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초반 절정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멜 로하스 주니어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멜 로하스 주니어(30·kt)는 원래 잘하던 선수였다. 실적이 증명한다. 2017년 KBO리그에 데뷔한 이래 2019년까지 친 홈런만 85개였다. 2018년에는 타율 0.305, 43홈런, 18도루를 기록했다. KBO리그 최고 외국인 타자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다소간 아쉬움이 남았다. 142경기에서 타율 0.322, 24홈런, 104타점은 일견 나무랄 곳이 없는 성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득점권에서의 약세, 중요한 순간에서의 부진, 뚜렷한 수비력 약화로 속을 태웠다. 이강철 kt 감독이 고심 끝에 로하스가 아닌, 유한준에게 4번을 맡긴 이유였다. 공교롭게도 유한준이 4번에 들어간 뒤 kt의 공격이 더 잘 풀렸다. 로하스로서는 기분이 상하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연봉도 삭감됐다. 2019년 170만 달러를 받았던 로하스는 올해 총액 150만 달러(계약금 50만 달러·연봉 80만 달러·인센티브 20만 달러)에 계약했다. 지난해 팀 공헌도가 다소 떨어졌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동기부여가 됐다. 이를 악문 로하스는 오프시즌 몸을 다시 만드는 데 주력했다. 근육을 유지하면서 민첩성을 키우기 위해 애를 썼다. 많은 이들은 로하스의 의지에 기대를 걸었다.

가지고 있는 기량과 재능에 절치부심이라는 심리적 효과까지 더해졌다. 그러자 성적이 다시 뛰었다.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다. 로하스는 3일까지 시즌 25경기에서 타율 0.417, 8홈런, 2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98을 기록하며 펄펄 날고 있다. kt의 기대치도 뛰어넘는 화려한 수치다. 최근 3경기 연속 홈런에 수확한 타점만 11개다. 

유한준의 부상으로 4번 자리에 간 뒤 더 맹활약이다. 로하스의 올해 득점권 타율은 0.478이다. 상대 투수로서는 공포의 대상이다. 베이스러닝도 더 날렵해졌고, 코너 외야수를 맡으면서 수비에서의 부족한 점도 줄어들었다. 지난해보다 더 날카롭게 방망이를 돌리고, 더 잘 뛰며, 집중력도 강해졌다. 마치 지금까지의 로하스는 미완이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지난해 로하스를 둘러싼 의심은 이제 모두 걷혔다.

로하스가 말하는 최근 맹활약의 비결은 여러 가지다. 우선 책임감이다. 로하스는 3일 수원 두산전이 끝난 뒤 “유한준 강백호 등 팀 주축 타자들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중심타자를 맡고 있기 때문에 더 책임을 가지고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로하스는 이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단순한 외국인 선수가 아니다. kt라는 팀이 원하는 방향과 이상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한편으로는 김강 코치와 타격폼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 것도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로하스는 “비시즌 미국에서 타격훈련에 신경을 썼고, 김강 코치와 몸쪽 공 대처와 스윙 궤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 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로하스는 우타석에 들어섰을 때 더 안정적인 타격폼을 보여주고 있고, 좌타석에서도 스윙 궤도의 기복이 많이 줄어들었다. 몸 상태까지 좋아졌으니 성적 향상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시즌이 늦게 시작됐고, 5월의 따뜻한 날씨까지 등에 업었다. 로하스는 추운 날에는 배트 그립감이 썩 좋지 않다고 인정한다. 그래서 시즌 초반 경기력이 좋은 경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날씨까지 도와주면서 더할 나위 없는 출발을 알렸다. 원래 잘하던 타자가 업그레이드됐다. 놀랍게도, 로하스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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