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감독 부임이 확실시되는 허문회 키움 수석코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2020년 롯데를 이끌 감독은 세간의 예상대로 허문회 키움 수석코치였다.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수석코치가 타 팀 감독으로 3년 연속 영전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26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일정이 모두 종료된 뒤 기자회견에서 허 코치의 롯데 감독 부임을 인정했다. 한국시리즈 종료와 동시에 언론 보도가 나왔고, 장 감독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장 감독은 “솔직하게 나에게 말을 해줬다. 마음을 열고 그 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옆에 있던 분이 좋은 자리로 가게 돼 기쁘다”고 축하했다.

올해 양상문 감독이 중도 사퇴하는 등 사령탑 공백이 있었던 롯데는 성민규 신임 단장 취임 후 본격적인 구인에 나섰다. 롯데는 외국인 후보 3명와 공필성 감독대행을 포함, 7~8명 정도의 후보와 면접에 나서겠다고 공언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지금껏 감독 선임은 주로 철통보안 속에 물밑에서 진행되곤 했다. 이를 공론화한 것은 참신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외국인 감독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여러 사정을 본 롯데는 결국 국내 후보군으로 눈을 돌렸다. 몇몇 후보들이 루머를 파다하게 퍼뜨린 가운데 롯데의 선택은 허 감독이었다. 허 감독은 LG와 키움에서 타격코치를 역임했고, 지난해부터는 수석코치로 장 감독을 보좌했다. 타격코치 시절 지도력을 인정받은 경력이 있다. 선수들 사이에서의 신망도 두터웠다.

준우승팀 수석코치가 타 구단의 감독으로 부임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3년 연속이다. 2017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한용덕 당시 두산 수석코치가 한화 감독으로 부임했다. 2018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역시 두산 수석코치였던 이강철 코치가 kt와 3년 감독 계약을 맺었다. 올해도 준우승팀 키움에서 새 감독이 나왔다.

허 코치는 26일 한국시리즈 4차전이 끝난 뒤 “아직 세부적인 사안을 논의 중이다”면서 확정 보도를 경계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틀에서 이미 합의가 이뤄졌고, 조만간 공식발표가 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찌감치 감독 선임 작업에 들어간 롯데가 한국시리즈가 시작될 때까지 감독을 정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 아직도 감독감을 찾지 못했다면 오히려 그것이 우스운 일이었다. 하지만 발표할 수는 없었다. 키움이 한창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달리는 마차 바퀴에 바람을 빼는 일로 비춰질 수 있다. “키움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면 이미 발표됐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앞선 두 감독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다. 이미 어느 정도 합의가 됐거나 확답을 받은 상황이었지만 포스트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밖에 이야기할 수 없었다. 시리즈에 집중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편으로 준우승팀은 배로 허탈할 수밖에 없다. 대개 수석코치 정도라면 팀의 차기 감독 후보와 동의어다. 한국시리즈에 패한 것도 서러운데, 좋은 지도자까지 놓쳤으니 설움은 두 배다.

한화·kt·롯데의 공통점은 당시 하위권에 있었던 것이다. 재정비의 가장 빠른 방법은 역시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다. 거액의 프리에이전트(FA) 뿐만 아니라 감독·코치 등 지도자, 선진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구단 직원들까지 포함된다. 일반 기업들의 인재 쟁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연히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때로는 그런 경험이 연봉 이상의 값어치를 하기도 한다.

두산과 키움은 현재 전력은 물론 육성 노하우 등 구단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는 팀들로 뽑힌다. 이런 팀을 경험한 지도자들은 자연히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해당 팀과 인연도 무시할 수 없다. 신생팀인 kt는 예외로 두더라도 한 감독은 한화에서, 허 감독도 롯데에서 선수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새 팀이 아주 낯설지는 않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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