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배제성이 선수단 소집이 있던 17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수원,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평소처럼 다음날 2군 경기를 준비하고 있던 늦은 오후. 급작스레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인생을 바꿀 줄은 몰랐다. 난데없는 트레이드 소식. 다음날 2군 경기장이 아닌 수원으로 향해야 한다는 통보였다.

kt 위즈 우완투수 배제성(24)은 3년 전 그날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나이가 21살이었어요. 다른 구단으로 옮기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죠. 그런데 그날 저녁 전화를 받고 곧장 짐을 쌌습니다.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2015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롯데 자이언츠로 데뷔한 배제성은 이후 2군에서 기량을 갈고닦았다. 그러나 2017년 4월 18일 저녁 자신과 동료 오태곤 그리고 kt 장시환과 김건국이 포함된 2대2 트레이드의 대상자가 됐다는 사실을 듣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새 시즌 준비가 한창이던 17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배제성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날 밤새 눈물이 났다. 그래도 외롭지만은 않은 밤이었다. 2군 숙소에서 동료들이 새벽까지 번갈아 찾아와 같이 울어줬다. 덕분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어나 수원으로 향했다”고 그날 밤을 떠올렸다.

시끌벅적한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지만, 배제성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우완 파이어볼러 장시환과 내야 유망주 오태곤에게 더 많은 관심이 쏠린 탓이다.

미완의 기대주로 통했던 배제성은 지난해 마침내 두꺼운 알을 깨고 나왔다. 28경기에서 131.2이닝을 던져 10승10패 평균자책점 3.76으로 데뷔 후 최고 성적을 써냈다. 또한, 2015년 kt의 1군 진입 후 처음으로 10승을 달성한 국내투수라는 타이틀도 안았다.

배제성은 “한 시즌 내내 같은 자리를 지킬 수 있어서 기뻤다. 물론 10승도 뿌듯했다. 사실 지난해 출발은 선발이 아니었지만, 기회를 잘 잡으면서 10승 투수가 될 수 있었다”고 웃었다.

▲ kt 배제성. ⓒ곽혜미 기자
깨달은 부분도 많은 2019년이었다.

“풀타임을 뛰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내가 착하게 살아야 많은 도움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평소 좋은 관계를 유지한 야수들이 타석에서 안타를 하나라도 더 치려고 하고, 또 그라운드에서 공을 하나라도 더 잡으려는 모습을 보면서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kt의 새 역사를 쓴 배제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진행한 연봉협상에서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았다. 1억1000만 원을 받아 데뷔 후 처음으로 1억 원 고지를 넘어서게 됐다.

배제성은 “최저연봉이었던 2700만 원으로 시작해 3000만 원, 3100만 원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 사실 20대 중반 야구를 그만두거나 일찍 입대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트레이드라는 뜻밖의 계기로 또 다른 야구 인생을 살게 됐다”면서 “kt는 올해 첫 가을야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료들 올해만큼은 야구를 오래하고 싶은 마음이다. 나 역시 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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