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현종(왼쪽)-이정후 ⓒ 고척돔,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박성윤 기자, 김동현 영상 기자] "나는 본헤드플레이다."

한국이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예선라운드 C조 호주와 경기에서 5-0으로 이겼다. 한국 승리에는 이정후 활약이 있었다. 이정후는 1회와 3회 2루타를 2개나 터뜨리며 한국 공격 물꼬를 텄다.

1회 2사 주자 없을 때 2루타를 쳐 한국 대회 첫 안타를 만든 이정후는 한국이 2-0으로 앞선 3회말 무사 1루에 타석에 나서 우익 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쳤다. 1루 주자 김하성은 2, 3루를 돌았다. 호주 중계 플레이에 실책이 발생했다. 김하성은 3루를 돌아 득점까지 성공했다.

이정후는 송구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3루를 노리는 자세를 잡았다. 이정후는 호주 송구가 홈으로 향한다고 판단하고 2, 3루 사이에서 2루와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호주는 홈으로 달리는 김하성 대신 2, 3루 사이에 서 있는 이정후를 묶었다. 이정후는 런다운에 걸려 아웃됐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2006년 WBC 일본전에서 결승타를 치고 2루를 돌아 3루로 가는 과정에서 주루사했다. 1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그의 아들 이정후가 비슷한 플레이로 2루와 3루 사이에서 아웃이 됐다. 부자가 국제 대회 나란히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좋은 안타를 치고 '주루사'를 당했다는 점이 묘하게 닮아 있었다.

그러나 이정후 생각은 달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정후는 "나는 본헤드 플레이다. 당시 아버지는 시도해볼만했다"고 봤다.

이정후가 '본헤드플레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타순이었다. 이정후는 이날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정후 뒤에는 박병호, 김재환, 양의지, 김현수가 버티고 있었다. 아웃 카운트가 없는 상황이었고, 한 베이스 더 차지하기 위해 욕심내기 보다는, 안전한 주루 플레이로 중심 타선에 연결해야 했다는 것이 이정후 설명이다.

그는 "다음 타자가 누구인지 생각하고 플레이를 했었어야 했다. 상황만 보고 플레이를 해서 그런 실수가 나왔다. 한, 두 점 차이에서는 이런 플레이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반성회를 열었다.

이정후는 '반성'으로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한국 승리에는 이정후 활약이 절대적이었지만, 이정후는 철저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확실히 구분해 생각하고 있었다.

이날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호주 타선을 막은 양현종은 이런 이정후가 "기특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특하다. 열심히 하는 선수다. 앞으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선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회를 하면서 어린 선수들이 의욕 넘치고 긴장하지 않고 자기 실력을 보여준 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다. 앞으로 남은 국제대회가 기대가 된다"며 한 번의 실수에 주눅들지 말고 앞으로 대표팀에서 계속 선전하기를 기원한다는 바람을 남겼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박성윤 기자, 김동현 영상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