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채은성은 OPS 16위인데도 주목받지 못하는 불운(?)을 경험하고 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신원철 기자] 채은성은 LG에서 OPS가 세 번째로 높은 선수다. 그의 OPS 0.873은 리그 전체로 봐도 16위에 있는 아주 좋은 기록인데, 채은성은 앞뒤 타자들의 성적에 더 눈이 간다.

2번타자 김현수(1.022)가 2위, 4번타자 로베르토 라모스(1.264)가 1위에 있기 때문이다. 남부럽지 않게 잘 쳐도 주목을 덜 받는 처지. 그래도 채은성은 "나만 더 잘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다"며 김현수와 라모스 못지않은 타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채은성을 만났다.

- 주로 5번 타자로 뛰다가 올해부터는 3번 타순에 들어가고 있다. 어떤가.

"원래 타순은 크게 신경 안 쓴다. 경기만 나가면 좋다. 그런데 앞뒤로 너무 잘 쳐서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다."

- 본인이 못 하는 건 아닌데 주목을 덜 받는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

"반대로 생각하면 기회가 자주 올 수 있어서 저에게 좋다는 생각도 한다. 밸런스가 조금만 더 잡히면 시너지 효과가 커질 수 있을 것 같다."

- 지난해 다른 팀들 보면 주력 타자들을 2번에 기용하려고 하다가, 선수들의 경기 준비 루틴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다시 돌아간 경우들이 있었다.

"맞다. 그게 조금 다르다. 뒤에 있으면 1회에 나갈 때가 많고 투수 공을 볼 여유가 있다. 1회에 무조건 타석에 들어가니까 생소했다. 경기력 차이는 없는 것 같다. 1회만 넘기면 다 똑같으니까."

▲ LG 채은성 ⓒ 한희재 기자
- 요즘은 유튜브로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의 행동들을 다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타자들끼리는 투수들에 대한 정보 공유를 하는 것 같은데.

"전력분석팀에서 자료도 준비해주시고, 투수가 바뀌면 코치님들이 상황에 따른 데이터를 보여주신다. 앞에 쳐본 타자들이 조언도 해주고 그렇다."

- 29일 '김현수 거르고 채은성'에 대해.

"고영창 선수 투심 패스트볼이 좋아서 생각하고 있었다. 홈런친 공은 실투성이었다. 몸쪽 투심을 예상하고 타이밍을 생각했다. 누가 봐도 (김)현수 형 거르고 저와 승부할 상황이라서 작년에 어떤 공을 던졌었는지 생각을 많이 하고 타이밍을 잡았다."

- 류중일 감독이 '1년 기록을 뽑아보면 채은성이 우리 팀에서 가장 슬럼프, 기복이 없다'고 하더라.

"그냥 좋게 말해주신 것 같다. 슬럼프가 없는 적은 없었다. 야구선수는 다 그렇겠지만 날마다 스트레스다. 잘 돼도 스트레스다. 슬럼프가 없다는 말은 그냥 저 듣기 좋으라고 하신 말씀 같다."

- 그럼 슬럼프가 왔을 때 자신의 해결책은.

"슬럼프가 오면 할 수 있는 것은 훈련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너무 지나치면 밸런스가 안 좋아지는 일도 있어서 휴식과 훈련의 비율을 조절하려고 한다. 코치님들께도 도움을 구한다. 지난 나쁜 일은 가능하면 잊으려고 노력한다."

- 과거를 돌아보면 수비가 발전했다 싶은 시즌 뒤에 갑자기 수비에서 힘겨워할 때가 있었던 것 같다. 혹시 타격 성적이 수비력에도 영향을 끼치나.

"아무래도 영향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타격이 잘 될 때 수비도 잘 된다. 자신감의 결과가 아닐까. 안 좋을 때는 타석에서 머뭇거릴 때가 많은데 그게 수비에서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 라모스 합류한 올해, LG 입단 후 최고 타선이라는 생각이 드는지.

"그건 제가 말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분위기는 너무 좋다. 분위기가 많이 밝아지고 좋아졌다. 감독님도 코치님도 그렇게 유도해주시고, (김)현수 형 비롯해서 형들도 야구장에서는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그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 이병규 코치의 조언은 어떤 내용인지.

공을 칠 수 있는 준비를 빨리하라고 강조하신다. 타이밍은 늦는 것보다는 빠른 쪽이 좋다. 늦으면 먹히는 타구나 헛스윙이 많아진다. 치는 준비 동작을 빠르게 하라고 많이 하신다."

▲ LG 채은성. ⓒ LG 트윈스
- ESPN 중계로 안경 쓴 선수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선배 박용택에 이어 본인도 '핸섬 플레이어'로 꼽히던데.

"못 들었다. 처음 듣는다. 안경 쓰는 사람이 많지 않지 않나. 보통 고글 쓰고, 한국에서만 안경 쓰고 야구하는 것 같다. 고글보다 안경이 더 편하다. 스포츠 고글 써봤는데 적응이 쉽지 않다. 도수가 들어가면 거리감이 잘 안 느껴진다. 난시가 있어서 렌즈보다 안경이 낫다. (박)용택 선배가 안경이 제일 편하다고 하셔서 쓰게 됐다."

- 타점 부문 최상위권에 있다. 혹시 타이틀도 노려볼 생각이 있는지.

"타이틀 욕심은 없다. 대신 홈런보다는 타점에 욕심이 있다. 타점이 많을 수 있는 타순이기도 해서, 기회에서 안타가 아니더라도 타점을 올리려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

- 류중일 감독이 '소리 없는 영웅', '외유내강형 선수' 이런 말도 했다.

"화려한 스타도 좋겠지만 묵묵히 도움이 되는 선수들도 있다. 그렇게라도 말씀해주시면 좋다. 저는 뒤에서 묵묵하게 하는 편이라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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