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는 6일 개막된 대회 예선 C조 3경기에서 모두 선발 마스크를 썼다. 그가 책임진 이닝은 모두 25이닝. 승부가 사실상 기울었던 쿠바와 경기에서 8회 이후 마스크를 벗은 것을 제외하면 전 경기를 뛰었다.
양의지가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 내준 점수는 1점에 불과했다. 25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3전 전승을 만들어 냈다.
1실점도 양의지의 탓이라기 보다는 제구가 흔들린 함덕주의 기복이 이유가 됐다. 김경문 대표 팀 감독은 "함덕주가 지나치게 긴장한 탓인지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하고 어렵게 승부하다 고비가 왔다"고 분석한 바 있다.
국제 대회는 낯선 상대와 붙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기본 전력 분석은 당연히 이뤄지지만 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전적으로 선수들에게 맡겨져 있다.
양의지는 완벽에 가까운 투수 리드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현란한 볼 배합을 보여 줬다.
국가 대표 에이스 김광현은 "타자들이 타석에 서 있는 자세를 보고 어떤 공을 노릴지 어떤 공에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를 빠르게 판단해 낸다. 양의지 선배의 볼 배합에 거의 고개를 젓지 않고 던지라는 대로 던져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정보가 부족한 국제 대회에서 포수가 투수의 신뢰를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투수들이 공 던지는 데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의지는 "우리 투수들이 좋은 구위를 보여 줬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겸손해 했다.
하지만 그 좋은 구위를 이끌어 낸 주인공은 바로 양의지였다.
양의지는 조건과 상황을 가리지 않았다. 국가 대표 원투펀치인 김광현-양현종을 상대로는 보다 공격적인 리드를 했다.
이 두 투수 모두 최소 투구수로 6회까지 던지며 양의지의 볼 배합을 빛나게 했다.
2-1로 살얼음 리드를 하던 7일 캐나다전 8회말 1사 2루에선 조상우와 짝을 이뤄 하이 패스트볼을 적절하게 배합하며 두 타자 연속 삼진을 이끌어 내는 최상의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스포티비뉴스=고척, 정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