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초반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외국인 타자들. 라모스-로하스-페르난데스(왼쪽부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현 시점 KBO리그는 외국인 타자의 시대다. 특정 선수가 독보적인 성적을 낸 시즌은 자주 있었어도, 세 명의 선수가 동시다발적으로 치고 나간 사례는 많지 않아 더 그렇다.

왕좌를 놓고 다투는 선수들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2·두산), 로베르토 라모스(26·LG), 멜 로하스 주니어(30·kt)다. 세 선수는 타율과 장타율 모두에서 나무랄 것 없는 성적으로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가장 직관적인 OPS(출루율+장타율) 순위에서 라모스(1.242)가 1위, 페르난데스(1.202)가 2위, 로하스(1.168)가 3위다. 리그에서 OPS 1.100 이상의 선수는 세 명뿐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도 세 선수가 치열한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가 집계한 WAR 순위에서는 로하스(1.77)-라모스(1.63)-페르난데스(1.53) 순이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의 집계에서는 라모스(2.34)-페르난데스(2.19)-로하스(2.05) 순서다. 순위만 다를 뿐, 세 선수가 1~3위 내에 포진되어 있는 것은 같다.

지난해 197안타를 기록했던 페르난데스는 올해 200안타를 찍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초반 레이스다. 24경기에서 벌써 46안타를 기록했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무려 276안타 페이스다. 타율은 0.465로 믿을 수 없는 수치다. 여기에 올해는 홈런 파워까지 부쩍 좋아졌다. 지난해 144경기에서 15홈런을 기록했던 페르난데스는 올해 24경기에서 벌써 5개의 아치를 그쳤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인 로하스도 절치부심의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올해가 KBO리그 4년차인 로하스는 24경기에서 타율 0.408, 7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게다가 지난해 지적됐던 약점까지 지웠다. 로하스는 지난해 득점권 타율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올해는 0.476으로 고공 행진이다. 2일 수원 두산전을 앞둔 이강철 kt 감독도 이 부분을 흡족하게 바라봤다. 스위치 타자라는 장점도 유효하다.

두 선수는 2일 맞대결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활약을 펼쳤다. 페르난데스는 1회 첫 타석부터 솔로홈런을 터뜨리는 등 5타수 2안타 4타점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특유의 흥이 나는 세리머니가 그라운드와 더그아웃 곳곳에서 터졌다. 로하스도 질세라 반격했다. 첫 타석부터 2루타를 치더니, 6회에는 좌월 2점 홈런으로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역시 5타수 2안타 3타점 활약으로 분전했다.

LG의 새 외국인 타자인 라모스도 빼놓을 수 없다. 24경기에서 타율 0.373, 10홈런, 21타점을 기록 중이다. 리그에서 가장 먼저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한 선수로 기록됐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힘을 앞세워 기대 이상의 초반 질주를 보여주고 있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타자가 이만한 장타력을 보여준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페르난데스와 로하스는 이미 검증이 된 선수들이다. 상대적으로 긴 상승세를 예상할 수 있다. 슬럼프가 길 확률도 크지 않다. 라모스는 올해가 KBO리그 첫 해지만 확실한 장점을 보여줬다. 여기에 거포 스타일에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약점도 크지 않다는 평가다. 선구안과 자신의 히팅존을 확실히 가지고 있어 역시 고무적인 부분이 있다. 세 선수 중 누가 최후의 왕이 될 것인가. 올해 KBO리그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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