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FC가 지난해 조성한 클럽하우스. ⓒ대구FC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개막하고도 남을 프로축구 K리그에는 봄이 오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유행 중이라 섣불리 움직이기도 어렵다.

구단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훈련뿐이다. 그나마 인접 지역에 프로팀이 있으면 서로 실전과 비슷한 수준의 연습 경기를 통해 감이라도 익힐 수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서로 다른 팀과 돌아가며 만나야 조금 더 객관적인 점검이 가능하다.

가장 피해가 큰, 대구광역시를 연고로 하는 시민구단 대구FC는 클럽하우스에서 버티고 있다. 다른 구단이나 대학팀들과 연습경기는 꿈도 꿀 수 없다. 훈련 강도를 조절해 지루함을 달랠 뿐이다.

대구가 훈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것은 클럽하우스의 존재 덕분이다. 지난해 대구 스타디움 인근에 조성된 클럽하우스에서 훈련과 자체 청백전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만약 클럽하우스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대구 스타디움 보조구장, 강변축구장을 전전했을 것이다. 미혼자들은 클럽하우스에 거주도 불가, 감염 우려를 안고 자택과 훈련장을 오갔을 것이다.

그나마도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가 감염병의 전염을 우려해 다중이용시설인 종합운동장 등 공공 시설물을 모두 사용 금지, 폐쇄해 묶어 훈련 자체가 난관일 수밖에 없었다. 대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천운이었다.

대구 관계자는 "동계훈련 그대로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정말 클럽하우스가 없었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훈련을 했을까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전했다.

이병근 감독대행도 "오전, 오후에 나눠 체온을 측정하는 등 선수들의 건강에 문제가 없도록 애쓰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해 훈련 강도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클럽하우스가 있는 기업구단과 달리 없는 다수 시도민구단은 훈련장 마련에 애를 먹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수원FC, 성남FC, FC안양, 부천FC 1995, 아산 시민축구단, 안산 그리너스는 클럽하우스가 없다. 어디 가나 훈련 허가 불가였다. 유소년부터 바로 사용 금지였고 성인팀도 마찬가지였다.

▲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시설로 꼽히는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 ⓒ전북 현대

인천의 문학월드컵경기장과 보조구장 인천환경공단 승기사업소 내 연습장을 돌아가며 활용했다. 하지만, 모든 곳이 막히면서 막막했다. 그나마 승기사업소 구장은 인천 구단이 임대해 사용하면서 다소 여유가 생겼다.   

수원종합운동장이 홈구장인 수원FC의 경우 경기도 소속인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시설물인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훈련했다가 막히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김호곤 단장은 "선수들이 천연 잔디 구장을 사용하기 어려워 열흘여를 인조 잔디에서 훈련해 정말 힘들어했다. 종합운동장 인조 잔디 보조구장 사용에도 한계가 있어 월드컵보조구장을 택한 것인데 수원시 시설물이 아니라 역시 애로사항이 있었다. 결국, 없는 돈을 들여 강원도 고성으로 일주일 훈련을 다녀왔다. 그나마도 겨우 잡았다"며 클럽하우스 없는 현실을 토로했다.

FC안양의 경우 안양종합운동장, 인접한 구장까지 사용 허가를 득해 훈련을 이어가게 됐다. 시민구단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였다. 광주FC는 염주체육관 인근에 조성하는 클럽하우스에서 동선을 최소화, 훈련 중이다. 목포축구센터 더부살이를 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제약이 따르는 상황에서 클럽하우스 없는 다수 구단의 현실이 드러났다.  시설 조성에 대한 교훈을 제대로 얻었지만, 조성 비용이 만만치 않고 지자체를 꾸준히 설득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구단의 존재 가치에 대한 증명까지 해줘야 한다. 

익명을 원한 A구단 단장은 "클럽하우스 조성에 대해서는 오래 요청해왔지만, 지자체에서는 난색을 보였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지방 재정에 대한 위기감까지 있어 스포츠 예산에 대해서는 사회공헌이나 복지 비용으로 보고 있어 쉽게 말을 꺼낼 상황이 아니다. 향후에도 어떤 환경이 만들어질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그나마 인천의 경우 지난해 클럽하우스 조성 첫 삽을 떴고 성남도 마찬가지다. 나머지 구단들의 경우 구단 재정 건전화와 맞물린 상황이라 제반 여건 확보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 있다. B구단 단장은 "선수단 훈련 여건 개선에는 클럽하우스가 꼭 필요하고 지자체도 공감하고 있다. 당장은 코로나19라는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그 뒤에 말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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