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시리즈M-별의별 인간연구소'. 제공|MBC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 지난 13일 첫 방송한 MBC의 새 시사교양프로그램 '시리즈M-별의별 인간 연구소'(매주 목요일 오후 10시5분 방송)는 딱딱한 시사교양의 틀을 깬 신기한 다큐멘터리다. 브래지어가 꼭 필요할까라는 물음을 갖고 여성들에게 브래지어 없는 하루를, 남성들에게 브래지어 입고 하루를 보내게 하는가 하면, 세계 1위 댄스팀과 함께 몸치탈출의 비법을 흥미롭게 소개했다. 눈을 가린 채 이뤄지는 블라인드 데이트를 통해 보인다는 것, 그리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임현주 아나운서의 노브라 챌린지가 화제를 모으면서 '시리즈M-별의별 인간 연구소'도 덩달아 눈길을 집중시켰지만,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일회성 관심끌기에 있지 않다. 개편과 함께 '시리즈M' 출범을 이끈 장호기PD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봤다. 'PD수첩'과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를 거쳐 개편을 책임진 그는 일상과 편견, 고정관념을 이야기했다. 

-'시리즈M-별의별 인간 연구소' 첫 방송을 흥미롭게 봤다. 일상의 가볍지만 진지하게 풀어볼만한 주제를 3개 꼭지로 짤막하게 다뤘다. 특히 노브라 챌린지 아이템이 크게 화제가 됐다.

"'MBC스페셜'이 똑같은 포맷을 반복해 오다가 최근에 가치를 잃었다 해서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보자 했다. 디지털 콘텐츠도 중요하니까 양방향으로, 60분을 짧게 쪼개서, 화제성 있는 아이템을 완전히 다른 형태로 제작해보자. 제가 개편을 맡았고 첫 1~2회를 연출했는데, 사회적으로도 의미있고 실험적인 아이템, 상징적인 아이템을 하고 싶었다. 노브라 챌린지는 최근 연예인 관련 이슈가 있었고 여러 생각할 계기가 됐다. 대신 이걸 너무 선정적으로 다루지 말고, 과학적 역사적으로도 접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브래지어의 기원이나 역할, 효과 등에 대한 전문가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3개 꼭지 중 임현주 아나운서가 참여한 브래지어 편의 노브라 챌린지가 결과적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

"아나운서국 선후배와 뭔가 해보고 싶었다. 해볼만한 아이템을 공유했고, 관심을 보여주셨다. 기존의 이미지도 있고 해서 한번은 제가 제안하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부탁드렸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셔서 함께하게 됐다. 임 아나운서가 해주셨으면 좋겠다 했는데 해주셔서 지금도 감사한다."

▲ MBC '시리즈M-별의별 인간연구소'. 제공|MBC
-본방송은 사실 인터넷으로 화제가 된 것 이상이다. 방송을 볼 때는 여성들의 노브라 챌린지보다 남자들에게 브래지어를 입힌 게 더 화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저도 남자에게 브래지어를 입혔다는 게 새롭지 않을까, 브래지어 착용이 가슴 처짐과 관계없다 이런 게 관심받지 않을까 했다. 결과적으로는 다른 쪽으로 관심이 가더라. 놀랍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더라. 전문가 만나고 논문도 소개하며 만들었는데 25분 중 기사화되고 오르내리는 것은 극히 일부에 소모적 논쟁, 구시대적인 댓글이 있어 안타까웠다. 반면 그래서 해보기 잘했다는 생각도 했다."

-새로 선보인 프로그램이 화제가 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연출자로서는 씁쓸했을 것 같다. 다음 아이템이나 갈 방향에 대해 고민도 되겠다.

