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와 야유가 공존했던 수원의 경기 마무리.
[스포티비뉴스=대전, 유현태 기자] 먼 걸음을 한 수원 삼성 팬들은 결국 아끼는 선수들에게 야유까지 했다. 경기력에서도 결과에서도 만족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수원 삼성은 6일 대전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시즌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에서 대전코레일과 득점없이 비겼다.

대전코레일의 홈 경기였지만 분위기는 수원의 홈 구장인 것 같았다. 원정 버스까지 동원해 경기장을 찾은 수원 팬들은 관중석 아래를 채웠다. 어림 잡아 2000명 이상의 팬들이 대전까지 경기를 보러 왔다. 경기 전부터 응원가를 부르면서 대전코레일을 압박했다. 수원 팬들이 수십 명 규모의 대전코레일 서포터들의 목소리를 압도하면서 경기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수원은 경기를 주도했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대전코레일을 공략했다. 공격수들까지 수비에 적극 가담하면서 대전코레일의 역습을 차단하려고 했다. 일단 '주도권'의 측면에선 합격점을 줄 만했다. 이임생 감독은 "상대의 수비 지역에서 전방 압박을 하려고 했다. 나름대로 상대가 잘하는 것을 잘 막으면서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공격 면에서 합격점을 주기 어려웠다. 크로스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패턴은 이미 이번 시즌 내내 이어진 수원 공격의 문제였다. 대전코레일이 장신 수비수 여인혁을 중앙 수비수로 보유하고 있고, 촘촘하게 수비 라인을 쌓고 버텼기에 수원의 공격도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이 감독은 "측면에서 크로스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중앙에서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하는 것을 항상 준비했다"고 말했다. 내용상 문제는 알고 있으나 이번 경기에서도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여전히 홍철의 왼발 크로스가 가장 주된 공격 루트였다.

골 결정력도 문제였다. 후반 2분 홍철의 크로스를 타가트가 골문으로 돌려놨지만 높이 솟구쳤다. 마크하는 수비수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은 컸다. 어려운 경기에서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타가트는 K리그1에서 득점 공동 선두에 오른 골잡이지만 이날은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후반전 막판 한의권이 놓친 2차례 슈팅도 아쉬웠을 것이다.

득점 없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뜨거운 응원을 쏟아내던 원정 응원석에서 야유가 나왔다. 동시에 격려하는 박수도 섞였다. 야유와 박수가 섞인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선수들이 인사를 하고 드레싱룸으로 향하자 이내 다시 응원을 시작했다.

수원은 이번 시즌 파이널라운드에서 B그룹에 속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시즌 내내 경기력에서도 합격점을 주기 어려웠다. 이 감독이 결승전 미디어데이에서 "저희가 올해 리그 성적이 좋지 않아 FA컵을 반드시 우승해서 수원 팬들에게 드려야 하는 목표가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제 남은 목표가 FA컵뿐인 상황에서 사실상 총력전을 벌였으나 대전코레일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경기는 주도했으나 승리하기엔 충분하지 않았다.

수원 팬들이 야유를 쏟아낸 이유일 것이다. 대전코레일은 3부 리그 격인 내셔널리그 소속이다. 울산 현대, 서울이랜드, 강원FC, 상주 상무까지 프로 팀들을 격파하며 결승까지 오면서 저력은 입증했지만 수원과 전력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시원한 승리를 기대하고 먼 길을 달려온 팬들은 만족하기 어려웠다.

이제 2차전이 남았다. 염기훈은 "승리하진 못했지만 골을 주지 않고 홈으로 돌아가 다행이다. 2차전에서 트로피를 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홈 팬들 앞에서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표했다. 이 감독 역시 "2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다"고 말한다. 과연 부진한 경기력을 털고 홈 팬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눌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대전,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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