 싫어해서 트레이드한 것이 아니다'는 것을 누차 강조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팀의 필요에 따라 이런 선수 이동이 일어나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KIA 관계자 또한 “환경과 분위기가 바뀌면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다. 잠실에서는 심리적 안정감도 있을 것이니 더 잘할 것”이라고 앞길의 성공을 기원했다. 

그러나 트레이드는 이뤄졌다. 당장 내일도 새로운 경기가 열리는 상황에서 이제 두 선수는 전 소속팀이라는 ‘뒤’가 아닌, 새 소속팀에서의 새로운 기대치라는 ‘앞’을 봐야 한다. 어쩌면 그 기대치를 채우는 것이 많은 눈물을 흘린 옛 동료들과 구단 관계자, 그리고 코칭스태프의 마음에 부응하는 일이다. 아마 새 유니폼을 입고 새 동료들과 함께 더그아웃에 앉은 두 선수는 현실을 강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활용도는 충분하다. 오히려 전 소속팀에 비해 기회는 더 많다. 두산에서 백업 이미지가 강했던 류지혁은 이제 주전으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KIA 마운드에서는 선발이나 필승조가 아니었던 홍건희 또한 그간 갈고 닦은 공을 보여줄 경기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슬퍼서 흘린 눈물이, 훗날에는 기쁨의 눈물을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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