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주장 오재원 ⓒ 고척돔, 곽혜미 기자
▲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 오재원 ⓒ 고척돔,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오재원(34)이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에 하지 못한 캡틴의 임무를 다했다. 

오재원은 정규시즌 극심한 타격 침체로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었다. 98경기에서 177타수 29안타(타율 0.164), OPS 0.538, 3홈런, 18타점에 그쳤다. 예비 FA 시즌에 받아든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면서 주전 2루수 타이틀도 위태로워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오재원이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에서는 베테랑으로서 분명 자기 몫을 해낼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왼 무릎 후방 십자인대 염증으로 이탈하면서 정규시즌을 마친 오재원은 "한 타석은 기회가 올 것"이라는 마음으로 한국시리즈를 준비했다. 

오재원은 믿음에 응답했다. 2년 연속 준우승의 경험을 발판 삼아 팀 분위기를 확실히 잡았다. 한국시리즈에 앞서 선수들에게 팀 세리머니 아이디어를 제출하게 했고, 투표로 '셀카 세리머니'를 선정하면서 결속력을 다졌다.

주장의 무게감을 아는 김재호는 "나는 오재원이 아니라 김재호다. 우리 팀은 캡틴이 살아나야 하는 팀"이라고 오재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라운드에서도 자기 몫을 다했다. 팀이 필요로 할 때 값진 안타를 날렸다. 지난 23일 잠실에서 열린 키움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3-5로 뒤진 9회말 무사 1루에서 좌중간 2루타를 날리며 6-5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26일 고척돔에서 열린 4차전에서는 4-8에서 7-8 따라붙은 5회초 2사 만루에서 좌중간 2타점 적시타를 날려 9-8로 뒤집고, 9-9로 맞선 연장 10회 선두타자로 중월 2루타를 날리며 11-9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실점 위기를 막는 수비도 여러 차례 보여줬다. 두산은 4승무패로 2016년 이후 3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구단 역대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마음고생을 많이 한 오재원은 우승이 확정되자 글러브에 얼굴을 파묻으며 눈물을 훔쳤다. 오재원뿐만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준우승을 하면서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던 김재호, 박건우 등도 눈물을 흘리며 동료들과 정상에 오른 순간을 기뻐했다. 

오재원은 "한 경기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정규시즌에 좋지 않았는데, 한국시리즈에서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해 다행이다. 어릴 때부터 후배들이나 동료들을 위해서는 뒤로 빼지 않았다. 몇 년 동안 나를 본 동료들이 그래서 나를 믿는 것 같다. 올 시즌은 운이 좋았다. 이날을 위해 많은 일이 일어났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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