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투수 박상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집에만 있으면 뭐 해. 형 따라와". 팀 선배 정우람의 이 한 마디가 박상원의 겨울을 바꿨다.

한화 투수 박상원은 지난해 61경기에 나와 1승4패 12홀드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하며 데뷔 첫 두 자릿수 홀드를 달성했다. 2년 연속 60경기 이상 뛰었고 리그 투수 중 가장 많은 승계주자(62명)를 떠안는 등 팀 불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그러나 박상원의 2019년은 야구를 떠나 개인적으로 슬픈 기억을 남겼다. 11월 절친한 동생이자 입단 동기였던 김성훈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 2017년 입단 직후 함께 재활조에서 훈련하며 친하게 지냈던 김성훈을 보내고 나서 우울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던 박상원의 손을 잡아끈 이가 팀 선배이자 멘토인 정우람이었다.

이달 10일 김성훈의 49재에 참석하기 위해 먼저 한국에 온 박상원은 "12월에 정말 힘들었다. 한동안 폐인처럼 집에만 박혀 있었다. 어느날 우람 선배가 전화와서 '집에만 있으면 뭐하냐. 형 따라와'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데뷔 후 처음으로 12월에 해외 개인훈련을 갔다"고 말했다. 

박상원은 해외 훈련에서 걱정과 달리 많은 것을 얻어왔다. "1,2월이 중요하다는 것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프로 와서 다시 잊고 있었는데 해외에서 매일 규칙적으로 훈련하면서 몸도 많이 좋아졌다. 겨울을 보내는 방법을 새로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즌 끝나고 체크해보니 2018시즌 때보다 팔 높이가 떨어져 있었다. 타자가 보기에는 쉬웠을 거다. 그런 점을 우람 선배가 잡아주셨다. 내 인생에서 멘토다. 항상 편하게 속 이야기하면서 야구 이야기도 물어볼 수 있어 감사하다. 디테일한 것도 보고 잘 가르쳐주신다. 자기 관리 잘 하시기로 유명해 배울 게 많다"며 '정우람 예찬'을 이어갔다.

▲ 김성훈(왼쪽)과 박상원. ⓒ박상원 SNS

박상원의 손을 잡아 끌어주는 이는 또 있다. 하늘로 간 김성훈이다. 올해부터 김성훈의 등번호 61번을 등에 새기고 뛰는 박상원은 "구단에서는 2~3년 정도 비워놓는 게 어떻느냐고 했지만 내가 군대에 다녀오는 사이 다른 사람이 달고 있으면 속상할 것 같아 내가 욕심을 내 구단에 말씀드렸다. 구단에서도 이해해주셨다"고 밝혔다.

주변에서 61번을 다는 것에 대해 많이 걱정했지만 49재 때 만난 김성훈의 어머니가 그에게 힘을 줬다.

박상원은 "성훈이 어머님이 '61번 달았다는 기사 봤다'고, '성훈이 몫까지 열심히 해달라. 경기 보러 꼭 가겠다'고 하시더라. 부담이라고 생각하면 부담이지만 인생에 있어서 또 다른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제가 이 번호를 달고 잘하면 성훈이 부모님도 좋아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때 성훈이가 승리를 했더라면 더 훌륭한 투수가 되지 않았을까요…". 박상원은 아직도 2018년 7월 22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날 김성훈은 데뷔 첫 선발승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지만 이어 나온 박상원의 실점으로 승리를 날렸다. 그래서 더 미안한 동생 김성훈. 박상원은 이제 동생의 등번호를 가슴에 품고 선배 정우람의 손을 잡으며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설 준비를 한다.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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