"2회에도 자극적으로 보이는 아이템이 있다. 콘돔을 다룬다. 논란과 화제를 일으키려고 하는 건 아니다. 크게 어렵거나 우리가 거리를 두거나 이상하게 볼 필요가 없는 것을 객관적으로, 일상성을 두고 다뤄보려고 한다. 이미 오래전 기획했지만, 편견 깨고 잘못된 고정관념에 물음표를 던질 수 있는 아이템을 고려한다. 첫 회에서 새로운 지점이 묻힌 건 씁쓸하기도 하다. 브래지어 편에서는 세 종류의 가슴이 나온다. 남자의 가슴, '아마존의 눈물'에 등장하는 원주민들의 가슴, 그리고 여성. 남자의 가슴은 그대로 다 나왔고, '아마존의 눈물' 영상은 모자이크 없이 내보냈다. 그런데 드러내 보이지도 않았던 가슴이 문제가 되고, 모지이크도 없이 나간 건 화제가 안 되는 걸 보니 재밌더라. 다 똑같은 가슴인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브래지어 편에서 사실 파격적인 장면은 따로 있었다고 생각한다. 노브라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임 아나운서를 비롯해 여성 출연자 3명이 브래지어를 그 자리에서 벗는다. 물론 겉옷을 입은 채이고 여성들에겐 익숙한 일이지만 이런 장면이 지상파에 나오는구나 싶어 깜짝 놀랐다.

"오래 전부터 한번 넣어보고 싶었다. 별 거 아니다 사실. 그게 누가 앞에 있다고 해서 못할 일일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방송에서 용기를 내준다면, 선정적이지 않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재미있고 의미있게 다뤄서 과도한 시선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퍼포먼스인 동시에 관심을 끌 수 있는 대목이라고도 생각했다. 남자는 대 보고 여자는 벗어 보고 하는 모두가.

출연자들이 잘 해주셨다. 부탁드리긴 했는데 하시니까 저도 겁이 나긴 했다. 하지만 뭔가 망설이거나 묘한 표정이 나오면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지긋지긋한 걸 벗는 것처럼, 군인이 행군 끝나고 군장을 확 내려놓는 느낌이었다. 의미있는 메시지를 담을 것 같더라. 제안에 응해주신 세 분께 감사하고 또 존경한다."

▲ MBC '시리즈M-별의별 인간연구소'. 제공|MBC
-'시리즈M'이라는 제목만으로는 모호한 데가 있다. 어떤 이야기를 담아갈 예정인가.

"우리 프로그램은 '별의별 인간연구소'인 것이다. 시리즈M이라는 지붕 아래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과 기획이 들어갈 것이며, '시리즈M'은 그간 하지 않았던 형식이 될 것이다. 드라마나 짧은 다른 형식과 장르가 나올 수도 있다. 저는 개편을 맡았을 뿐 여러 명 PD가 돌아가면서 참여하게 된다. 첫 회가 나오고 나니 콘텐츠 제안도 오고 해 다양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시청자 게시판에 글이 많지는 않지만 진정한 공영방송이라는 글이 있기는 하더라. 나는 공영방송을 만들어야지 생각한 건 아니다. 그렇게 의미를 짚어주는 분이 계시는 게 좋았다. MBC에서 만드는데 허투루 만들 수가 없다. 'PD수첩'이든 다큐든 이런 문제 제기든. 재미있고 유익하고 생각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계속 찾아보려고 한다. 저로선 3번째 시각장애 아이템도 꼭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 MBC '시리즈M-별의별 인간연구소'. 제공|MBC
-브래지어로 뜨거웠던 첫 회를 마무리하며, 마지막 한 말씀을 부탁드린다.

"이 아이템 관련해서 제가 가장 공감한 말을 맨 마지막 방송에 넣었다. 각자 자기 가슴만 신경썼으면 좋겠다. 3년차 노브라라는 분이 하신 이야기다. 저도 깊이 공감했다. 저도 제 가슴만 신경쓰려고 한다. 여성 인권운동가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엄마 동생 할머니 이야기 주변과 가족 이야기라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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