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 자격 행사를 앞두고 부진에 빠진 두산 이용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 행사를 앞두고 남다른 각오와 함께 시즌에 들어왔겠지만, 적어도 첫 5경기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다. 불운하다는 시선도 있으나 불안하다는 지표도 여러 곳에서 보인다. 이용찬(31·두산)의 이야기다.

이용찬은 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패전을 안았다. 1회 2점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하더니, 홈런 두 방을 얻어맞고 추가 실점한 끝에 5이닝 4실점이라는 성적과 함께 마운드를 내려갔다. 피안타는 9개로 많은 편이었고, 반대로 탈삼진은 3개였다. 팀 타선도 침묵해 이용찬의 부진을 가려주지 못했다.

1회부터 연속 안타를 맞아 2실점했고, 정상적인 흐름을 오래 이어 가지 못하고 4회(황재균)와 5회(로하스) 솔로포를 맞고 주저앉았다. 이날까지 이용찬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8.44. 리그 최하위다. 이용찬을 제외하면 7.00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도 없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한 차례에 불과했다. 1승3패에 머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세부 내용도 좋지 않다. 피안타율은 0.353에 이르고,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도 1.76이다. 볼넷 허용이 예년보다 많은 것은 아니지만 9이닝당 탈삼진 개수(5.06)는 데뷔 이후 최저 수치를 찍고 있다. 인플레이타구가 많아졌다는 의미인데 타자를 압도하는 맛은 없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용찬의 투구 내용에 대해 줄곧 “나쁘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5경기째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이용찬의 인플레이타구타율(BABIP)은 0.362로 자신의 통산 성적(.316)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다. 약간의 불운도 겹쳤다는 것이다. 실제 3일 수원 kt전에서도 코스가 좋은 피안타가 몇 개 있었다. 하지만 불운만으로 평균자책점 8.44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구속이 줄었다. 이용찬의 강점은 힘 있는 패스트볼과 주무기인 포크볼의 조합이다. 선발로 전향한 뒤에도 평균 142㎞ 이상은 꾸준히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평균구속이 더 떨어졌다. 변화구 구사 비율이 높아졌지만 패스트볼이 뒷받침되지 않아 오히려 먹잇감이 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전체적으로 타자들이 이용찬의 공을 방망이에 맞히는 비율이 확 높아졌다. 힘이 없으면 난타를 당하기 마련이다. 

BABIP는 평균으로 조금씩 회귀하겠지만, 피장타율이 높아진 것은 큰 문제다. 이용찬은 올해 5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허용했고 9이닝당 피홈런 개수는 무려 2.36개에 이른다. 리그에서 가장 높다. 김태형 감독은 “잘 하다가도 한 번에 무너진다”고 했는데 결국은 큰 것 한 방에 고전하고 있다. 공에 힘이 떨어졌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다.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 평균자책점은 당연히 지금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과 같은 세부 경기 내용으로 극적인 반전은 불가능하다. 물론 이용찬은 보여준 것이 많다는 점에서 올해 성적이 FA 금액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미래 가치 측정에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다. 첫 5경기에서 부진했던 이용찬의 겨울은 다음 10경기에 대략적으로 판가름이 날지도 모른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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