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은 7일 고척돔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캐나다전에 선발 출장해 6이닝 동안 1안타만 허용하며 7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가장 고무적이었던 것은 투구수였다. 김광현은 6이닝을 77구로 마쳤다.
김광현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투 피치 유형 투수다. 이 두 구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날도 패스트볼 28개, 슬라이더 28개 등 77구 중 56구를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로 던졌다.
타자로서는 두 구종만 생각하고 있으면 김광현은 고전할 수도 있다. 좋은 공은 던져도 이닝이 줄어드는 안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상대 타자들이 패스트볼 타이밍을 잡고 있다 슬라이더를 커트하면서 투구수를 늘리는 방식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현이 좋은 구위를 가지고도 간혹 이른 이닝에 교체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김광현은 이 같은 전제를 이제 완전히 과거형으로 만들었다.
김광현은 올 시즌 평균 6이닝을 던졌다. 선발투수로서 책임질 수 있는 확실한 이닝을 등판 때마다 해냈다는 걸 뜻한다.
이전 같으면 커트가 늘어나며 투구수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었다.
이젠 다르다. 김광현에게는 또 다른 무기가 있다. 커브와 스플리터를 쓰는데 그 중 커브의 효과가 매우 크다.
최고 시속 150㎞가 넘는 김광현이 던지는 110㎞대 커브는 타이밍을 뺏는 데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과제는 제구다. 커브가 제구가 된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타자들의 방망이를 유도할 수 있다. 그저 느린 공 하나 보여 주는 것으로는 효과를 보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캐나다전은 커브가 매우 위력적이었다. 9개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그 중 7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초구에 커브를 던져 카운트를 잡을 정도로 확실한 자신감을 보여 줬다. 이 정도 수준의 제구가 이뤄진다면 더 큰 무대에서도 김광현의 커브는 통할 수 있다.
초구에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면 이후 던질 공이 늘어난다. 일단 타자의 시선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크게 움직이게 했기 때문이다. 다음 공은 더 빠르고 낮게 보일 수 있게 만든다. 초구 커브가 구종 추가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김광현이 투 피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애를 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캐나다전에서는 커브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타이밍만 뺏는 것이 아니라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구종으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걸 보여 줬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위력은 익히 다 알고 있는 얘기다. 커브는 다르다. 오늘처럼 활용이 가능하다는 걸 인정받는다면 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타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승부를 거는 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단 9개만 던졌을 뿐이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함께 온 스카우트들의 평가도 비슷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현이 던진 9개의 커브가 메이저리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린 커브였던 셈이다.
김광현에 대한 전력 분석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에 맞춰져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뻔한 공식을 커브가 깨 버린다면 앞으로 경기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게 된다. 팀과 개인에게 모두 매우 중요한 공이 된 셈이다. 남은 경기에서 김광현의 커브가 얼마나 춤을 출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스포티비뉴스=고척, 정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