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충균 전 톈진 텐하이 감독 ⓒ텐센트스포츠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박충균 감독은 톈진과 두 번 이별했다. 2018년 10월 강등 위기에 처했던 톈진 취안젠의 임시 감독으로 부임해 5경기를 치러 2승 3무를 기록하며 극적 잔류를 이뤘다. 2019년 5월에는 취안젠 그룹이 무너지며 톈진 체육국이 인수한 '같은 팀' 톈진 텐하이 감독으로 중도 부임해 16경기를 지휘했다.

첫 만남은 무패와 슈퍼리그 잔류라는 성과로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최강희 감독에게 2019 시즌 지휘봉을 맡길 예정이었던 톈진은 박충균 감독과 코치로 동행을 제안했으나, 박 감독은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도전을 원해 고사했다. 당시 치른 성공적인 5경기를 통해 박 감독은 복수의 중국 팀, 그리고 복수 국내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

박 감독은 급작스레 이뤄졌던 감독 데뷔에 대해 "조용하게 지내고 싶어 중국으로 갔는데 최강희 감독님을 등에 업고 더 시끄럽게 보낸 거 같다"고 돌아봤다.

톈진과 두 번째 동행의 끝은 좋지 않았다. 팀은 강등권과 강등권을 간신히 벗어난 위치를 오가며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다. 팀이 흔들린 이유는 내부 요인이 컸다. 체육국과 구단 사무국의 주도권 다툼도 있었다. 

◆ 박충균이 톈진에 돌아갔던 이유, 떠나야 했던 이유

2019 시즌을 마치지 못한 채 사임했지만 박 감독은 스포티비뉴스를 만나 "첫 시즌에 5경기만 했고, 올해는 16경기나 했으니 더 많은 경험을 했다. 팀이 어려운 상황을 알고 맡았으니 후회는 없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이제 감독으로 첫 걸음을 뗀 것 같다"고 했다.

톈진 취안젠에서 톈진 톈하이로 재창단한 뒤 선샹푸 전 중국 대표팀 감독 체제로 2019 시즌을 시작한 톈진은 초반 두 달 간 최악의 부진을 겪으며 박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5월 리그 3연패로 선샹푸 감독이 경질되고 5월 28일 타이저우 위안다와 중국 FA컵 경기에서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1-0 승리로 기분좋게 출발했다. 그 뒤 리그 8경기 결과는 5무 3패.

중국 슈퍼리그에 부임하는 감독들은 부임 후 6경기 동안 승리하지 못하면 계약이 해지되는 독소 조항이 포함된다. 6경기 안에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지만 경기력 개선이 확연했다. 톈진 텐하이는 독소 조항 발동없이 박 감독을 기다려 줬고 7월 28일 톈진 터다와 톈진 더비에서 드라마틱한 1-0 승리를 거뒀다.

톈진 텐하이는 여름 이적 시장에 박 감독이 영입을 요청한 전 전북현대 공격수 레오나르도, 올림픽 대표 출신 수비수 송주훈을 영입하며 공격과 수비를 보강하기도 했다. 톈진 더비 승리 후 3연속 무승부로 무패 흐름이 이어졌다.

좋았던 흐름 속에 박 감독은 9월 14일 광저우 부리 원정 1-2 패배, 베이징 궈안과 홈 경기 0-3 패배 이후 사임했다. 8경기 무승을 기다려줬던 구단이 두 경기 만에, 그리고 잔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 달라진 태도를 보인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알력이 있었다. 

"그만두기로 한 뒤 알게 됐다"는 박 감독에 따르면, 톈진이 취안젠에서 톈하이로 변경된 이후 실권을 잃었던 선수 출신 고위 관계자가 다시 부상하면서 팀을 안팎으로 흔든 여러 일이 벌어졌다.

부임 당시엔 팀 운영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우호적인 관계로 지내던 해당 관계자는 팀 내부 선수단 사정을 왜곡하고, 사실과 다르게 중국 언론에 흘려 박 감독의 입지를 흔들어놨다.  

▲ 박충균 감독인 톈진을 두 차례 지휘했다 ⓒ텐센트 스포츠

◆ 핵심 선수 이적, 음주 운전 파문에 내부 알력까지

박 감독은 여름 이적 시장 기간 자신이 재활 과정을 도운 중국 대표 출신 미드필더 왕용포의 상하이 선화 이적 과정, 중국 대표 출신인 주전 골키퍼 장루의 음주 음전 파문 당시 구단 운영진의 일 처리 과정에 실망을 느껴 톈진 지휘봉을 내려 놓겠다는 의사를 표한 바 있다. 그때마다 박 감독과 더 해보자고 했던 게 구단이다.

리그 종료까지 5경기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잔류라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유력한 시점이라 끝까지 팀을 이끌고자 생각했던 박 감독은 선수 출신 고위 관계자가 끊임없이 자신을 흔드는 상황에 염증을 느껴 스스로 나가겠다고 선언한 뒤 사임 조건을 협의해 10월 톈진과 최종 결별했다.

떠밀리듯 떠났지만, 박 감독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했다. 애초에 지휘봉을 잡을 때부터, 감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부터 감독직 자체에 집착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즌을 치르면서 내가 나가겠다고 말한 적도 있었고, 독소 조항과 관계없이 언제든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 나가겠다는 생각을 말해왔다"는 박 감독은 제대로 팀을 만들고, 팀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더 집중한다.

◆ 위기에서 배운 게 더 많다…그렇게 감독이 된다 

톈진이 또 한번 잔류에 근접한 상황이 된 데에 박 감독의 역할이 적지 않다. 부임 전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던 미드필더 야오준셩은 산둥 루넝에서 임대로 데려온 기대주였다. 야오준셩의 잠재력은 박 감독 체제에서 발휘됐다. 박 감독 체제에서 전 경기에 출전한 야오준셩은 중국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선수를 발전시키고, 팀을 안정시켰으며, 잔류라는 목표에 근접한 성적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중도 사임에도 박의 톈진 2기는 의미있는 행보였다. 

"결국 감독은 결과로 말해야 한다"는 박 감독의 말대로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시기를 통해 박 감독은 "다음에 팀을 맡을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조금 더 배운 것 같다"고 했다.

부임 당시 전문 센터백이 두 명 뿐이었고, 시즌 중간 팀의 에이스가 이적했으며, 그 뒤에는 주전 골키퍼가 음주 운전으로 퇴출되고, 주전 좌우 풀백이 부상으로 나가떨어지는 상황에도 답을 찾기 위해 전술을 바꾸고 새로운 훈련법을 고심한 박 감독은, 배운 게 많다는 점에서 톈진에 다시 돌아온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막대한 자금 투자로 인해 검증된 지도자가 아니면 진출이 쉽지 않은 중국 슈퍼리그 무대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박 감독은 다시 야인이 됐다. 박 감독은 급히 새 팀을 찾기보다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평소 유럽 축구를 즐겨보며 최신 전술과 훈련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박 감독은 2018-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이룬 AFC 아약스의 축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 언론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리버풀 이야기는 한 적이 없는 데 그렇게 기사가 나왔더라. 솔직히 말하자면 아약스의 플레이가 흥미로웠고, 직접 현지에 찾아가서 공부해보고 싶은 측면이 있다."

박 감독은 1기보다 잡음이 많았던 톈진 2기에 감독직을 수행하기 위해 경기장 밖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느꼈다는 점도 큰 소득이라고 했다. 5개월 여 기간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는 박 감독은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는 모르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