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를 축하하는 강원 선수단 ⓒ강원FC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2019시즌 강원FC의 기록은 특별할 것이 없다. 승점 50점을 따냈지만 파이널A(1~6위)에서 가장 낮은 6위였다. K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58실점을 기록해 골득실 -2로 마이너스 살림살이를 했다. 홈 평균 관중도 2천860명으로 11위를 기록했으니 인기 구단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강원은 분명 2019년 K리그가 낳은 히트 상품이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지켜본 이들이 열광했기 때문이다. 김병수 감독의 축구에는 '병수볼'이란 별명이 붙었다. 그동안 K리그에서 전술적 능력으로 화제가 됐던 적이 얼마나 있을까? 결과는 오락가락했지만 강원이 추구하는 목표는 늘 같았다.

이상주의자. 사전적 의미는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삶의 가치를 둔 사람'이다. 축구에 적용하자면 성적과 관계없이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구사하려는 사람을 뜻할 것이다. 김 감독을 '축구 이상주의자'라고 말한다면 과한 말일까. 2020년에도 강원은 더 아름다운 축구, 재미있는 축구를 향해 간다.

2019년 강원이 보여준 전술적 키워드는 '수적 우세'와 '공간 활용'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22명이 뛰어도 그라운드 전체를 빈틈없이 커버할 순 없다. 강원은 선수 배치를 수시로 바꿔가며 공을 중심으로 수적 우위를 점한다. 선수들은 공간으로 뛰면서 공을 받고,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잠깐 나타나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다. 그래서 빠르게 상황을 읽어야 하고, 빠른 템포의 공격을 전개해야 한다. 강원은 공격 지역에선 1번 혹은 2번의 터치로 패스하려 노력하고, 이른바 3자 움직임 등 공을 갖지 않은 선수도 머리를 써야 할 일이 많은 이유다.

'전방 압박', '공격 축구' 등을 표방해도 성적이 나지 않으면 전술을 수정하는 것이 비일비재한 일이 아니던가. 강원은 4월까지 3승 1무 5패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은 분명 뜻대로 풀리지 않았지만, 강원은 꾸준히 하려는 축구를 밀고 나갔다. 하위권 팀들은 물론이고 전북 현대, 울산 현대, FC서울처럼 상위권에서 경쟁하는 팀들을 상대로도 강원의 축구는 한결같았다. 늘 공격적이었고 주도권을 쥐려고 했다.

시즌 중반 경기력이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성적도 올랐다. 6월 23일 0-4로 지고 있다가 5-4로 역전한 포항 스틸러스전은 힘을 받게 된 계기였다. 밀집 수비를 서는 팀에 승점을 잃는 경우도 있었지만, 포항전 이후로 33라운드까지 6승 4무 6패를 거두며 파이널A 진출을 확정했다. 8월 4일 전북전 3-3 무승부, 8월 11일 서울과 0-0 무승부 등 결과는 불만족이었지만, 내용에서는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한 경기들도 있었다.

김 감독은 2019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지속적으로 들여다보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에겐 시간이 조금 필요하고 선수들도 실행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조금 지나면 속도를 내지 않을까 싶다"던 말을 지켰다. 2020시즌이 더 기대된다는 호평을 받은 이유다.

▲ 김병수 감독 ⓒ강원FC

2020년 리그를 앞두고 김 감독은 결과만 얻기 위해 '좋은 축구'라는 이상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2019년 리그에서 보여준 '병수볼'이 승리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확신했다. 점유율을 높이면서 공격 기회를 극대화하고, 상대엔 공격할 기회를 최소화하는 것. 오히려 김 감독은 휴식기 동안 "조금 더 볼을 빼앗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올해 '병수볼 시즌2'가 막을 올리는 셈이다.

강원은 약점도 보완했다. 지난 시즌 막판 얇은 선수층에 발목을 잡혔다. 확고한 전술로 인해 선수 기용 폭이 넓지 않았고, 연이은 부상에 선수들이 쓰러지면서 치고나갈 힘을 받지 못했다.

올해는 탄탄하게 선수단을 보강했다. 김승대, 임채민, 이병욱까지 김 감독과 영남대 시절 인연을 맺은 선수들이 강원에 합류했다. 김 감독의 축구 스타일이 익숙한 만큼 빠르게 적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고무열, 신세계, 김영빈, 채광훈까지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을 품에 안았다. 선수단에 전반적으로 깊이를 더했다.

강원 선수단은 지난 6일과 7일 전지훈련지인 태국으로 떠났다. 공항에서 출국 전 김 감독은 "축구는 공을 주고 받는 게 전부인데. 그걸 어려워한다는 건 사실 문제다"며 웃었다. 2020년에도 강원은 '좋은 축구'라는 이상을 지키며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나간다.

"가장 좋은 축구는 이기는 축구다. 이기는 방법을 달리 할 뿐이다. 흔히 그것을 과정이라고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승리하는 것이다. 승리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우리만의 스타일로 하루하루 할 것이다. 성적은 그 다음의 문제다." - 김병수 감독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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