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째 포스트시즌에 얼굴도 내밀지 못한 삼성 라이온즈. 2020년이 그 끝이 될 수 있을까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찬란한 영광의 시대로 2010년대 초반을 보낸 삼성 라이온즈는 수직 낙하로 2010년대 후반부를 마무리했다. 2020년대 돌입과 함께 삼성은 '암흑기'를 끝낼 수 있을까.

최근 최고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보면 최하위 구단의 바쁜 시즌 준비를 엿볼 수 있다. 힘겨운 외국인 선수 영입, 2차 드래프트, 연봉 협상 등 다양한 야구 경기 외적인 야구 소재가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최하위 팀은 꽤 떠들썩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2016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삼성은 조용하다.

시즌 종료와 동시에 일찌감치 허삼영 신임 감독을 선임해 새 감독 찾기 문제를 길게 끌고 가지 않았다. 내부 FA(자유 계약 선수)가 없는 가운데 외부 FA 영입도 비시즌 시작 전부터 "검토는 하겠지만, 아마 없을 것"이라는 선을 그었다. 그나마 큰 뉴스라고 하면 3년 연속 외국인 타자로 활약한 다린 러프와 결별. 이외에는 한 시즌을 치러야 하는 구단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 정도만 하며 2020년을 기다리고 있다.

성적은 좋지 않은데 이렇다 할 선수 보강 없이 겨울을 보낸 삼성은 새로운 감독과 함께 새로운 야구를 준비하며 2020년을 맞이한다. 가을 야구에 목말라 하는 삼성 팬들의 우려 섞인 시선과 걱정을 날릴 수 있을까. 2020년 삼성을 향한 5가지 물음을 정리해봤다.

◆ 데이터 전문 감독의 훈련과 스몰볼

허삼영 신임 감독은 삼성 전력분석파트를 오래 이끌었다. 그의 경력을 보면 '세이버메트릭스'를 신봉하는 숫자 야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취임 후 허 감독은 선수들에게 효율적이면서도 많은 훈련을 강조했다. 
▲ 허삼영 신임 감독 ⓒ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기본기를 갈고 닦기를 바랐다. 마무리캠프가 끝날 당시 허 감독은 "왜 예전 감독님들이 훈련을 많이 시켰는지 이해가 간다"며 캠프 기간이 짧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반대로 선수들은 '역대 마무리캠프 가운데 가장 많은 훈련'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2차 드래프트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투수 노성호는 "훈련량이 많아 놀랐다"고 말한 바 있다.

허 감독은 기본기를 바탕으로 작전 야구를 앞세워 2020년을 풀어보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작전 야구'를 이야기한 배경은 현실 직시다. 허 감독은 "삼성에는 3할 타자, 10승 투수가 없다"며 전력이 약하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기기 위해서는 선수 기량에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는 게 허 감독 생각이다. 삼성은 과거 '스몰볼'과는 거리가 멀었던 팀이다. 허 감독이 내세운 '스몰볼'이 2020년을 성공으로 안내할 수 있을까.

◆ 양창섭-원태인-최채흥, 물음표 가득한 첫 풀타임 도전

뚜렷한 10승 카드가 없는 삼성 선발 마운드는 팀을 대표하는 약점이다. 윤성환은 불혹이다.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다고 보기는 어렵다. 백정현은 이닝 수는 매년 늘려가고 있지만, 상대 구단별 경기력 편차가 커 두 자릿수 승리 경험이 없다.

신인급 세 선수에게 조금 더 시선이 쏠린다. 2018년 나쁘지 않은 시즌을 보낸 양창섭은 2019년 팔꿈치 수술을 받고 2020년 복귀한다. 2019년 신인왕 레이스에 잠시 올랐지만, 체력 문제로 무너진 원태인은 2020년 더 나은 활약을 꿈꾸며 캠프 돌입을 기다리고 있다. 스윙맨으로 활약하다 지난 시즌 막바지 선발투수로 충분한 가능성을 보인 최채흥도 2020년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노린다.

전도유망한 선수들 이름 나열이 희망 가득해 보이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이제 겨우 데뷔 2, 3년째를 맞는 신인들이다. 풀타임 선발 시즌을 보낸 경험이 없다. 체력 문제, 경험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거기에 현재 삼성에는 어린 투수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확실한 '기둥 선발투수'가 없다. 어린 선수들이 스스로 중심을 잡고 서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녹록지 않다.

◆ 외국인 맛집은 언제쯤…

삼성은 외국인 선수 성공 사례가 드물다. 최근은 다린 러프가 유일하다. 2017년 삼성과 계약한 러프는 3년 동안 뛰며 성공 사례를 남겼다. MVP급은 아니지만, 4번 타자로 늘 제 몫을 다했다. 그러나 러프가 삼성에 머문 기간에 살아남은 외국인 선발투수는 거의 없다. 지난 시즌 중반에 영입된 벤 라이블리가 전부인데, 기복이 약점으로 나타났다. 거기에 누구도 풀타임 라이블리는 보지 못했다.
▲ 삼성 새 외국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 ⓒ 박성윤 기자

지난해 9경기만 뛴 라이블리를 '준 신인급 외국인 선수'로 본다면, 삼성 외국인 선수는 모두 KBO 리그 신인이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로 타일러 살라디노가 왔고, 현재 데이비드 뷰캐넌 영입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친 셈인데, 지난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물음표만 달리고 있다. 새로운 2020년대에 삼성은 외국인 맛집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까.

◆ 박해민-구자욱-최충연, 바닥 찍고 반등?

지난 시즌 삼성이 힘들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주축 선수 부진을 들 수 있다. 리드오프 박해민과 구자욱은 슬럼프에 빠지며 '커리어 로(Career Low)' 시즌을 보냈다. 주전 1, 3번 타자 부진은 공격에서 치명적이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성공적 시즌을 보낸 투수 최충연의 선발 도전도 실패했다. 선발 도전 실패는 시즌 실패로 이어졌다. 2018년 확실한 셋업맨이었던 최충연의 부진은 불펜 약화와 과부하로 이어졌다. 

전력 보강이 없기 때문에 세 선수가 스스로 부진을 깨고 일어서야 한다. 여전히 세 선수는 삼성의 주축이다. 과거와 같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삼성의 외야진과 불펜은 준수한 수준에 오를 수 있다. 두 선수의 2019년 이전 같은 경기력이 삼성에는 필요하다.
▲ 오승환 ⓒ한희재 기자

◆ 돌아온 오승환에게 거는 기대

삼성 오승환이 KBO 리그에서 뛴 기간은 9년. 통산 277세이브, 평균자책점 1.69라는 범접하기 어려운 기록을 남겼다. 2020년은 그가 일본과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복귀한 첫 시즌이다.

1982년생인 오승환은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그는 이제 우리 나이로 39세다.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전성기 시절 뚫을 수 없었던, 완벽한 마무리투수 이미지를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승환은 수준 높은 리그를 거치면서 다양한 구종 개발에 성공했고 살아남았다.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투구 동작과 함께 날아드는 돌직구, 거기에 네 가지 구종까지 더해지면 오히려 예전보다 더 공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평가가 있다.

삼성은 오승환에게 마무리투수 이상의 몫을 바라고 있다. 허 감독은 '솔선수범'하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오승환에게 기대하고 있다. 삼성에는 오승환에게 배울 게 많은, 전도유망한 젊은 투수들이 많다. 오승환이 그들의 자양분이 돼 팀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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